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조건부 동의' 발언 설전..."편법이자 꼼수"vs"상호존중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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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조건부 동의' 발언 설전..."편법이자 꼼수"vs"상호존중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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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수 의원 "법에는 '동의-부동의'뿐...의회와 갈등 자초"
제주도 "예산 부결로 도민 불편 경험...상호 존중 차원 결정"

지난 12일 진행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415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오영훈 지사가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한 동의 여부에 대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동의한 대로' 동의했다고 발언한 것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20일 열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철남)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동수 의원(일도2동을)은 "오 지사가 '예결위에서 합의한 대로 동의한다'라고 발언했는데, 예산부서가 도지사에게 편법을 쓰도록 이끌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예산의 심의.의결권은 도의회에 있다"며 "자치단체장이 이 예산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재의요구 및 대법원 제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도정질문에서 오 지사는  '예결위에서 합의한 대로 동의한다'라고 발언했다"며 "이 것은 예산안을 동의한 것인가, 부동의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문정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예산의 심의.의결 과정에서 최종적인 의견은 동의와 부동의만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며 "당시 (오 지사의)답변으로는 사실상 조건부 동의"라고 답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도의회 본회의 예산안 최종 의결에서 조건부 동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어디 있는가"라며 "분노하는 부분은, 지사님이 이런 아이디어를 본인이 직접 발굴한 것이 아닌, 당시 예산부서에서 코멘트를 줬을 것으로, 왜 이런 편법을 쓰도록 이끌어 가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허 실장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고, 한 의원은 "그러면 지사님의 아이디어로 '예결위에서 합의한 대로 동의한다'고 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허 실장은 "제가 (2023년도 예산안 심사)당시의 기획조정실장은 아니었지만, 제 생각으로는 과거 예산이 부결됐던 경험도 있고 재의를 했던 경험도 있는데, 그 결과로 도민 불편만 가중된 바 있다"며 "그런 부분에서 의회와 상호 존중 차원에서 결정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상호 존중을 넘어서, 우리는 법에 규정된 방향을 따라야 한다"며 "예산안에 대해 본회의에서 동의와 부동의 두 가지만 있는데, 조건부 동의라는 식으로 해 버려서 의회와의 갈등을 오히려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 실장은 "말씀하시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앞으로 그런 부분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예산안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법에서 정한 대로 재의 요구를 하고, 그게 안되면 대법원에 제소를 하면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고, 허 실장은 "그런 절차 보다도, 도와 도의회가 상호존중의 틀 안에서 협의하며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상호 협의하며 조정을 하고, 최종 단계에서 동의나 부동의를 해야지, '예결위에서 합의한대로 동의한다'고 표출하면, (규정을)피해가는 지사님이 된다"며 "지사님이 정당성을 갖게 해 달라. 이런식으로 하면 도민들은 (도지사가)'편법을 사용하네', '꼼수를 사용하네' 이런식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 실장은 "편법, 꼼수라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한 의원은 "그러면 애초에 '조건부 동의를 한다'는 식으로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허 실장은 "그동안 예산을 협의할때 상임위원회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협의하며 지금까지 진행돼 왔다"며 "지난해에는 예결위가 열리기 이틀 전에야 상임위원회의 조정 결과를 받았다. 그런 과정에서 심도있는 협의가 진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한 의원은 "올해에는 이런 부분이 없게 해 달라"고 당부했고, 허 실장은 "저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질의에 나선 민주당 현길호 의원(조천읍)도 "예산 관련해 수년째 반복되는 문제가 나오고 있다"며 "제주도가 도의회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가"라고 질타했다.

현 의원은 "의원의 개인적인 요구가 아닌, 의결 과정을 거친 결정 사항에 대해 상대 기관이 일방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기관에 대한 무력화로 비춰질 수 있고, 그런 결과를 초래한다"며 "예를 들어 이호조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데,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허 실장은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도 "이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아실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자 현 의원은 "11대 의회 당시 왜 그런 과정을 거쳤냐면, 제주도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이라며 "의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권한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12대 의회로 바뀌었지만 제주도는 조직 운영의 원활함과 편리성을 위해 (이호조 시스템에 대해)변화시킬 의지가 전혀 없다"며 "의회가 계속해서 협조하다보면 주어진 기능을 다 못한다. 이 부분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도정질문 답변을 하고 있는 오영훈 지사.ⓒ헤드라인제주
지난 12일 도정질문 답변을 하고 있는 오영훈 지사. ⓒ헤드라인제주

한편 오영훈 지사는 지난 12일 도정질문에서 "(2023년 예산안에 대해)동의하는 과정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동의한 대로'라고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5일 제주도의회 예결특위가 2023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는 자리에서 이중환 당시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예결위에서 증액된 예산 항목에 대해 대부분 동의한다"면서도 "이호조 미입력 및 사전 심사 미이행 사업 등에 대해서는 부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지사의 발언은 사전 심사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들에 대해서는 부동의한 것이라는 것이고 해석되면서, 도의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많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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