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제 논란 '팽팽'..."도입 어렵다면서 왜 넣었나?"
상태바
행정체제 논란 '팽팽'..."도입 어렵다면서 왜 넣었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정체제 개편 용역 주민설명회, 주민들 우려 제기 '빗발'
"도지사 권력배분 돼야" vs "관 주도의 용역일뿐" 맞서

제주특별자치도에 맞는 행정체제 모형을 선정하기 위한 주민설명회가 시작된 가운데, 새롭게 제시된 모형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표출됐다.

그동안 도지사에게 몰려있던 권력을 배분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는 의견이 개진되기도 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행정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관제용역'일 뿐이라며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고충석)는 31일 오후 2시 이도1동 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행정체제 개편 방향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제주시 일도1.2동, 이도1.2동, 건입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뤄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강경식 의원을 포함한 100여명의 주민이 자리했다.

# 3가지 구성안 제시...'무게중심' 어디에 쏠렸나?

연구 용역의 책임자인 최영출 충북대학교 교수는 △행정시장 직선제안 △읍면동 자치강화안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안으로 압축된 3가지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해 설명했다.

최 교수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주민이 시장을 선출하되 기초의회는 구형하지 않는 안"이라며 "시장의 지위와 권한은 높일 수 있고, 제주특별법 조례에 의해 시장 권한도 특별자치도 이전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직선제의 경우 특별자치도 설치의 취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법적인 제약이 적고 중앙정부와 국회의 동의를 얻기 쉬워 정치적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행정체제 모형을 선정하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가 행정체제 모형을 선정하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시장직선제의 단점으로는 "행정시에 대한 현재의 감사.견제 체계 등이 보완돼야 하고, 시장과 도지사와의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고 꼽았다.

두번째 안인 읍면동 자치강화안과 관련해서는 "생활민원에 대한 도의 권한이 읍면동에 이양되면서 주민참여를 확대할 수 있고,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지방행정체제개편의 방향과 부합해 지지를 얻기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자치강화안의 단점에 대해서는 "주민이 선출한 읍.면.동장간에 마찰이 발생할 수 있고, 제주도와 제주시, 읍.면.동 간의 인력이 중복되면서 행정의 비효율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기초자치의회 구성안대해서는 "자치권을 가진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함으로써 주민의 의사와 직접 참여에 의한 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가 부활되면"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 취지를 훼손할 수 있어 제주도만의 특례근거가 없어지고 지위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초자치단체와의 정책 갈등과 대립을 초래하고 일관된 정책추진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가지 안의 장단점을 짚은 최 교수는 "논란이 되지 않기 위해 각 안의 설명에 대한 시간적인 안배조차 고려했다"고 밝혔다. 특히 '행정시장 직선제'를 강조하며 일방적인 결과를 몰아간다는 지적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행정시장 직선제의 단점과 기초자치단체의 단점 설명에 있어서 '무게중심'의 차이는 남아 있었다.

# "도입하기 어렵다는 대안...같이 제시한 이유가 뭐요?"

주민들도 이를 의식한 듯 질문공세를 이어갔다.

일도1동 주민 김영순씨는 "시장직선과 기초의회 구성안에 대해 설명했는데, 특별자치도의 권한이 사라진다고 하면 추진할 수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최 교수는 "용역진이 아닌 개인적인 견해"임을 거듭 강조한 후 "3번째 안을 적용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피력했다.

최 교수는 "아직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의 권한을 모두 이양받지는 못했지만, 제주도의 경우 국세 1%를 내면서 3%의 교부세를 받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제주도에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출 충북대학교 교수.<헤드라인제주>
이어 "제주도의 경우 인구 50만명에 공무원은 5000명에 달하는데 반해 수원시의 경우 인구 110만명에 공무원의 수는 2300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특례를 받고 있는 제주도가 다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겠다고 하면 정치권을 설득한다는 것은 쉽지않다"며 "제주도 행정체제는 논란거리가 되면 될수록 불리하다"고 말했다.

답변을 전해들은 김씨는 "그렇다면 왜 이 대안을 함께 제시한 것이냐"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도 없으면서 주민들한테 설명하는 이유가 뭐냐"고 캐물었다.

실현 불가능한 안을 함께 제시하는 것은 구색을 맞추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최 교수는 "지역정가에서 기초의회 설립하자는 내용이 있는데 빼버리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서 넣었다"며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안을 제시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 "행정체제 개편 논의, 관이 주도한 '관제용역'에 불과해"

현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관이 주도한 '관제용역'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건입동 주민 김병언씨는 "특별자치도가 되고 현 행정체제가 개편된지 겨우 6년이 지났을 뿐인데 도지사가 바뀌었다고 벌써 바꾸려 하느냐"고 입장을 피력했다.

김씨는 "6년전에도 행정체제 도입을 위해 주민투표까지 했는데, 백년대계라는 제도를 너무 쉽게 바꾸는 것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당시 투표에 나섰던 주민들은 뭐가 되느냐"고 지적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행정체제 모형을 선정하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가 행정체제 모형을 선정하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강경식 도의원.<헤드라인제주>
그는 "문제가 있다면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고쳐야 하는 것이지, 제주도가 나서서 바꾸겠다고 나서면 '관제용역'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자 답변에 나선 최 교수는 "연구에 첨여한 교수들이 관제용역에 동원될만큼 어수룩하지 않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최 교수는 "우리도 학자로서의 명예가 걸려있이 때문에 해달라고 하는대로 용역을 해주지 않는다"며 "연구 용역진들간의 의견차이가 있을수는 있지만 제주도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용역의 결과가 제주도가 원했던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간다는 의혹에 대해 일축한 것.

그는 "일부 언론에서도 관제연구라는 표현을 사용했던데 명예훼손으로 문제를 제기할 생각까지 했다"며 "그러한 표현은 삼가해 달라"고 말했다.

# 강경식 의원 "필요하다면 국회.정부 눈치 봐서는 안돼"

함께 자리했던 제주도의회 강경식 의원은 기초의회 구성안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꼬리표가 달렸다 하더라도 필요하다면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현재도 특별자치도는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며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권한을 지방에 넘겨주겠다고 했었지만 지금 제대로 흘러가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특별자치도의 목적이 4개시.군을 하나로 묶는 것은 아니지 않았나"라며 "현 행정체제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소하는데 시장직선제나 읍면동 자치강화안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강 의원은 "연구진은 국회를 설득시킬 수 없다고 몰아가는데, 이는 국회나 정부가 아닌 도민들이 선택할 문제"라며 "풀뿌리 민주주의가 훼손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고충석 위원장 "짜여진 각본? 뭐가 아쉬워서?"

한편, 고충석 위원장은 '짜여진 각본'대로 행정시장 직선안을 도입하려 한다는 의혹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고 위원장은 "행정체제 모형이 공개되고 언론에서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둥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뭐가 부족해서 우리가 그러겠나"라고 말했다.

고충석 위원장.<헤드라인제주>
그는 "이번 용역은 위원회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일 뿐"이라며 "용역 책임자를 비롯해 연구진들도 모두 이만한 인물들이 없다"고 주장했다.

용역 책임자인 최영출 충북대학교 교수가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 도입 당시 참여했다는 이력을 문제삼은 보도와 관련해서는 "당시 그렸던 특별자치도의 그림은 오늘날의 그림이 아니"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특별자치도 모형은) 공무원이 줄고, 절감되는 예산을 사회복지에 투자하려 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공무원이 늘고 제주도의 부채도 늘어났다"며 "이는 용역진의 책임이 아니라 운영의 책임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30분만에 설명회가 끝났다며 형식에 그친 설명회라고 하던데 너무한 표현"이라며 "참석자들이 수긍하면 질문을 안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불쾌한 심경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한편,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이도1동에서 설명회를 마치고, 이날 오후 4시에는 삼도2동 주민센터에서 삼도1.2동, 용담1.2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이어갔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