문대림 의장 긴급 전체의원 간담회...단식중단 "눈물 호소"
추석명절을 하루앞둔 11일 오전 11시40분께.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5명의 도의원이 단식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도의회 1층 로비에는 의원들이 줄줄이 모여 앉았다.
오전 11시께 문대림 의장의 긴급 전체의원 간담회 소집으로 참석했던 의원들이 단식농성 참가 도의원들에게 간곡한 호소를 하기 위해서다.
한나라당에서도 허진영 부의장과 신관홍 문화관광위원장, 고충홍 복지안전위원장, 신영근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연휴기간임에도 모처럼 정당을 떠나 많은 의원들이 참석했다.




문 의장은 "지금까지 다섯분의 동료의원들께서 보여준 충정어린 단식농성은 많은 도민들에게 호소력있게 전달됐고,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해군기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필요성을 전국적으로 알려낸 것도 성과였고,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며 단식농성 후 변화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민군복합항 관광미항 기본협약서의 '이중 체결' 문제로 인해 국회에서는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도의회에서는 오는 임시회에서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에 따른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이런 일련의 상황변화와 더불어 앞으로 도의회 차원에서 해 나가야 할 '프로그램'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앞으로 도의회에서 해 나가야 할 역할을 힘있게 가져나가기 위해서는 여기 계신 다섯분의 의원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합법적 의정활동을 통해 의회 역량을 한데 모아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단식농성에 참가한 민주당의 윤춘광 의원과 박원철 의원, 민주노동당의 강경식 의원, 국민참여당 박주희 의원, 이석문 교육의원은 문 의장이 말을 하는동안 침통한 표정으로 묵묵히 듣기만 했다.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가던 문 의장이 직접적으로 부탁을 했다.
"진심어린 부탁으로 호소한다"는 그는 "지금 두분의 의원께서는 건강이 크게 악화돼 빨리 병원으로 가주셔서 치료를 받았으면 하고, 다른 분들은 모두 오늘부터 단식을 풀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문 의장이 말한 '두분의 의원'은 이제 환갑인 나이의 윤춘광 의원, 그리고 이석문 의원이다. 이 둘은 단식 후 혈당이 급결이 떨어져 의료진으로부터 병원진료를 독촉받고 있는 상황이다.
단식을 계속 이어가다가는 건강상 큰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농성장은 숨을 죽인 듯 조용해졌다. 5명의 단식농성자들이 대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농성자 중 박원철 의원이 먼저 대답을 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조심스럽게 말문을 뗀 그는 "동료 의원님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며 "그러나 저희들이 단식농성을 하게 된 목적과 현재의 상황에 대해 잘 판단해볼 수 있도록 조금만 말미를 주시면 논의를 해보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의장은 "국정조사나 행정사무조사 등 지금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변화된 상황도 (단식을 중단할 수 있는) 명분이 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명분은 동료의원 여러분께서..."라며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자, 박주희 의원도 급기야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단식농성을 중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딱히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는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문 의장은 "단식농성의 성과라 할 수 있는 목적이 어느정도 이뤄졌고, 충분한 명분이 주어진만큼, 오늘로서 단식농성을 풀어주시고, 또 건강이 안좋은 두분의 의원은 바로 병원으로 가서 검진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간곡하게 호소했다.
오영훈 의회운영위원장이 윤춘광 의원에게 한마디 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눈을 감은 채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이석문 의원과 강경식 의원도 묵묵히 듣기만 할 뿐 얘기를 하지 않았다.
문 의장은 "병원에 입원을 하든지 해야 하는 매우 좋지 못한 상황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오늘 중 단식농성을 풀고 앞으로 의정역량을 하나로 모아 행정사무조사를 제대로 해내는 한편, 지난번 계획했던 도민들을 상대로 한 설득작업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자"고 부탁했다.
문 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한번 간곡한 부탁을 한 후, 침통한 표정으로 발길을 옮겼다. 함께 자리했던 의원들도 일일이 단식자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중단을 호소했다.
자리에 함께 했던 신관홍 위원장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참여동기를 묻는 질문에 "당연한 것 아니냐"며 "비록 해군기지 문제에 있어 정당별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오늘과 같은 일에는 뜻을 함께 해 동료의원들을 다독거려야 하고, 함께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까지 문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쉽게 의사당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단식농성장에서 농성 의원들을 위로하며 함께했다.
단식농성의 궁극적 취지가 해군기지 문제가 무엇인지 한번 되짚고, 문제해결에 함께 나가자고 했던 것인만큼 이제 그 목적이 달성됐다고 보는 것이 의회 내부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하루라도 빨리 단식농성을 풀어 당장 코앞에 닥친 행정사무조사 활동에 전념하면서 문제의 돌파구를 함께 찾아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단식농성자들은 명확하게 진전된 상황이 돌출될 때까지는 단식을 멈출 수 없다며 완강하게 버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오후 2시쯤, 윤춘광 의원과 이석문 의원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이들의 후송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매일같이 보건소 의료팀으로부터 건강체크를 받아왔는데 며칠전부터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병원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받아온 터였다.
이 2명이 병원으로 후송된 후, 남아있는 박원철 의원과 강경식 의원, 그리고 박주희 의원은 향후 해군기지 문제 대응방안을 놓고 장시간 논의를 벌였다.
그러다 오후 5시 40분쯤, 이번에는 박원철 의원과 박주희 의원이 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제대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진료를 받은 결과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전해졌다.
결국 단식농성은 강경식 의원 혼자 이어나가는 상황이 됐다. 강경식 의원은 "해군기지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이 제시될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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