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혼쭐' 수출계획, 문제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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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혼쭐' 수출계획, 문제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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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도의회서 불거진 '수출계획'의 부실논란

민선 5기 제주도정의 '수출 1조원' 핵심정책이 처음 발표될 때에는 실현가능성에 대한 미덥지 못한 여론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제조업과 가공업이 극히 취약한 현 제주실정에서 산업구조를 바꾸고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핵심 돌파구로 '수출'을 설정한 것에 대한 타당성 논란도 많았다.

차라리 제주 산업구조에서 절대적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에 보다 집중적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수출 1조원 시대 기반마련을 위한 종합적 계획이 발표된 후 타당성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수출 1조원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기 보다는 현 도정이 큰 마음먹고 한번 해보겠다고 나서는 상황에서 계속적인 '태클'은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 하다.

이왕 되돌리거나 전면 수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일단 한번 믿고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도 실현가능성 논란을 위축시켰다.

그리고 올해 1월, 우 도정은 민선 5기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본부장을 개방형 직위로 채용하면서 수출진흥본부를 출범시켰다. 지난 6개월이 수출 1조원 기반조성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는 준비기간이었다면 올해 1월부터는 실질적 수출전략 추진이 시작된 것이다.

첫 해인 올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잡은 수출목표는 4억불로, 우리 돈으로 약 4400억원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4년간 총 5600억원을 지원키로 하고, 이중 올해에는 17억7500만원을 수출관련 31개 사업에 투입키로 했다.

농수산물 수출 확대를 위한 글로벌 마케팅 지원사업, 신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사업, 제조업과 지식기반사업 해외통상 마케팅 지원 등이 이뤄진다.

그런데 모든 구상을 끝내고 이제 본격적인 실행이 시작되는 즈음, 다시 수출계획의 실현가능성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이번에는 도의회에서 표출됐다.

회기 중인 제279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업무보고에서는 각 부서가 제시한 '수출' 계획에 대한 호된 질책이 이어졌다.

11일 열린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의 제주도 농축산식품국 업무보고에서는 '감귤수출 계획'의 실현가능성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해 감귤수출 실적이 캐나다 200톤을 비롯해 러시아 983톤, 인도네시아 17톤, 동남아 152톤 등 1500톤에 그쳤는데, 올해 수출 목표에서는 캐나다와 러시아 3000톤, 동남아와 영국 2000톤 등 '1만톤'의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목표치가 꼭 불가능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나, 각 국가별 구체적 수출이행 방법 등이 제시되지 않아 의원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수출계획이 현실성 없이 '숫자 놀음'에 지나지 않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방문추 의원은 많은 국가를 상대로 추진하기 보다는, 정말 제주감귤이 잘 수출될 수 있는 몇몇 국가를 선정해 집중적인 스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7일 열린 환경도시위원회의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업무보고에서도 수출문제가 불거졌다.

개발공사는 올해 삼다수 수출 목표를 5000톤으로 잡았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 800톤, 미국 400톤, 일본 120톤, 동남아 420톤이다. 그리고 '기타 지역'으로 표시해 3260톤을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타 지역'의 3260톤 수출계획이다. 전체 5000톤의 목표 중 절반이 넘는 3260톤을 특정국가도 아닌 '기타'로 해서 잡았기 때문이다.

"삼다수가 지난해 일본과 중국에 페트병 단 한병도 못들어갔는데, 이 수출계획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현실성 문제를 들고 나온 손유원 의원의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개발공사측은 뒤늦게 기타 지역은 브라질이나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에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라고 어필했으나, 의원들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같은 날 열린 문화관광위원회의 수출진흥본부 업무보고에서는 제주도정의 수출 1조원 계획이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 없이 포괄적 로드맵 하나 갖고 진행되고 있는 문제가 지적됐다.

업무보고에서 제시된 '9페이지 짜리 보고서'의 내용이 실행계획이라기 보다는 '구호'를 나열한 수준에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첫 질문에 나선 강창수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은 제시되지 않고 구호만 나열한채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엉터리 계획'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수출 1조원을 위해 4년간 56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투자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김천우 수출진흥본부장은 계속된 수출 1조원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인데..."라며 지금 수출기업에서 자신감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만큼 도정과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추진해 나간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물론 그의 말처럼 수출이나 기업은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어떻게 추동해 나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수출이 확대돼야 자연스럽게 지역경제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나가면서 투자가 증대되고 고용창출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제주도정의 논리도 충분히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6개월의 준비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추진에 나선 첫해의 업무보고에서 지적된 일련의 문제들은 정작 제주도정 역시 아직까지도 '뜬 구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이번에 또다시 불거진 실현가능성 논란은 목표는 있으되 실행계획은 부실한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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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타고 2011-02-20 17:57:00 | 49.***.***.171
지키지도 못할 계획 거창하게 잡은게 문제이지요
강창수의원 말에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