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 개발사업 관련 환경단체 '반대 무력화' 금품로비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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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개발사업 관련 환경단체 '반대 무력화' 금품로비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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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반대하는 강도 줄여달라'며 금품로비 시도"
"기업윤리마저 포기한 사업자 규탄...송악산 개발 철회하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송악산 개발사업 관련 금품로비 시도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환경운동연합이2일 기자회견을 열고 송악산 개발사업 관련 금품로비 시도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웅 사무처장, 김정도 국장, 문상빈 대표.ⓒ헤드라인제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청정제주 송악선언'의 실천조치 1호를 통해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개발사업의 '불허'를 공식화한 지난 2일, 모 업체 대표가 환경단체의 송악산 개발 반대운동 수위 조절을 회유하며 금품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3일 오후 3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모 업자의 환경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금품로비 시도 사실을 폭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사업측이 환경단체 활동가를 만나 로비를 시도한 것은 지난 2일. 

원희룡 지사가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법으로 경관 사유화 및 환경훼손을 막아내겠다는 송악선언 실천조치 1호를 발표한 날이다.

최근 모 업체 대표 A씨는 이 단체 활동가에게 연락해 만남을 요청했고, 2일 만난 자리에서 금품로비를 시사하며 반대운동 강도 조절을 회유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원 지사의 실천조치 발표로 송악산 개발사업이 어렵게 됐으나, 사업자의 생각은 다른 듯 하다"며 "사업자는 송악산 개발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를 상대로 반대 활동을 무마하기 위한 로비를 시도하는 등 사업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난 자리에서 A씨는 사업자 측으로부터 우리단체 활동가와 또 다른 도내 환경단체 활동가 두 명을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A씨가 송악산 개발사업의 직접적 관련자가 아니라, 사업자측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풀이됐다. 

그러면서, A씨가 '실탄'이라는 표현으로 금품로비 의향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A씨는 '(도내 환경단체 활동가) 두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면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실탄을 줘야 할 것 아니냐’고 사업자에게 얘기했다며 우회적으로 금품 로비를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를 만난 우리단체 활동가는 '이미 이 사업은 원희룡 지사가 개발사업 반대입장으로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사업추진이 어려운 상황으로 본다'고 얘기했다"며 "그러자 A씨는 ‘자기가 보기에는 환경단체만 도와주면 제주도는 사업자가 알아서 한다는 것 같다’며, ‘사업자 측이 얘기하는 것은 환경단체에서 반대하는 강도를 줄여달라는 얘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의 요구 핵심은 제주도정은 사업자가 알아서 할테니, 환경단체에서는 반대하는 강도를 줄여달라는 부탁인 셈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송악산 개발사업 관련 금품로비 시도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송악산 개발사업 관련 금품로비 시도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 단체는 "사업자의 부탁을 받았다는 A씨는 교통사고를 예로 들면서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결국 돈으로 합의를 본다’며, ‘환경단체들과 사업자 측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데 어느 정도의 실탄이면 되겠냐’며 직접적으로 금품 로비를 시도하기도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업자 측이 환경단체를 상대로 한 이번 로비 시도는 개발사업을 위해서 도덕성과 기업윤리마저 내팽개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성토했다.

이어 "어제 원 지사의 발표에 대한 언론기사를 보면 사업자는 토지를 팔 생각이 없으며, 사업을 끝까지 정상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사업자가 선택한 사업추진의 방식이 이러한 도민여론을 잠재우고, 환경단체의 활동을 무마하는 등 부정한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면 이는 결코 도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에 우리는 사업자 측의 부정한 로비 활동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당장 사업 철회를 선언할 것을 요구한다"며 "환경단체의 활동을 무마하기 위한 부정한 로비에 대해서 공개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사업자의 이러한 부정행위를 직시하고, 개발사업 절차를 즉각 중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사업자측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금품로비 시도를 한 것으로 지목된 A씨는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을 하자, 환경단체 관계자를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뉴오션타운 사업자의 부탁을 받아 만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송악산 개발사업과 관련해) 해외자금이든 외지자본이든, 제주도 쪽으로 조금이라도 유치를 할 수 있는 길이 있는가 알아보기 위해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이어 "(뉴오션타운 사업자인)신해원이라는 회사도 어제 처음 알았고, 그 사람(환경운동연합 활동가)에게 들었다"면서 "서울에서 송악산 사업과 관련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받아서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을 긴급히 마련한 환경단체에서는 A씨가 사업자측의 부탁을 받고 만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부탁을 한 내용의 정황을 보면 사업자측으로 볼 개연성이 커 A씨의 해명은 뭔가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다.

이번 금품 로비 폭로와 관려해, 사법당국이 수사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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