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조직, 유족채혈 근거 법제화...유해 신원확인 본격 진행
지난 해 초 정부가 한국전쟁 시기 발생한 국가폭력 희생자들의 유해를 화장 후 지역별로 합사한다는 계획을 제시하면서 큰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이러한 '일괄 합사.화장'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유해를 임의로 화장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전담 조직과 유족 채혈을 통한 신원확인 체계를 법으로 보장받게 됐다. 이에 따라 육지부 행방불명된 4·3희생자를 비롯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과거사 정리법) 전부 개정법률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유해 찾기에 본격 나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해를 일괄 화장 후 안치하는 것을 금지했다. 발굴된 유해를 그대로 보존해 유족에게 봉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유해 발굴 전담 부서 신설과 유족 채혈을 통한 과학적 신원 확인 체계도 명시했다.
제주도와 4·3희생자유족회가 그동안 발굴 유해의 임의 처리를 금지해달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해온 내용이 법에 반영된 것으로, 가족을 찾고 있는 4·3 행방불명 희생자 유족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개정으로 제주도는 오는 2월 26일 출범하는 제3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와 협력해 4·3 희생자 명예회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제주도는 진화위와 협력해 2023년부터 도외 민간인 학살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번 법 개정으로 전담 조직과 예산 확보 등이 체계화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는 2월 3일 도외에서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5명의 유해를 고향 제주로 봉환할 예정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4·3 희생자의 실질적인 명예회복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행방불명된 마지막 단 한 분의 유해를 끝까지 찾고, 4·3 희생자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 국가 폭력의 아픔을 치유하도록 행방불명인 신원 찾기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안 통과를 계기로 과거사의 상처를 씻고 화해와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제주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을 발의한 김성회·용혜인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과 국가폭력 피해자 및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함께 힘써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대전 골령골 학살지에 들어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에 전국 각 지역에서 발굴된 약 4000여구의 유해를 지역.사건별로 화장해 합사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들 유해에는 제주4.3 당시 육지 형무소 등으로 끌려간 4.3희생자들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제주4.3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해 왔다.
결국 정부는 "유족회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안치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일괄 합사 방침을 철회했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