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발주한 제주시청도 책임있는 조치 나서야"
지난 7월 제주시 구좌읍 문화재 표본조사 현장에서 토사가 붕괴돼 노동자 1명이 사망한 가운데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유족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2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본조사는 안전관리계획서 없이 임의로 시행됐다"며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85일이 되었지만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는 더디기만 하다"며 "그러나 이미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는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좌읍 문화재 발굴은 안전관리계획서 없이 임의로 시행됐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은 붕괴위험이 높은 발굴현장에서는 지반과 토사의 상태를 확인하고, 굴착 깊이는 1.5m가 넘지 않도록 하며 경사면을 수직이 아닌 사선으로 유지하는 등 사업주에게 안전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그러나 사고가 벌어진 구좌읍 문화재 발굴현장에서는 2.5m 깊이로 수직 굴착이 이뤄졌지만 안전관리계획서 없이 발굴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화재 조사 현장에서 지난 5년간 똑같은 사고가 수차례 발생했다. 5년간 1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그런데 지난 11일 경찰은 용역업체 관계자 2명만 송치했다. 원청인 제주시 책임은 없느냐"고 비판했다.
또 "기본적인 안전조치만 이뤄졌더라도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며 "이 사업을 발주한 원청 제주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 ㄱ씨는 "올해 69세인 어머니는 암 선고를 받은 남편의 병수발을 하며 쉴새없이 미싱일을 하며 힘든 삶을 사셨다"며 "평생 고생만 했던 우리 엄마도 노년의 삶만큼은 행복하게 살고 계셨지만 사고 당일 통화가 엄마와의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가 했던 문화재 발굴은 노인일자리라고 들었다. 노인일자리라고 하니 당연히 안전이 보장된 환경일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사고 현장은 안전장치 하나 없었고, 흙이 무너지면 작업자들이 대피할 공간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엄마가 허망하게 돌아가신 이후 잠을 잘 수도 없고, 밥도 입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다시는 우리 엄마와 같은 사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한 노인 일자리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가해업체대표, 시청 측 관련자를 포함하여 촘촘한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달라"며 "특히 발주처인 시청에서 규정과 절차를 준수했는지 명백히 밝혀 주시고, 잘못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월 2일 오후 1시 25분쯤 제주시 구좌읍에서 문화재 표본 조사를 하던 60대 여성 ㄴ씨와 70대 남성 ㄷ씨가 토사가 붕괴돼 매몰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ㄴ씨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119에 의해 신고 접수 20여분만인 1시 40분쯤 구조됐으며, ㄷ씨는 자력으로 탈출했다.
구조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ㄴ씨는 응급처치를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한편, 경찰은 최근 도내 모 연구소 관계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