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를 뿌려대는 등 심상치 않은 기운을 보이던 지난해의 기상악화가 기어코 월동채소 가격 폭등이라는 결과를 불러냈다.
특히 제주도내 대표적인 월동채소인 양배추 값은 한 망(8kg)에 9000원 안팎에 팔리면서 지난해보다 무려 3~4배 이상의 가격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은 울상을 짓는 반면 농가에는 간만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불과 2~3년전 까지만해도 너무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껏 키운 양배추를 헐값에 판매하기는 커녕 폐기처분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이번 '대목'을 초연하게 넘겨보내는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제주시 한경농협(조합장 김동호)은 지난달 30일부터 한경면 일대에서 생산된 양배추의 일본 수출을 전개했다. 총 수출물량은 260톤으로 수출가는 kg당 200원이다.
현재 양배추 가격이 8kg에 9000원을 상회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 판매하면 6배가 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이들은 생산하는 족족 배에 싣기 바쁘다.
260톤이라는 수출 물량도 적지 않은 양. kg당 200원으로 계산하면 양배추를 판매하면서 얻는 소득은 약 5200만원이다. 이 물량을 고스란히 국내시장에 뿌리면 적어도 3억원 이상의 수익이 창출된다.
지역단위 농협의 입장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이들은 신의를 지키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상도(商道)를 택했다.
한경농협의 양배추가 일본으로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2004년, 어느덧 7년째 협력파트너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처음부터 가격은 kg당 200원이었고 이후로도 가격은 변하지 않았다. 물가는 꾸준히 올랐지만 양배추 농사 작업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수출가를 동결시켰다.
일본으로 수출된다는 자부심을 갖고 신의를 보여주자 일본에서도 곧 반응이 왔다. 현지에서는 한경면 양배추라 하면 '으뜸'으로 취급받고 있다.
일본 유통업체 관련자들은 지금도 때가되면 묘종에서부터 수확시기까지 양배추가 커가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러 찾아온다.

허일생 한경농협 양배추수출작목반장은 "양배추 농사를 지어봤자 평당 1000원도 나오지 않던 시기에도 한경농협은 꾸준히 일본으로 수출해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허 반장은 "한경 양배추는 일본 현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한경농협에서 나가는 양배추가 더 좋다고 인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경면에서 재배된 양배추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시장에 판매하면 훨씬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텐데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허 반장은 "아까워도 어떻게 하느냐 신뢰를 얻으려 하는 것인데"라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비쌀때도 있고 쌀때도 있지만 어떤때는 손해보면서 팔아야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큰 돈을 벌지 못해도 신뢰를 쌓는다면 당장의 이익보다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당장의 이익보다 내일을 바라보며 한경농협은 일본행 배에 실릴 양배추를 싣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시세가 어떻게 변동됐든, 당장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한번 맺은 약속을 이행하려는 그 마음이 아름다워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아무리 시중 시세가 좋았다고 하나 약속을지키지 않으면 쓰나
특히 일본인데 ㅡ 자랑스런 제주 농협의 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