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잃고 외양간 고친 구제역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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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잃고 외양간 고친 구제역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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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오의 시사칼럼] 구제역 100일이 남긴 교훈

지난해 11월28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이후 100일을 넘어가고 있다.

구제역 피해로 살처분유제류 가축350만마리, 직접비용 3조원에 구제역 방역에 투입된 공무원, 민간인과 군경이 사고.충격.과로 등으로 18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아직도 종식시점을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대한민국 축산업 사상 최대의 재앙으로 기록될 전무후무한 사건이 됐다.

문제는 진정이나 종식이 아닌 진행중인 상태로 축산농가의 붕괴와 매립지 침출수 오염, 봄철 붕괴나 토사유실 위험, 축산물가격 폭등 등 후유증이 심각해 환경문제와 물가인상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구제역 피해농장에서 살처분 되는 가축들의 비참한 현장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소.돼지는 가축을 넘어서 눈빛이 통하고 대화가 통하는 자식같은 심정이라는 농가들의 비통한 고통에 동의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이번 구제역 사태를 행정당국이나 피해농가나 방역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하루속히 종식되길 바라고 있다.

경북 안동농장에서 최초 발생했다는 이번 구제역은 어찌보면 너무도 안이한 초동단계의 허술함에서 비롯된 대재앙이라 할 수 있다. 구제역 상설 발생국인 베트남을 다녀온 축산인을 시작으로 경기도 파주로 이동한 분뇨차량을 통해 구제역바이러스가 급격하게 경기.강원지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측된다는 당국의 설명이지만 아직도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지키려는 백신접종을 시작하는 시기조절에서도 전문가들의 정책적 판단이 결과적으론 늦어져 확산이 광역화됐다.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에도 대재앙 수준으로 확장됐다는 분석이 있지만 결과적으론 우리나라의 축산정책과 방역체계의 허점이 있었다고 반성하면서 본질적인 교훈을 찾아야 겠다.

정부에선 이번기회에 축산 정책과 구제역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일들은 상존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축산정책이 광활한 토지를 가진 나라들처럼 대규모 초지목장이 아닌 좁은 공간에서 밀식으로 사육되는 사육환경이라 동물의 면역력이 크게 약화되어있다는 점이다. 또 규모가 영세해 가축에게 열악한 사육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을 귀 기울여볼 이유가 있다.

일정한 규모의 사육두수에 필요한 농장면적, 살아있는 가축의 생명을 무참하게 학대하는 사육시설과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시설을 확보하고 농장과 농장간 일정거리를 유지하거나 단지화하는 획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책이 도입돼야한다는 주장이다.

아침 저녁으로 먹이를 주고 보살펴온 소.돼지들은 가축이 아닌 식구같은 처지였다. 소는 자식이고 송아지는 손자인 농부들의 울먹임과 살아있는 눈망울이 선한 산짐승을 매립해서 죽게 했다며 죄를 지었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비통한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한다.

구제역발생 100여일, 고기값 상승과 품귀현상으로 우리의 축산농업이 수입고기로 상당기간 시장을 내줄 것이다. 텅빈 축사를 다시 채워야 할텐데 송아지나 돼지새끼들의 수급에는 차질이 없는지? 축산당국에선 방역을 마무리 짓는 일에 함몰되어 실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축산업이 붕괴되거나 위축된다면 수입고기 시장은 크게 확장되는 기회를 갖게될 것이다. 한-EU-FTA/한미FTA/한캐나다FTA 등은 수입고기시장을 점령할 것이다. 15년 이상의 투자와 노력으로 어렵게 이루어놓은 명품화 한우브랜드가치가 단숨에 무너질 위기라는 축협인의 걱정이 현실화된다면 이번 구제역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축산농업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구제역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축산정책을 돌아봐야 한다.

지병오 헤드라인제주 독자권익위원장. <헤드라인제주>
축산업의 선진화 규모화 친환경적 사육환경 유통의 과학화 등 재해재난의 대책은 제2의 국방이라는 말처럼 조직화하고 체계화 하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탁상공론 형식적 체제를 반성하고 환골탈태의 기회가 되어야겠다.

아직 안심단계는 아니다. 제주도의 축산업은 육지에서와 같은 구제역이 발생한다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제주도의 축산규모는 54만여 두수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도는 매립할 수도 없다 .매립은 그야말로 '삼다수는 끝장'이라는 말대로 비상한 각오로 방역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구제역이 진정되고 청정제주의 브랜드가치를 지켜낸다면 제주의 축산업은 '업그레이드' 된다.

그리고 매몰이나 매립이 아닌 획기적인 제주만의 특별한 방역대책이 이번기회에 미리미리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언제고 닥칠수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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