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표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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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표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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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제주방문, 떨떠름한 도의회
공사중지 요청 '거절'당하고, 원론적 수준 답변 일색

제주해군기지 갈등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18일 제주를 방문했으나 진전된 상황은 '유감 표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날 오전 제주에 도착한 김 총장은 곧바로 제주특별자치도의회를 방문해 문대림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그리고 오전 11시25분께 제주도청으로 이동해 도청 기자실에서 '도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우근민 제주지사와 면담했다.

도의회와 도청 앞에는 해군기지 반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촉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도의회에서 도청으로 이동할 때, 그리고 도청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는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헌병대와 경찰의 삼엄한 경호로 다행히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면담과정에서 김 총장이 분명하게 내놓은 것은 '유감 표명'이다. 유감표명은 미리 예견됐었다.

지난 14일 제주도와 도의회간 정책협의회 과정에서 해군참모총장이 제주를 찾아 유감표명을 할 것이라는 부분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해군기지 사업으로 인해 강정주민 여러분께 고통과 아픔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유감표명에서는 "제주해군기지는 21세기 해양의 시대를 맞아 해양주권을 확립하고 더 나아가 미래 국가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전제가 붙었다.

그는 "이 국가안보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제주사회에 적지않은 부담을 드린 점에 대해서는 해군의 최고 책임자로서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내용을 보면 그동안 우근민 제주지사가 정부측의 입장을 전달했던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도의회가 요구했던 '책임있는 답변'의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제주도의회 앞에 도착하자, 격렬하게 항의하는 강동균 회장. <헤드라인제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제주방문에 맞춰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헤드라인제주>

#"공사중지? 그건 힘들다"...머쓱해진 의회

특히 소송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중지해 달라는 요청은 단박에 거절했다.

면담에서 도의회는 김 총장에게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끝날때까지 일정기간 공사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그건 힘들다"며 사실상 거부입장을 표명했다. 이미 예산은 예산대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고, 그동안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인해 많이 중단하고 지연돼 왔기 때문에 어렵다는 설명이다.

문대림 의장 등이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진행되고 있는 공사를 일정기간 유보해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명했다.

현재 강행되고 있는 해군기지 공사를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현우범 부의장이 질문한 "현재 공사가 착공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은국 제주해군기지사업단장(대령)의 답변을 통해 "공사는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키거나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일정기간 유보시킬 마음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의회 의원들과 면담을 갖고 있는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헤드라인제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에게 제주상황을 설명하며 설득하고 있는 문대림 의장. <헤드라인제주>

#절차적 하자 있다는 도의회 지적에, 직접적 답 피해

문 의장은 "기본적으로 정부 시각이 문제가 있고, 추진 과정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며 "해군기지를 추진하는 부지에 생태, 경관의 변동이 없는 한 국책사업이라도 절대보전지역 변경을 해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해당 부지에 해군기지 추진을 위해서는 제주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는, 그래서 의제조항을 둬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또한 관련 소송이 계류 중에 있어 위법성을 안고 가야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일련의 상황을 재차 언급하며 김 총장을 설득했다.

"2009년 4월 체결된 협약서를 보면 해군기지 지원사업을 위한 지원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협의체 구성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크루즈 시설 등에 대한 '민항'쪽의 내용이 항만 기본계획에 반영조차 안돼 있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자체가 대도민 사기극이라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2009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이 한-아세안 정상회담 참석차 제주를 방문했을 때 해군기지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을 하라고 했었는데, 그렇다면 해군기지와 관련된 정부부처는 지원책을 논의해야 하고 협의체를 구성해야 함에도 총리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한시적으로 협의체가 구성되고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사를 일정 기간 유보해달라."

그러나 김 총장은 "문대림 의장의 말을 도민들의 의견으로 알고 국무총리실과 국방부에 전달하겠다"는 말로 가름했다.

정부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미 1000억 넘는 예산을 책정해 줬고, 절차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데, 소극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폈다.

'민항' 성격의 항만기본계획 변경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거듭된 공사중지 요청에 대해서는 "(해군기지 공사) 중간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인해 많이 중단하고 지연해 왔기 때문에 공사를 일정 기간 유보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계류 중인 관련 소송에 대해서는, "(소송에는) 쌍방이 있기 때문에 법 절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언제 소송이 끝날지 모르는 만큼, 사업을 진행하면서 소송을 빨리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며 이해를 구했다.

결국 도의회는 기본적으로 정부 시각에 문제가 있고,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 취소의결된 점 등을 들어 사업 추진과정에서 절차적 혹은 실체적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으나, 김 총장은 이에대한 직접적 답을 슬쩍 피해나갔다.

#우 지사 '확고한 태도' 요청에도, 원론적 답변

우근민 제주지사와의 면담 때에도 마찬가지다.

우 지사는 "정부가 제대로 된 해군기지 주변지역 발전계획을 만들어 오라고 했지만 어찌보면 책임감 없이 회피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확고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즉, 제주에서 주변지역 발전계획을 만들어 올리는 것과는 별개로 해 정부차원의 구체적 지원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김 총장은 도청 기자실에서 간단히 언급한 것처럼 "제주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주변지역 발전계획을 만들어 제출하면 이에대한 지원을 해나갈 계획"이라는 원론적 입장에 그쳤다.

해군이 강정주민들과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갖고 제주도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달라는 우 지사의 요청에 대해서는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해군이 중심이 돼서 주민과의 대화에 나서는 등 많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주민과의 대화를 가져나갈지에 대한 답은 부족하지만, '대화를 해 나가겠다'는 약속은 한 것이다.

김 총장은 말미에 "미래의 우리 후손들로부터 '해군기지가 정말 잘 건설이 됐구나', '해군기지가 제주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구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우근민 제주지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제주방문에 즈음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헤드라인제주>

#'화가 난' 강정마을..."이젠 싸울 수 밖에 없다"

많은 말들이 오갔지만, '유감표명'에 무게중심을 둔 해군참모총장의 발언범위의 한계는 도의회에 답답함만 더욱 크게 했다.

오히려 유감은 표명하면서도 일시적 공사중지 요청마저 일거에 거절하고, 공사의 계속적 진행을 확실히 밝히면서 의원들은 내심 못마땅해하는 반응이 역력했다.

강정마을 주민들도 크게 화가 난 듯했다. 면담결과를 기다리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오늘 제주도의회가 김 참모총장에게 해군기지 건설공사 중지를 요청했지만 김 참모총장이 이를 거절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싸울 수 밖에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제주방문이 상황을 진전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악화될 개연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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