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된 10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청사내부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평소 같았으면 많은 사람들이 왕래했겠지만, 휴무에 들어간 도의회는 대부분의 사무실이 문이 닫혔다.
때맞춰 내리는 궂은 비날씨는 스산함을 더욱 자아냈다.
6일째 접어든 도의원 5명의 단식농성.

전날 문대림 의장과 오영훈 의회운영위원장이 공식 제안 형식으로 간곡하게 단식중단을 요청했지만, 단식을 중단한 의원은 한명도 없었다.
오히려 추석연휴 기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요구했던 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중단할 수 없다는 의지는 더욱 강렬하게 표명했다.
지난 2일 대규모 공권력 투입을 통해 해군이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가를 장악하고, 거대한 펜스와 철조망을 설치한 후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재개한데 따라 촉발된 단식농성은 좀처럼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다. 공권력의 완전한 철수, 한방이 문제해결방식으로서 '주민투표' 실시, 구속자 석방.
아직까지 수용된 요구사항이 전혀 없다는게 이들의 판단이다.
박주희 의원은 "문대림 의장이 전날 행정사무조사권도 곧 이뤄지는 만큼, 의정활동을 통해 문제해결에 함께 나서자며 단식중단을 요청하셨지만, 정중하게 제안을 사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하는 단식농성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해군기지 문제를 풀기 위해 뭔가 답을 찾으려고 시작했던 것이기에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기에 단식을 중단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경식 의원은 "최소한 일시적으로라도 공사를 중지시키고, 도지사가 주민투표 실시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도 밝힌다면 모를까, 이미 구럼비 해안의 공사는 시작된 절박한 상황에서 아무런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찾지 않은채 단식을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답답했던지 청사 주차장을 몇바퀴 걷다가 주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윤춘광 의원은 "추석명절은 다 잊었다. 해군기지 문제가 이 지경인데, 추석은 무슨 추석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석문 의원은 "지금 이순간에도 꽁꽁 막힌 구럼비 해안에서는 포클레인 공사가 이뤄지면서 강정주민들은 오죽 답답하겠느냐"면서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을 바라보며 울분을 토하는 강정주민들의 심경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하는 단식농성은 큰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박원철 의원은 "어제 제주MBC 여론조사에서도 알 수 있지만, 지난 공권력 투입에 대해 도민 대다수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고, 문제해결 방식으로 최소 주민투표나 여론조사 등을 꺼내들고 있는데 제주도당국은 아직도 문제의 본질에 제대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개해 했다.
그는 "어제 도지사가 단식농성을 찾았다가 그대로 돌아갔는데, 최소 주민투표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의지라도 밝힌다면 모를까, 도의회 행정사무조사에 잘 협조하겠다는 말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고 말했다.






단식농성이 시작된 후 있었던 일련의 상황에서는 진일보한 점도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결론은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2009년 4월 27일 체결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가 이중으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된 후, 우근민 제주지사가 국무총리실에 공문서 형식으로 이의 문제에 대해 거론하고 계획된 크루즈 접안선 520m의 길이가 15만톤급 2대가 동시 접안할 수 있는 것인지를 따져물은 점이다.
강경식 의원은 "이중 협약서 체결과 함께 크루즈 접안시설 규모의 문제는 지금까지 정부가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해왔던 내용이 허구임이 드러나면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당국은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도민들의 의견을 통해 물으려 하지않고 있다"며 갈등해결의 대안은 '주민투표' 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박원철 의원과 박주희 의원도 "이제 제주도가 진정성 있게 나성 한다"면서 "이제라도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도와 도의회가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시하고 주민투표를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문대림 의장은 "(단식농성장을) 걱정스런 시선으로 지켜봐야 하는 주위의 심정을 감안해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합법적인 의정활동에 전력 투구할 수 있기를 충심으로 제안한다"며 단식중단을 호소했으나, 단식농성 도의원들은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힘내세요
우리만 추석명절하기가 미안한 마음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