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되고 무질서로 얼룩진 가을철 제주...오름과 숲길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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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되고 무질서로 얼룩진 가을철 제주...오름과 숲길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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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들로 붐빈 오름, 바닥 파이고 억새 뭉개지고 훼손 심각
무질서 주차에 교통도 혼잡...한라산 입장권 매매 또다시 기승
매 시즌마다 반복되는데, 환경단체 "근본적인 관리 방안 부재" 
ⓒ헤드라인제주
지난 7일 방문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소재 대록산(큰사슴이오름). 바닥이 파여 암반이 드러나 있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가을철 제주를 만끽하기 위해 도내 주요 단풍, 억새 명소로 인파가 몰리면서 자연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무질서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오름은 바닥이 파이고 억새가 짓밟히는 모습을 보였고, 막무가내 주차로 인해 도로는 극심한 혼잡이 벌어졌다. 올해 초 문제가 된 한라산 입장권 중고거래도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름다운 제주를 즐기러 오는 이들은 끊이질 않으나, 자연보호와 질서 유지를 위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근본적인 관리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이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살펴본 가을철 제주 주요 명소들은 올해도 매 시즌만 되면 반복되는 자연 훼손, 무질서로 수난을 겪고 있었다.

◇대록산.금오름, 바닥 보이고 억새 짓밟히고...훼손 가속화 

지난 7일 방문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소재 대록산(큰사슴이오름)은 새별오름, 산굼부리에 버금가는 제주 대표 억새 명소다. 

하지만 이날 대록산의 훼손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수많은 탐방객이 방문하면서 바닥은 깊게 파여 암반이 훤히 드러났다. '인생샷'을 찍기 위해 억새를 짓밟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관리하는 사람과 산책로 매트 등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물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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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방문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소재 대록산(큰사슴이오름). 바닥이 파여 암반이 드러나 있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지난 6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금오름. 바닥이 전부 드러나 있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지난 6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금오름. 바닥이 전부 드러나 있는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로부터 제보받은 지난 6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금오름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금오름은 도내 360여 개의 오름 중 훼손이 가장 심각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분화구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탐방객들이 산책로를 이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제주참여환경연대에 따르면 이날 금오름을 방문한 이들은 많지 않았으나, 일부 탐방객들은 여전히 분화구 비탈길을 따라다녔다. 그로 인해 화산송이 바닥의 2~3차 훼손이 일어나고 있었다.

◇천왕사.한라산둘레길 무질서 주차...또 시작된 한라산 입장권 매매

지난 6일 제주시 노형동 소재 천왕사 인근 도로는 고즈넉한 사찰 분위기와 대조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절 뒤편으로 넓게 펼쳐진 단풍을 보고자 많은 이들이 방문했는데, 좁은 길 양 반면으로 차량들이 무질서하게 주차하면서 극심한 혼잡이 벌어졌다. 차량들은 연이어 클랙슨을 울리는가 하면, 시민들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등 위험한 상황도 목격됐다.

이날 제주 대표 산책코스인 한라산둘레길 1구간 인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마땅히 주차할 장소가 없자 차량들은 막무가내식으로 숲 가까이까지 무리하게 진입했다. 자치경찰단에서 교통정리에 나섰으나, 수많은 차량들을 일일이 통제하기에는 여력치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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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제주시 노형동 소재 천왕사 인근 도로. 무질서한 주차로 인해 교통혼잡이 벌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중고거래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매매되고 있는 한라산 성판악 및 관음사 입장권. ⓒ헤드라인제주
중고거래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매매되고 있는 한라산 성판악 및 관음사 입장권. ⓒ헤드라인제주

올해 큰 논란을 일으켰던 한라산 성판악 및 관음사 입장권을 중고매매하는 일도 다시 발생하고 있다. 한라산 탐방예약제는 매 시즌만 되면 급격히 늘어나는 탐방객들로부터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그런데 지난 1일 중고거래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최근 한 달 동안 "한라산 입장권 삽니다"라는 글이 여러 건 게시돼 있었다. 가을단풍을 보기 위해 사람이 몰리자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돈을 주고 입장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앞서 올해 초, 겨울 한라산의 절경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같은 일이 발생한 바 있어 관리 당국은 신원확인 강화와 함께, 거래 적발 시 1년간 입산금지 조치 등를 시행했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백에서 수천 명의 탐방객이 방문하는 것에 비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모든 이들을 통제하기가 어렵게 되자,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또다시 나타난 것이다.

◇실효성 있는 조치 턱없이 부족..."근본적 관리 방안-컨트롤타워 부재"

제주도는 ‘자연휴식년제' 등 오름 훼손 방지를 위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송악산, 백약이오름, 방안물찻오름, 도너리오름, 문석이오름, 용눈이오름 등 6곳의 오름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또 각 행정시별로 훼손 우려와 탐방객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있는 오름 및 주요 자연명소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점검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시즌만 되면 혼잡해지는 도로를 통제하기 위해 자치경찰단에서도 지속적인 순찰 및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곳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 암암리에 불법으로 오름을 훼손하고 개발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오름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관리 부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논의하고 있는 여러 제도들에 앞서 보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및 이를 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제주시 노형동 소재 천왕사 인근 도로. 무질서한 주차로 인해 교통혼잡이 벌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6일 제주시 노형동 소재 천왕사 인근 도로. 무질서한 주차로 인해 교통혼잡이 벌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현재 도내 오름들은 각 행정시별, 부서별로 나눠서 관리되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각 오름의 상황이 어떠한지에 대한 기본적인 모니터링이 안되고 있고, 근본적인 관리 방안도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장 절실한 것은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후 각 오름별로 어떻게 관리할지, 예산을 배분할지, 탐방객을 얼마나 받을지 등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현재 제주도가 과연 오름 및 자연 명소를 보존하기 위해 진솔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전통적인 방식이면 모를까 흑색화약으로 불을 지르는, 환경에 굉장히 치명적인 새별오름 축제, 사유지 매입에 수동적인 모습, 환경을 말하면서도 기업유치에 더 적극적인 모순적인 태도를 보면 제주도의 본심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매 시즌마다 반복되는 자연파괴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도 "제주도가 생태계 직불제, 자원 총량제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보다 시급한 것은 사유지 매입 계획,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보전 계획 등 근본적인 대책들"이라면서 "그런데 과연 행정이 그런 의지를 갖고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새별오름 같은 경우 현재 훼손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최소 11월부터 3개월간 인원 제한이 이뤄져야 하는데 되려 각종 축제를 개최하는 등 관광객을 끌어모을 생각만 하고 있다"며 "오름 보전은 안중에도 없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자연휴식년제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풍선효과로 인해 다른 오름들로 사람들이 몰려가고 있다. 체계적이고 면밀한 관리 방안이 없는 것"이라며 "관리 의지, 조치들이 매우 부족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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