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시장 "한번 믿고 지켜봐달라"...주민 "용도폐기 절대안돼"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의 해군기지 부지로 포함된 서귀포시 강정마을 국유지농로 용도폐기 권고시한을 넘긴 가운데, 고창후 서귀포시장은 20일 "주민들이 제시한 의견을 바탕으로 해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18일이었던 권고시한이 22일까지로 늦춰진 상황에서, 앞으로 이틀 내 서귀포시가 최종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이 자리에는 지난 6일 국무총리실을 방문해 이 문제를 협의했던 이명도 부시장을 비롯해 서귀포시청 국장급 공무원들이 대부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저도 검찰에 '직무유기 형사고발' 당했다"
고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저도 어제 (강정마을 해군기지추진위원회로부터) 검찰에 형사고발 당했다"면서 "용도폐기 문제하고 중덕 해안가에 쳐져 있는 비닐하우스, 텐트, 그리고 마을내 현수막 등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 직무유기라며 저하고 지역경제국장 등 몇몇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고발을 해왔다"고 토로했다.
고 시장은 "지금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로 처벌받을 위기에 처해있는 것처럼, 서귀포시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있다"면서 "이 점 한번만 이해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강정은 제 고향...결코 경솔하게 처신하지 않겠다"
또 "저희 증조부 고향이 바로 이곳 강정이다. 제 고향이 강정이나 다름없다"면서 "(해군기지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경솔하게 처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고 시장은 "서귀포시가 처한 상황을 여러분들이 이해해주시고, 앞으로 서귀포시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면 환영을 받든 비판을 받든 하게 될 것인데, 오늘 주민 여러분께서 주신 의견을 뼛속 깊이 새겨 이 문제 잘 대응해 나가겠으니 한번 믿고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해군기지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한점 부끄럼없이 일을 해 나가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간담회는 간헐적으로 고성이 오갔으나, 막바지에는 고 시장이 주민의견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에 나서겠다고 약속하면서 큰 무리없이 마무리됐다. 마지막에는 주민들이 서귀포시가 주민편에 서줄 것을 부탁하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돌아가던 고 시장은 22일까지 연장된 용도폐기 권고기간이 이제 이틀밖에 안남았는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번 지켜봐달라. 곧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한번 지켜봐달라"는 말 속에 주민들을 납득시킬만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음을 암시케 했다.
앞서 고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1월 강정마을을 방문한 후 6개월만에 다시 방문하게 됐는데,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강정마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피력했다.
또 "최근 제주새뱅이와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등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한번 목록을 제출해주면 충분히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위법한 사항이 확인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질의응답에서는 주민들과 서귀포시당국은 용도폐기 권고를 받은 3필지의 농로가 '도로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놓고 한바탕 논쟁을 빚기도 했다.
서귀포시는 주민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통해 지난 6일 이명도 부시장이 국무총리실을 방문해 "현재 도로의 기능이 상실되지 않아 용도폐지는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면서 "차라리 중앙관서의 장이 직권으로 용도폐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시장은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총리실을 다녀온 다음날 현장을 둘러봤더니, 제 개인적 판단으로는 이미 보상이 모두 완료됐기 때문에 농로로서의 기능이 상실했다고 보여진다"고 피력하자, 주민들이 일제히 고성으로 이에 반박했다.
신용인 변호사는 "용도폐기는 크게 두가지, 하나는 주민들이 현재 도로를 이용하고 있는지, 두번째는 도로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며 "그런데 현재 도로로 이용되면서도 도로의 기능이 분명한데다, 올레꾼들이 자주 지나다닐 정도로 이용이 활발해 용도폐기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동균 회장도 이 부시장의 말에 벌컥 화를 내며, "자꾸 보상보상 얘기하는데, 언제 주민들과 협의한 적이 있느냐"며 강제매수가 진행됐던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행정은 본인들이 다칠 것을 걱정하지 말고 이제라도 각성해야 한다"면서 "주민들이 얼마나 많이 사법처리 당하고 있느냐. 주민들은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데, 서귀포시시가 용도폐기를 거들었다면 주민을 범법자로 만드는데 동조하는 것"고 주장했다.
강정 출신인 조영배 교수(제주대)는 "그동안 정부의 요구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 표현만 본다면 ‘앞으로 용도폐지 요구를 막는 것은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정확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김종일 평통사 사무처장도 “서귀포에서 가장 고통 받는 강정주민을 헤아린다면 시장 직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 것 주민을 보호하고 앞장서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또다른 한 주민은 "간담회 직전까지 농로폐기 예정지역에서 해군측의 펜스설치에 대비한 콘테이너를 쌓으며 한바탕 육박전을 치르고 왔다"고 호소하며 용도폐기는 어떻게든 반드시 막아야 함을 호소했다.
결국 고 시장이 '농로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설명에, 더 이상의 논란은 없었다.
#"기부체납 당시 동의여부 정확하게 확인해달라"
앞서 농로폐기 문제와는 별도로 해, 주민들은 농로로 기부체납된 토지들이 당시 주민들의 동의없이 이뤄진 사실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한 주민은 "1974년 1월 기부체납됐다라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더니 당시 소유주는 일본에 가서 없고, 보증인 3명의 이름이 있었는데 모두 공무원들이었다"면서 협의에 의한 기부체납이 아니라 강제적 성격으로 이뤄진 것임을 어필했다.
고 시장은 "당장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기에 나중에 확인해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는 그동안 경색됐던 서귀포시와 강정마을 간에 대화의 장을 가졌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는데, 고 시장은 앞으로 대화채널을 계속해서 가져나가면서 해군기지문제에 대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장 코앞에 닥친 농로 용도폐기 문제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서귀포시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농로마저 넘어가면 완전 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