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만에" 후다닥 설명회...왜 이런 현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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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만에" 후다닥 설명회...왜 이런 현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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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행정체제개편 설명회 "제주시 40분만에, 서귀포 30분만에"
'행정시장 직선제' 부각 설명...질문자 각 1명 겨우겨우 체면치레

제주특별자치도의 새로운 행정체제 모형을 선정하기 위한 주민설명회가 30일 시작된 가운데, 시종 맥빠진 분위기 속에 후다닥 진행되면서 자칫 형식적 절차로 이어질 우려를 갖게 한다.

특히 새로운 행정체제 개편 모형으로  '행정시장 직선제'를 유난히 강조하면서, 이미 '정답을 정해놓고'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의구심도 표출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고충석)는 30일 오전 11시30분 서귀포시청 대회의실에서, 오후 4시에는 제주도중소기업지원센터 회의실에서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 주민자치위원을 대상으로 행정체제 개편 방향에 대한 첫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제주시에서 진행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안 도민설명회에 참석한 시민들.<헤드라인제주>
제주시에서 진행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안 도민설명회.<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안 도민설명회.<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안 도민설명회.<헤드라인제주>
서귀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헤드라인제주>
이 설명회는 행정체제개편위가 제주도의 새로운 행정체제 모형으로 어떤 안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도민의견을 듣기 위한 것으로, 그동안 용역 등을 통해 △행정시장 직선제안 △읍면동 자치강화안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안으로 압축된 상황이다.

행정체제개편위는 이 3가지 모형을 갖고 6월까지 20개 권역별로 순회 설명회를 가지며 도민의견을 들은 후,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최적안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7-8월 정책토론회와 공청회를 거쳐 8월말께 최적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이번 설명회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막상 시작된 설명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서귀포시 설명회는 30분만에 후다닥 끝이났고, 오후 4시 열린 제주시 설명회 역시 40여분만에 마무리됐다.

문제는 주최측의 일방향적인 설명만 있었을 뿐, 질문응답이 거의 없었다는 것.

주최측이 "장차 제주 미래발전의 초석이 될 내용인 만큼, 기탄없는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주문했지만 토론은 이뤄지지 못했다.

서귀포시 설명회에서는 주민 1명이 간단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고, 제주시 설명회에서는 질문을 해달라고 3번씩이나 부탁을 한 끝에 한명이 겨우 질문을 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러한 맥빠진 분위기의 결과는 시민들의 관심 부족의 문제도 있지만, 주최측이 이미 '행정시장 직선제'에 무게를 둔 편향성이 보이는데다 설명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을 유도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서귀포시 설명회가 시작된 시간은 오전 11시30분이었다. 12시 점심시간을 감안해 주최측 역시 설명회 시간을 30분 정도로 예상했던 점이 역력하다.

주최측 역시 1-2시간 정도 시간을 들이면서 신랄한 토론식 설명회를 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설명회 내용 역시 사전에 '정답'이 나온 것처럼 첫번째 모형인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상당부분 무게를 두는 듯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연구용역 책임자인 최영출 충북대학교 교수가 3가지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행정체제 개편 설명....기초자치단체 부활은 '단점' 잔뜩....행정시장 직선제는 '장점' 잔뜩

설명회에서 새로운 모형에 대해서는 연구용역 책임자인 최영출 충북대 교수가 직접 나서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지난 행정체제개편 당시 시군폐지 용역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6년만에 다시 새로운 행정체제 개편을 맡게 됐다.

그는 "종전 4개 시군체제의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2006년 7월1일 출범당시 '1도 2행정시 체제'로 출범해 6년 가까이 해왔는데, 행정의 민주성, 주민참여 약화, 행정서비스의 질 약화 등과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면서 "그래서 현재으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안을 생각할 때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해봐야 한다"면서 압축된 3개 모형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최 교수는 행정시장 직선제와 관련해, "시장직선제는 주민이 시장을 직접 선출하되 기초의회는 구성하지 않고 그 기능을 도의회가 수행하도록 하는 안으로, 시장의 지위와 권한이 높아지고, 제주특별법 조례에 의해 시장 권한도 특별자치도 이전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법적, 정치적 실현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의 특별자치도 본래 설치의 기본취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특별법의 개정을 통해 달성할 수 있어 법의 제약이 적고, 정치적인 논쟁을 줄여 정치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나,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이 안의 장점이 많음을 어필한 것이다.

단점으로는 행정시에 대한 현재의 감사.견제 체계 등이 보완돼야 하는 점, 사무처리 및 인사에 있어 도지사와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점, 행정시장이 차기에 도지사에 출마하겠다 라는 등 시장 권한 강화에 따라 도지사 출마하겠다고 하면 정치적으로 갈등관계가 생길 수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장점은 많고 단점은 소소한 부분의 점을 들었다.

현재의 특별자치도 시스템에서 자치예산도 없고, 기초의회가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가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제대로운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시장을 직선으로 뽑고 기초의회를 구성하는 실질적인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내용을 담은 3번째 내용설명에 있어서는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단점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언급했다.

최 교수는 "이 안은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면서 "지방자치법상 특레의 논거는 수도, 대도시, 행정체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제주도는 다른 도와 다른 계층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지금까지 특별자치도라는 명칭을 부여받아왔던 것이나, 기초자치단체가 설치된다면 이 특례근거는 없어지고 지위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단점 설명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기초자치단체와의 정책갈등과 대립을 초래하고 일관된 정책추진이 저해될 수 있다"며 "시.군 갈등이 초래돼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어려울 수 있고, 도의회 역할도 축소된다"고 말했다.

또 "중앙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방향과 맞지 않아 국회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진다"며 "아울러 (정부에서는) 시.군통 합 등을 통해 자치단체의 규모를 키우는 방향을 추진 중인데, 기초자치단체를 만들게 되면 제주특별법이나 지방자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시장 직선제의 단점과 기초자치단체의 단점 설명에 있어서는 분명 '무게의 중심'이 크게 달랐다.

#유일한 질문자도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불가능, 시장직선제 생각하세요?"

제주시 설명회에서 유일하게 질문을 한 김창아 이도2동 주민자치위원장도 이러한 점에 기인해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솔직히 오늘 와서 설명을 들어보니 3안(기초자치단체 부활)은 불가능하지 않나. 그리고 1안(시장직선제)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 역시 최 교수의 설명이 '기초자치단체 부활' 보다는 '행정시장 직선제' 쪽에 맞춰 설명을 한 것으로 인식했음을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시장직선제가 되더라도 재정권, 인사권 등의 권한이 정확히 주어지는 것이냐는 질문이다.

최 교수는 "지금은 주민이 선출한 시장이 아니다 보니까 권한을 주기 어렵다"면서 "그러나 주민이 선출한 경우 주민의 의식이 담겨있고, 공약도 들어있기 때문에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설명회가 맥빠진 분위기 속에 진행된데다, 모형에 대한 설명 역시 '행정시장 직선제'로 맞춰지면서 토론회를 통한 의견수렴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주도는 최종 대안이 마련되면 9월께 도의회의 동의절차를 거쳐 제주특별법 개정 등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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