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갈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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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갈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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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애인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의 '벽 허물기'

처음 소중한 인연을 맺은 후 올해까지 많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물론 만남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애초 만남의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을 갖고 뭔가를 해보고자 했으니까요.

'동행'이란 형식을 빌려 첫 만남을 기획했던 때가 6년전쯤으로 기억합니다. 장애인단체의 한분이 '열 사람의 한 걸음'의 구체적 실행방법에 대해 자문을 해 주셨습니다.

"행사요? 좋은 일 한번 했다고 알리고 싶어요?"

선뜻 물어본 말에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장애인 분들을 모시고 1일 여행이나 나들이를 갔다오는 선행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으니, 단도직입적인 이 물음은 허를 찔리게 했습니다.

뭔가 해보겠다는 마음은 좋으나 보여주기식 혹은 일회성 행사를 하지 말라는 따끔한 충고죠.

잠시 숨고르기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활동가 측면의 장애인 권리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한 지적이었습니다.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실제 언론활동은 매번 겉돌았죠. 언론활동을 통해 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 관련 단체의 보도자료 처리, 그리고 장애인과 관련한 정책적 사안에 대한 기사화가 전부였으니까요.

'살아있는' 느낌도 없었고, 뭔가 실체적 요소는 빠진 기분.

장애인, 그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함 속에서, 그가 주문한 활동가적 측면의 장애인 현장에서의 기사 취재는 한계가 분명 있었습니다.

어린이날에 맞춰 소년소녀가장의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버이날이 되면 장한 어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연말이 되면 어려운 가정을 돕자는 사회캠페인을 벌이듯, 장애인과 관련한 뉴스 역시 장애인의 날 등에 집중되는 한계는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고, 조금 늦더라도 '열 사람의 한 걸음'의 편집이념이 상당히 추상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이념이 꼭 사회적 약자 부분을 포커스한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정책현안이나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때 소수 몇몇 혹은 관(官) 중심이 주도하는 빠른 진행을 제어하고, 광범위한 소통과 공감을 전제로 하자는 의미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달에 한번꼴로 이뤄진 토의 속에 마침내 가시적 결과를 제시한 것이 바로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와 함께하는 '동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 날 하루 동행을 하는 일 자체는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컸었죠.

"동행 한번 하는 것은 좋아요. 그 날 하루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 기쁨을 느낄 테니까요. 문제는 대외적 행사의 '동행'이 아니라, '마음을 함께하는' 것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 아니겠어요?"

'동행'은 하기로 했지만,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고 지속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런 끝에 공유한 것이 '벽을 허물다'입니다.

편견의 벽, 이동권의 벽, 제도적 벽, 소통의 벽,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 벽을 허무는 것을 사회적 약자 중 장애인 권리측면에서 해나가야 할 기본적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 만나 즐겁게 동행하는 과정을 통해 이 목표를 이룰 수는 없는 일입니다.

연속성을 갖고 '벽을 허물다'의 관점에서 장애인 권리적 현안을 제기하고, 동행의 만남은 함께 걷고 함께 보고 함께 이야기 함 속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잡기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2007년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동행의 만남은 시작되었습니다. '차이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된 동행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와 권익 옹호, 그리고 비장애인과 장애인간의 소통을 통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남'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론활동을 통하여 '장애인 인권'적 측면의 문제를 제기하고, 소홀해지기 쉬운 권리적 문제를 환기시키는 역할도 미력하나마 충실히 하고자 했습니다.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 한 예로, 지난 2월 막내 박성우 기자가 탐라장애인복지관 내에 설치된 금융기관의 현금인출기 문제를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이곳은 휠체어 장애인들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 현금인출기 기기의 높이가 비장애인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바람에 정작 휠체어 장애인들은 '높이'의 문제로 이용에 불편함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기사 하단부에는 "금융기관의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죠. 그러자 한 장애인 활동가는 단박에 항의를 합니다. "왜 배려의 측면에서 접근하는가. 이건 권리적 측면의 문제다."는게 항의의 요지입니다.

사실 그동안 동행을 하고 만남을 해 오면서도 '배려적 측면'과 '권리적 측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이 많았습니다. 관점의 차이가 분명한 부분입니다.

<헤드라인제주>에 기획연재되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장애인 인권 이야기' 글은 이러한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원성심 편집팀장. <헤드라인제주>
어쨌든, 동행을 하면서 벽을 허물어 보려는 노력은 행복한 일입니다.

3월12일에는 '열 사람의 한걸음'이란 타이틀로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청 존샘봉사회 소속 공무원들이 새로운 인연을 맺었습니다. 앞으로 정말 잘해보기로 한 것이죠.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이 혼자서 길을 떠나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장애인 이동권이 완전하게 확보되는 그날까지, 사회적 편견이 완전히 사라지는 그날까지, 장애인 동행팀의 지속적 활동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원성심 편집팀장 /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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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 2011-03-14 23:57:09 | 49.***.***.67
이런 마음을 통햐볼때 짝퉁과 진품이 구별되죠
헤드라인제주의 진실됨을 믿습니다

원조 동행 2011-03-14 22:16:42 | 49.***.***.222
원팀장님 화이팅
자신감이 조아요

박덕배 어린이 2011-03-14 14:53:13 | 211.***.***.89
우리는 장애인을 무조건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 이라고 규정하기 쉽습니다만 장애인들은 도움을 원하지 않습니다. 팀장님의 말씀대로 권리를 원할 뿐이지요...'배려적 측면'과 '권리적 측면'에 대해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생각 2011-03-14 13:36:45 | 59.***.***.23
팀장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헤드라인제주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에 맞게 장애인문제 많이 끄집어내주시고 권리를 바로 세워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