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테마축제 전통은 유지하나 빛과 조명으로 불 형상화"
'불' 없는 축제라면서...대규모 달집 태우기.횃불대행진, 대량 화약투입

개최 시기와 방법을 놓고 많은 논란이 이어지며 일시 중단됐던 제주들불축제가 2년 만에 다시 열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는 폐지하고, 불 대신 빛과 조명을 활용해 불을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주시는 '2025 제주들불축제'를 오는 3월14일부터 16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축제의 주제는 '우리, 희망을 피우다'로 정해졌다. 제주 목축문화와 방애를 상징하는 '불'을 테마로 한 축제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으나, 축제의 콘텐츠는 전면 달라진다.
우선 존치 여부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이어졌던 '오름 불놓기'는 폐지한다. 대신 빛과 조명 등으로 새별오름을 수놓아 불을 형상화하는 미디어아트 방식으로 펼쳐진다.
세부 일정을 보면, 첫째 날은 삼성혈에서 희망불씨 채화를 시작으로, 희망기원제, 각종 경연대회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축제의 흥을 올린다. 저녁 시간대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희망불 안치 퍼포먼스와 함께 ‘희망, 틔우다’를 주제로 한 공연이 진행된다.
둘째 날에는 기존의 오름 불놓기 대신, ‘희망, 오르다’를 주제로 세계적인 음악가 양방언을 포함한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함께 미디어파사드, 빛, 조명, 불꽃 등으로 디지털 연출기술을 활용한 불놓기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셋째 날에는 '희망, 잇다’를 주제로 청소년가요제, 새희망 묘목 나눠주기 등이 진행되고, 들불큰장(특산물 할인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축제 기간에는 새별오름 등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오름 등반객을 위해 자연의 소리와 함께하는 '사운드스케이프'가 선보이고, 저녁시간에는 '썬셋트래킹’, ‘나이트트래킹’ 등이 진행된다.
부대행사로 '제주 민속놀이 전국대회'도 개최된다.
김완근 제주시장은 "제주의 정체성과 생태 가치를 지키고, 시민참여 축제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기 위해 전 부서가 협력하여 축제의 완성도를 높여나가겠다"면서 "2025 제주들불축제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첫해인 만큼 제주를 대표하는 희망과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불' 없는 친환경 생태축제라면서...대량 화약 투입 '불꽃쇼'
그런데 이날 제주시가 언론에 배포된 홍보자료에서는 시종 '불' 없는 친환경 생태축제를 하는 점을 강조면서도, 실제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불이 사용되는 '달집 태우기'도 규모를 크게 해 이틀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횃불대행진도 첫째 날과 둘째 날 이틀 연속 열린다.
특히 지난해 제주도의회 예산안 심의에서도 많은 논란이 됐던 대량의 화약을 투입해 이뤄지는 '불꽃쇼'도 그대로 강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는 달집태우기와 횃불대행진에 대해 "소규모 불로 축제의 정체성을 이어 나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배포한 설명자료에는 불이 사용되는 축제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히 빠져있어 그 배경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불꽃쇼 연출과 관련해서는 "친환경 불꽃 등을 축제 운영에 필요한 부분에만 최소한으로 투입하고, 관련 법령을 준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으나, 기존 오름 불놓기에 대해 산림법 위반이라고 하면서 불꽃쇼는 문제 없다는 식의 모순된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 제주 대표적 문화관광콘텐츠 들불축제, 왜 논란이 됐나
한편, 제주의 대표적 문화관광축제로 꼽히는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부터 개최돼 왔다. 제주 최대의 노동력이던 말과 소의 건강한 양축을 위해 방목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늦겨울에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와 새해 첫 정월대보름 액막이와 소원기원 의례를 관광·문화적 측면에서 재현한 축제다
그러나 지난해 오름 불놓기 폐지가 결정되면서 축제는 중대 위기를 맞았다. 오름 불놓기 페지는 지난 2023년 3월 개최된 들불축제가 국가적 산불위기로 인해 '불'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각종 공연 및 줄다리기, 듬돌들기 등과 같은 경연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나, '불'이 빠진 '반쪽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의미를 강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불' 없는 들불축제가 작년이 처음이 아니라 종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데 있다. 2022년에도 육지부 산불 재난상황으로 인해 들불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1997년 처음 축제가 시작된 후 산불위험과 강풍, 코로나19 등으로 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사례는 8차례에 이른다. 이중 3번은 '불' 없는 축제로 진행됐다.
여기에 제주도가 추진하는 기후 변화시대 탄소없는 섬 정책과 맞지 않은 축제라는 점도 존폐 논란을 달아오르게 했다.
결국 제주시는 지난 2023년 숙의형 원탁회의 결과를 반영해 오름 불놓기를 폐지하는 한편, 2024년 축제를 전면 취소하고 '불' 없는 축제 재설계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해 애월읍 지역 주민들의 청구로 발의된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서는 오름불놓기와 달집태우기를 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도의회는 지난 해 10월 임시회에서 이 조례안을 통과시켰는데, 제주도는 산림법 위반 등의 이유를 들어 재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는 숙고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재의요구 조례안에 대한 표결을 일단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