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 부활 논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현 행정시 체제에 대해서는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을 부여하겠다. 이를 위해 현행 조례를 개정해 곧바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 -우근민 제주지사, 2010년 4월26일, 당시 도지사 후보 시절 기자간담회.
특별자치도형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핵심전략으로 제시한 민선 5기 제주도정이 정작 행정시에 권한을 이양 부분에 있어서는 머뭇거리고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시 우근민 후보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우선적으로 행정시에 대해서는 인사권과 예산편성권 등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난해 9월 확정된 우 도정의 공약실행계획에서는 '세계적 모범이 특별자치 실현'을 기치로 해 이 부분을 다시 언급했다.
실행계획은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2010년에는 부시장을 제외한 인사권을 완전히 이양하고, 총정원 범위내 조직권 일부를 이양하겠다고 제시했다. 올해에는 기초자치단체 수준의 사무를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13년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법을 개정하고, 2014년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함께 시장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아직까지는 '계획'일 뿐, 이행에 있어서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인사권의 경우 '부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행정시장에게 위임하겠다고 밝혔었으나, 권한 이양은 이뤄지지 못했다.
계획대로 했다면 행정시의 국장급인 4급 이하 인사권은 행정시장에게 주어져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렇지 못하다.
민선 5기 도정 출범 후, 김병립 제주시장은 승진임용권한을 현행 '5급까지'에서 '4급(서기관)'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취임 초기 '권한 이양'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낸 발언이었다.
행정시장이 과장(5급)과 국장(4급)급 인사권을 행사해야 조직을 장악하고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취지다.
지난해 8월 단행된 첫 정기인사야 그렇다고 하지만, 6개월이 지난후 이뤄진 올해 상반기 정기인사에서도 행정시장의 권한은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오히려 현행 조례의 권한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사무위임조례에서는 '행정시장에게 위임하는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행정시장은 공무원 인사권과 관련해서는 5급(사무관) 이하 공무원의 승진 및 전보 등 임용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정규직 및 계약직 공무원의 채용 및 관리, 성과상여금 지급 등급 결정, 포상수여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행정시장이 현 시점에서 계약직 혹은 비정규직 공무원을 소신대로 채용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을까 하고 되물었을 때, "그렇다"라고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심지어 조례에 명시된 5급 공무원의 승진권한이라도 100% 행사하고 있을까 하는 부분에서도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크다.
인사권한이 5급이 됐든, 4급이 됐든, 주어진 권한을 소신있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어쩌면 지금 행정시장들이 바라는 최고의 희망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도지사와의 교감 없이는 조례상에 주어진 권한조차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현실.
형제간이나 부자간에도 나누지 않는다는 권력을 균형있게 배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나,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특별자치를 완성하겠다는 민선 5기 도정이 과감하게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 한 일이다.
기초자치단체 수준의 사무이양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사권 하나만이라도 약속한대로 이양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까.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