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상생 화해 공동선언식은 국가공권력 꼼수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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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상생 화해 공동선언식은 국가공권력 꼼수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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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평화네트워크 "부끄러운 날, 5월 31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가 31일 오전 10시 강정 크루즈터미널에서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을 개최하겠다고 예고하자,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및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 강정평화네트워크가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강정평화네트워크는 30일 성명을 내고 "강정상생화해 공동선언식은 국가공권력의 꼼수 시도"라며 정면 반박했다.

이 단체는 "제주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이 해군기지 건설과정의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한다고 한다"며 "강정마을회는 이번 선언식에서 2025년까지 5년 동안 매년 50억 원씩을 받기로 서명할 것이고, 도의회는 행정자치위원회 심의를 거쳐 6월 9일 협약안을 의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을 곳곳 상생하고 화합하자는 언어들 속에, 외부세력은 마을에서 떠나라는 현수막도 함께 걸렸다"며 "가해자 국가와는 화합할 수 있어도 의견이 다른 이웃과는 함께 살 수 없다는 말이 부끄럼 없이 내걸렸는데, 공동체, 회복, 사과, 상생, 그리고 미래가 완전히 다른 언어로 둔갑 된, 오늘 2021년 5월 31일은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운 날이다"고 성토했다.

또 "드디어 국가는 폭력을 완성하고, 마을은 기꺼이 동료 주민과 시민들 사이에서 그 자신을 분리하며 특별한 존재로 부상했다"며 "피해 당사자성을 획득해 논의의 유일한 당사자가 되었다. 이로써 5월 31일, 오늘은 모두가 패배한 날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강정마을은 군사기지가 초래할 세계공동체적 문제를 일거에 외면하고, 모든 피해자 권리를 자신들의 것으로 소급했다"며 "공권력은 회복이라는 미명에다 돈 잔치로 인간의 긍지마저 약탈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것을 우리는 ‘기만’이라고 한다"며 "기만이란, 사과할 상대나 의논할 상대를 교묘히 속여 자신의 계략이나 잘못을 인지할 수 없게 하는 술수를 뜻하는데, 바로 강정의 오늘 이 자리가 그것이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부끄러운 날, 2021년 5월 31일, 우리는 국가폭력을 재반복하려는 국가공권력의 꼼수 시도에 강력히 저항하며, 국가가 진정 사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인정하는 그 잘못을 복구시키지 않고, 진실을 규명하지 않은 채 돈 몇 푼으로 굴복을 받아내는, 이런 저열한 습관으로는 절대로 저항이 끝날 수 없다는 것을 경고할 것"이라며 이날 행사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한편,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도 이번 행사와 관련해 규탄하고 나선 가운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강정평화네트워크는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이 열리는 오는  31일 오전 9시30분 강정마을 크루즈터미널 입구에서 공동선언식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강정평화네트워크 성명 전문]

부끄러운 날, 5월 31일

2021년 5월 31일 오늘, 강정마을회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와 함께 ‘상생 화합 공동선언식’을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제주도의회 의장이 해군기지 건설과정의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한다고 한다. 강정마을회는 이번 선언식에서 2025년까지 5년 동안 매년 50억 원씩을 받기로 서명할 것이다, 도의회는 행정자치위원회 심의를 거쳐 6월 9일 협약안을 의결할 것이다.

마을 곳곳 상생하고 화합하자는 언어들 속에, 외부세력은 마을에서 떠나라는 현수막도 함께 걸렸다. 가해자 국가와는 화합할 수 있어도 의견이 다른 이웃과는 함께 살 수 없다는 말이 부끄럼 없이 내걸렸다. 공동체, 회복, 사과, 상생, 그리고 미래가 완전히 다른 언어로 둔갑 된, 오늘 2021년 5월 31일은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운 날이다. 드디어 국가는 폭력을 완성하고, 마을은 기꺼이 동료 주민과 시민들 사이에서 그 자신을 분리하며 특별한 존재로 부상했다. 피해 당사자성을 획득해 논의의 유일한 당사자가 되었다. 이로써 5월 31일, 오늘은 모두가 패배한 날이 되고 말았다.

국가공권력은 변하지 않았다. 국가구성원에게 외부세력, 빨갱이, 불순분자 이름 붙여 학살했다. 1980년 ’광주‘가 그러했고, 이 섬 ’4.3‘이 그러했다. 이 모든 폭력이 당시엔 국가의 묵인하에 이뤄졌고, 또한 합법적이었다. 강정의 일이 특히 그랬다. 지금은 공권력이 사과하지만, 그때는 공권력이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불법의 굴레를 씌웠었다. 그것을 근거로 입을 틀어막고, 때리고, 가두어 지은 것이 저 해군기지다. 절차 그 자체가 언제든지 요식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걸 무려 14년 동안 겪었다. 그런데도 대체 이 비극은 왜 천 번 만 번 반복되는가?

국가가 한 번씩 공동체 회복을 말할 때마다 공동체는 흔들렸다. 공동체는, 특정한 사회적 공간에 2007년 이전부터 거주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공통의 가치와 유사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회복이란, 범죄행위를 돈으로 갚거나 받아서 없던 일로 퉁 치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과정을 뜻한다. 그러나 강정마을은 군사기지가 초래할 세계공동체적 문제를 일거에 외면하고, 모든 피해자 권리를 자신들의 것으로 소급했다. 공권력은 회복이라는 미명에다 돈 잔치로 인간의 긍지마저 약탈했다. 이것을 우리는 ‘기만’이라고 한다. 기만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지금 여기 오늘 강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기만이란, 사과할 상대나 의논할 상대를 교묘히 속여 자신의 계략이나 잘못을 인지할 수 없게 하는 술수를 뜻한다. 바로 강정의 오늘 이 자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기억하자. 오늘 공권력이 이렇게라도 사과하는 것은 계속 질문하고 싸웠던 자들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것을.

부끄러운 날, 2021년 5월 31일. 우리는 국가폭력을 재반복하려는 국가공권력의 꼼수 시도에 강력히 저항하며, 국가가 진정 사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려 한다. 인정하는 그 잘못을 복구시키지 않고, 진실을 규명하지 않은 채 돈 몇 푼으로 굴복을 받아내는, 이런 저열한 습관으로는 절대로 저항이 끝날 수 없다는 것을 경고하려 한다.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돈 잔치로 국가권력과 마을 권력이 진실 지우기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우려하며, 강정의 아픔이라고 표현하는 그 일이 어떤 과정에 의해 어떤 일들이 쌓여 만들어졌는지 기억하자고 제안한다. 무엇보다 ‘과정의 정의'가 실종된 것에 대해 싸워왔다는 점을 환기하고자 한다.

이 비극을 멈출 수 있게, 진상을 규명하라. 똑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게 진실을 드러내라. 이 진실 앞에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동의할 때, 그때야 비로소 회복은 시작될 것이다. 그 순간이야말로 미래가 시작되는 첫 순간인 것이다. 미래를 원한다면, 기만적인 상생 화합 쇼를 멈추고, 돌아보라 겸허하게. 지금 여기 우리를.

2021년 5월 31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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