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적 '인사 예고편', 어디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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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적 '인사 예고편', 어디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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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산하기관장 전면교체 명분과 인사방침의 딜레마
기대만발 '예고편'→ 반신반의 술렁술렁...왜 이런 분위기가?

'협치(協治)'를 모토로 한 새로운 변화를 약속하며 출범한 원희룡 민선 6기 제주도정이 8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원 지사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원칙을 정립하고 고민하고 다듬느라 무척이나 바쁘고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소회했다.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사회, 공정과 실력 위주의 사회, 화합과 탕평이 이뤄지는 사회, 건설 등 경제현장에서 잘못된 관행이 고쳐지는 사회, 그래서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취임초기 밝혔던 소신도 다시 전했다.

두번의 인선실패로 이어진 제주시장 공모문제, 주요기관장 인사청문회 문제도 꺼내들었다.

행정시장과 주요 기관장 인사청문회는 협치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도지사의 권한을 대폭 내려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심 걱정이 앞서는 듯, 이달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감사위원장 공모를 한템포 늦출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제주시장 재공모와 내정자 지명, 그리고 인사청문회가 실시되기까지 약 40~50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사이 주요기관장 인사청문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에 제주발전연구원장, 제주에너지공사 사장과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등 3명이 인사청문 대기상태에 있다. 앞으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도 자체 이사회 의결과 별개로 인사청문 대상이 될 수 있다.

제주도의회 다수당이 새누리당이지만, 두번에 걸쳐 큰 충격파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의 인사청문 절차는 원 지사로서도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처지이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 대한 걱정은 원 지사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프레임에서 비롯된 일종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사실 원 지사는 대규모 개발사업, 환경보전, 카지노정책 등 제주현안에 있어서는 명확한 소신을 견지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도, 인사문제에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려한 '예고편'에 준하는 본편의 결과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예고편'은 분명 흥행에 성공한 듯 했다. 연속 9일간 이뤄진 특별교육에 참여했던 6급 이하 공무원들이 크게 고무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공개적으로 천명한 인사방침 때문이었다.

지난 선거에서 소위 선거공신 등으로부터 크게 도움을 받은 것이 없어 인사청탁을 받아줘야 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빚진 것이 없다"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공정한 인사를 약속했다.

하위직 공무원들의 반응은 기대이상으로 좋았다고 한다. '예전 의무적으로 끌려가듯이 하며 받았던 교육과는 정말 다르다.', '뭔가 희망을 보는 듯 하다.' 등의 긍정적 평가들이 주류를 이뤘다.

'일 중심의 인사'가 키워드가 언론배포용 인사특징이 아니라, 실제 그렇게 될 것이란 강한 믿음이 전파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무적 분위기는 얼마가지 못했다. 최근 주요 기관장 공모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다시 반신반의하는 술렁거림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추석연휴가 끝난 직후인 9월11일 발표된 주요기관장 교체대상 발표 기자회견의 내용, 그리고 최근 발표된 공모 인선결과의 언밸런스에서 비롯되고 있다.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등의 공공기관장에 대해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해 전례없이 일괄사표까지 받으며 밀어붙였던 재신임 검증평가 결과 6명이 교체대상으로 선정됐다.

경영평가위원회의 교체 사유를 발표문 그대로 워딩해 본다면, '전문성과 경력이 풍부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원 지사는 도정이 바뀔 때마다 생기는 출자.출연기관장의 거취문제, 낙하산 인사, 관피아 논란을 해소하고 책임경영으로 능력이 있는 분은 재신임하고 도지사와 임기를 동일하게 제도화함으로써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을 방지하겠다고 천명했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 식이 아니다"라는 표현까지 쓰며, 앞으로 후속인선도 '경영능력'과 '전문성'을 위주로 해 인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교체대상자들은 '전문성 결여'로 매도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공공기관 전면 혁신의 기치를 내건 원 지사의 단호한 입장을 지지하는 반향이 한 수 위에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전면교체 중대발표가 나온지 한달도 안되는 시점에서 술렁거림이 일고 인사청문회 걱정을 해야 할 상황에 이른 것은 뭣 때문일까.

'예고편'에서 '본편'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느낌으로 전해온 기대와 충족의 불일치, 이것이 결정적 이유로 볼 수 있다.

전문성 및 경영능력을 갖춘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필요하다면 외국에서라도 삼고초려해서라도 모셔오겠다는 원 지사의 당초 의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특별함'이 없는 인선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 불일치의 간극을 더욱 벌리는 기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고편에서는 그랜저의 기대감을 갖게 했다가 쏘나타를 재등장시킨 느낌이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정말 원 지사가 그리고자 했던 그림이 이것이 맞나 라는 의구심도 적지않게 표출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각들은 새롭게 지명된 내정자들의 능력과 장점 등이 소상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오는 체감적 측면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인선결과의 확실한 특징과 차별성이 강하게 어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그동안 원 지사가 천명해 온 소신과 철학에 부합한 인선이라는 확신을 전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는 다가온 인사청문회에서 우려되는 부분들이기도 하다.

때문에 내정자 개개인이 알아서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하라 식이 아니라, 원 지사가 공공기관장 전면 교체방침과 이번 인선결과의 연결성을 도의회에 먼저 명확히 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고편에 기대만발했다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로 돌아선 도민들의 궁금증 해소 차원에서도 이의 필요성은 제기된다. 내정자 개개인들이 직무수행 능력 및 적격성 검증 준비는 그 다음 일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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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람이 그사람 2014-10-09 11:04:45 | 110.***.***.30
이너지공사 발전연구원장 참 힘들겠다
원 지사 인사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