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개혁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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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의 개혁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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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춘호 전국공무원노조 제주시지부장

박춘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시지부장. <헤드라인제주>
갑돌이가 장가가는 날은 온 동네가 들썩들썩한다. 돼지를 잡기라도 하면 어른들은 물론이고 동네아이들까지 난리다. 축구공이 없던 시절에 돼지오줌보는 더 없는 놀잇감이었다. 어느새 잔치는 갑돌이 집안일이 아닌 동네일이 되어 있다.

우리 제주에는 갑자기 많은 일손이 필요할 때 서로 도와주는 아름다운 풍속이 있다. 경조사가 있으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이웃모두가 나서 천막도 쳐주고 돼지도 잡아주고 마지막 뒷정리까지 도와준다. ‘품앗이’ 문화는 점점 각박해져가는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제주인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공직사회 또한 직원상호간 그리고 지역사회에 어려움이 생기면 발 벗고 나선다. 지난 나리태풍 때에는 제주시청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자발적인 성금으로 2천8백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직원장학회를 조직하여 장학금을 전달하고,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조합원도 많다.

이러한 아름다운 ‘품앗이’문화가 언제부터인지 계급이 생겨버렸다. 상부상조는 서로가 평등하게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도와준다는 무언의 약속에 의해 생겨났고 지켜지는 것이다.

고위공직자 경조사에는 하위직원들이 많이 보인다. 가만히 보면 경조사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일을 하러 온 것이다. 물론 하위직원 경조사에 고위공직자가 와서 일을 돌봐주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마디로 하위공직자를 개인의 종 부리듯 하는 것이다.

며칠 전 있었던 제주시장의 경조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전에 공무원노조에서 고위공직자 경조사에 직원 동원의 폐단을 끊고자 직원 동원의 부당함을 말하고, 직원 동원은 없을 것이라는 대답까지 받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경조사 현장에는 20여명이 넘는 하위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복무담당부서에서는 강제적인 동원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곶이 들을 공직자도 시민도 없을 것이다. 경조사에 참석한 시민도 왜 여기에 직원들이 와서 일하고 있냐고 의아해 하기도 했다. 상관에게 지시를 받고 결재를 받아야만 하는 하위직원들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갔을까?

공직자에게는 누구보다 큰 청렴이란 멍에를 져야 한다. 특히 고위공직자에게는 사회에 대한 책임은 더하다. 크게 보아 자신의 경조사에 일을 해주는 직원이 있다면, 이는 직문관련성이 있으며 하위직원은 뇌물공여, 고위공직자는 뇌물수수라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버스를 타며 출퇴근하는 제주시장이 본인 경조사에 하위직원들을 동원하라고 했을 리가 없다. 옛말에 배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고, 오이 밭에서 신발끈 매지 말라고 하였다. 시장을 보좌하는 부서의 과잉충성이 제주시장의 청렴과 정치력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공직자 경조사문화가 변해야 할 것이다. 상부상조하는 문화는 아름답지만, 권한을 이용한 하위직원동원은 권력의 횡포며 직원의 인격을 우롱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나쳐버릴 수 있는 일, 작다고 치부할 수 있는 일부터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공직사회개혁의 첫걸음이라 할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박춘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시지부장>

# 외부 원고인 '기고'는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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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2011-04-02 12:49:25 | 122.***.***.150
알바는 김 시장이 그토록 부르짖던일자리창출 효과도 있는데
알바를 쓰시지

알바생 2011-04-02 12:41:31 | 122.***.***.205
잔칫집 서빙알바 얼마 안하는데, 이럴때 알바쓰면 알바생 먹고살고 부하직원들 힘들어하지 않고 일석이조일텐데. 출퇴근할때 버스타는 시늉만 할게 아니라 진정성을 보여하 할 것 같군요

요란한 잔치 2011-04-02 10:28:35 | 49.***.***.207
잔치 치루고 구설수애 올렀네요

박덕배 어린이 2011-04-01 14:40:24 | 211.***.***.89
부하직원들이 시장에게 이쁨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어찌 두 손 놓고 있을 수 있겠소, 잔칫날 김 시장 옆에 찰싹 들러 붙어 꼬리 살랑 살랑 흔들어가며 충성을 다하더라, 어떤 직원은 서빙 정말 잘하더라. 그것도 김 시장 시야에서 서빙하더라 눈에 잘 띄게 시리.. 서빙실력이 전직 나이트 직원을 의심케 하더라...

이런 젠장 2011-04-01 13:11:10 | 59.***.***.23
김병립시장님 잔치 대단한 흥행 거두셨군요.
공무원말고 일반 알바 좀 쓰시지 그랬어요

아하 2011-03-31 20:29:52 | 49.***.***.35
김병립 시장 잔칫날 그런일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