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수거 중단사태, 원인은 '늑장 행정'이었다
상태바
음식물쓰레기 수거 중단사태, 원인은 '늑장 행정'이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논단] 봉개동매립장 '봉쇄 항거'와 행정의 책임
이설약속 차질 '멀뚱멀뚱'...주민들 실력행사에 '부랴부랴'
1.jpg
▲ 19일 봉개동쓰레기 매립장 앞에 줄 지어 멈춰 서 있는 음식물쓰레기 수거 차량.ⓒ헤드라인제주
제주어 속담에 '물 드러사 보말 잡나'(밀물이 들어야 보말 잡으려 한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에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고 닥쳐야 하려고 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이다.

여름 관광시즌 막바지에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음식물쓰레기 수거 중단사태가 꼭 그 짝이다.

19일 제주시 봉개동 주민들이 봉개동쓰레기매립장 입구 봉쇄 '실력행사'는 단순한 매립장 사용 중단 차원이 아니다. 클린하우스를 돌며 음식물쓰레기를 가득 실은 수거 차량들이 모두 멈춰섰다. 사실상 음식물쓰레기 수거작업이 전면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상황이 하루만 더 지속되더라도 제주도내 도심지는 '음식물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거 차량이 단 하루, 24시간 멈춰서더라도 음식점과 해수욕장 주변은 물론 주택가의 음식물쓰레기 수거함 대부분이 가득 차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FULL' 상태로 전환돼 작동이 중단된다.

수거함의 작동이 멈춰지면, 그 주변에 음식물이 넘쳐나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말 긴박하고 초비상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행정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그동안 뭘 했는가.

사실 이번 사태는 행정당국에서도 이미 수개월 전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었다.

물론, 주민들의 실력행사의 수위를 두고는 설마설마했을 수는 있다. 항의와 갈등은 분출되더라도, 설마 '반입 금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을 수도 있다.

어쨌건, 이번 사태는 행정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무책임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에 다름없다. 정말 실망스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처음부터 사업 진행상황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극적인 설득 노력을 보였다면 어쩌면 지금과 같은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았을터였다.

행정당국은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하다가 이제와서 부랴부랴 '협상'이다 뭐다 하며 부산을 떠는지, 이해하기가 무척 힘들다.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행정당국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992년 8월 조성된 봉개동매립장은 27년간 운영돼 왔다. 당초 계획대로 했다면 사용기한은 벌써 끝났을 터였으나 지난 2011년과 2016년, 2018년 3번의 연장 운영 협약이 이뤄지면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마지막 협약은 지난해 8월17일 이뤄졌다. 이 때도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으나, 행정당국이 제주환경자원센터의 광역매립.소각시설 준공 지연으로 '1년 연장'을 호소하고 설득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협약이 체결됐다.

이 협약은 봉개동 매립장의 사용기한(압축쓰레기 및 폐목재 반입)을 올해 10월31일까지로 연장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와 별도로, 재활용폐기물 및 음식물 쓰레기 반입은 2021년 10월까지로 돼 있다. 압축쓰레기와 폐목재 반입은 두달 후면 종료되지만, 음식물 처리 사용기한은 2년 정도 남아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은 음식물 처리시설을 서귀포시 색달동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한 시한인 '2021년 10월'이 지켜지지 못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예산확보 등이 늦어지면서, 앞으로 정상적으로 사업추진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의 처리시설 이설은 예정보다 2년이 늦어진 2023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다.

즉, 최소 2023년까지는 봉개동매립장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2년 후면 봉개동매립장의 사용이 완전히 종료돼 '악취' 등의 문제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허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주민들이 더욱 분노해 하는 것은 행정당국의 '사용기한' 약속이 매번 파기되고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이번 한번만"이라며 주민들을 설득해 협약을 해 놓고, 사용기한이 도래하면 또다시 '연장'을 요구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2021년 10월까지 이설이 불가능하게 된 상황은 이미 행정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모두들 인지하게 된 상황이었음에도, 이와 관련한 주민설득이나 대비책도 전혀 없었다.

기획재정부의 적정성 검토 등 행정절차에 시일이 상당기간 소요됐고, 국비 확보도 지난달에야 결정됐다. 이미 지난해 말, 아니면 올해 1회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점에서는 약속 기한 내 이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행정당국에서는 최근 실무부서 차원에서 이의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언급해 왔을 뿐, 책임자 선에서 정중한 사과와 설득도 하지 않았다.

화가 날 만큼 화가 난 주민들이 19일부터 매립장 반입 전면 금지를 예고하고 '실력행사'를 천명한 후에야, 행정당국은 허둥지둥 주민 설득에 나서고 있다.

약속한 기한 내 이설이 어렵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사과를 한 고희범 제주시장의 기자회견도 사흘 전인 지난주 금요일에야 긴급하게 이뤄졌다. 악취문제 해결 등을 위한 대책도 뒤늦게 제시됐다.

이 일련의 행보를 놓고보면, 정말 이해하기 힘든 '늑장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사상 초유의 음식물쓰레기 수거 중단사태, 전적으로 행정 당국의 책임이다. <헤드라인제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환경시스템 2019-08-20 09:42:22 | 221.***.***.101
물들어사 보말잡는다.?

제주 환경정책 시스템이 문제다
그때만 자기 있을때만 어영부영 넘기고
문제가 생겨가면 빠져버리고 타부서로 이동
윗선에서는 표심이나 따라가고 --
정말 제주도환경정책 중요함
이번사태 책임자 엄정 책임을 물어야 함
사실 보말은 물들어사 많이 잡는다
이제라도 정신 바짝차려서 확실하게 정책 펼쳐주시길----

제주사랑 2019-08-20 10:21:27 | 121.***.***.31
청정 천혜의 자연을 가진 제주가 이렇게 추락하는 일들이 일어나는지? 일관성도 기품도 예술성도 없는 난개발, 제2공항, 사려니숲 훼손, 가축분뇨 무단방출 .... 지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