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청년의 '제주예찬론'..."사투리가 촌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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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청년의 '제주예찬론'..."사투리가 촌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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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40) "Good!" 제주에 빠진 도노반 홉스
친절한 제주사람 인상 깊어..."귀여운 사투리도 마음에 쏙"

평생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곳. 바다 건너 미국에 살던 청년에게 제주섬은 '미지의 땅'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마음을 빼앗기는 데는 반 년이면 충분했다. 첫 발을 내디딘지 불과 6개월 사이에 떠듬떠듬 제주도 사투리까지 구사할 정도로 '내공'이 쌓였다.

"왜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걸까요? 여기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사람 따라 제주로 흘러 들어왔다는 도노반 홉스(Donovan Hobbs, 25)는 자신의 20대 청춘을 제주에서 펼쳐 보이기로 마음 먹었다.

제주의 매력에 푹 빠진 미국 청년 도노반 홉스. <헤드라인제주>

◇ 겁 없이 시작된 한국생활...어느덧 3년차

소싯적부터 다른 나라, 그 중에서도 아시아에 대한 동경이 컸던 그였다.

"특별한 케이스였던 것 같아요. 꽤 어렸을 때도 어떻게든 외국에서 공부를 해보고 싶었어요. 포르투갈어나 일본어 등을 틈틈히 배워왔죠."

당초 도노반은 일본 유학을 꿈꿨다. 일본에서 제작된 유명 애니메이션 등을 즐겨보던 터라 그가 가장 바랐던 것은 일본행 비행기였다.

그런데, 알면 알아갈 수록 일본 문화는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일본 친구들을 통해 비쳐진 '개인주의' 문화는 그에게 더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와 맞물려 친분이 있던 '코리아 친구'가 한국행을 넌지시 권했다. "당시에는 '한국이 뭐지?' 라고 되물었죠. 어디서 들어본 것은 같고, 어디쯤에 있는 나라라고는 알았지만 자세한건 몰랐거든요."

이후 한국에 대해 웹사이트 등을 통해 정보를 알아봤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한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단지 지인의 말만 덜컥 믿고 시작된 겁 없는 행보였다.

"처음에는 반 년, 길어봤자 1년 정도 있을 예정이었는데 올해로 벌써 한국 생활이 3년차네요."

◇ "제주는 좋은 풍경-사람-문화 두루두루 갖춰"

약 2년간 충남 아산 소재의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제주 생활은 제주대학교에 입학한 올해부터 시작됐다.

"제주를 선택한 계기요? 충남에서 만난 친구 중에 제주에 살던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 친구가 추천해줬어요." 그의 말마따나 사람따라 제주로 흘러 온 셈이다.

또 '외지 사람'인 그에게 있어 제주대 관계자의 친절도 인상 깊었다.

"다른 대학에다 외국인 학생의 입학 과정을 물어보면 다들 웹사이트를 참고하라고만 답해줬거든요. 그런데 제주대 관계자는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다시 제게 전화를 걸어왔죠. 필요한 서류를 설명해주면서요."

예기치 않은 시작이었지만 제주 생활은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제주도 사방에서 한라산이 보이는데 정말 놀라웠어요. 또 산 위쪽에 있는 학교도서관에서 제주시내와 바다가 다 보이더라고요."

제주도 사람들이 유난히 따뜻하다는 점도 꼽았다. "한국에서 오래 생활한 것은 아니지만 제주 사람들이 더 친절하다는게 느껴졌어요."

늦은 밤 야식을 함께 먹거나 휴일을 함께 보낼 지인들도 상당수 포섭(?)해 뒀다. "얼마 전 동아리 동생들과 이호해변에 놀러가서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해변에서 영화도 틀어주는데 환상적이였지요."

도노반은 '형'이라는 호칭에 대해 큰 의미를 뒀다. "미국에서는 그냥 이름을 부르는데, 한국에서 '형' 소리를 들으니 더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밥값을 대신 내주기도 하는 그런 문화가 참 좋은것 같아요."

'제주 사투리'에 대한 예찬론도 펼쳤다.

"처음에는 사투리가 너무 촌스러웠어요. 예쁜 여자가 사투리를 쓰면 매력이 뚝 떨어져 보일 정도로요.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정겨워요. 제주 사람들은 제주 사투리가 되게 거칠다고 하는데 제 귀에는 귀엽게 들려요."

'무사', '뭐하맨' 등의 제주사투리 기초 생활 회화는 이미 마스터했다. 주변 인물들은 그를 '노반이 형'이라고 부른고는 하는데, 휴대폰의 대화 내용을 보면 당췌 누가 외국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제주의 매력에 푹 빠진 미국 청년 도노반 홉스. <헤드라인제주>

◇ "분주하지만 흥미로워"...계속 될 제주생활

현재 도노반은 생활복지를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다. 그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 좋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분야도 '심리학' 관련이었다.

갓 1학년이지만 대학 생활은 여러가지로 분주하다. 수업도 챙겨듣고 과제도 틈틈히 해야한다. 언어로 인해 다른 친구들보다 배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홍보대사일도 병행하고 있다. 이달부터 고등학생들의 탐방이 시작되는데 이를 맞이해야 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그럼에도 그는 제주에서의 생활에 큰 만족함을 표했다.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못 본지 3년이 지나가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상쇄시킬 만큼 흥미로운 것이 이곳의 생활이라는 것.

"먼저 졸업을 하고, 제주도에서 직장을 구하고, 교육대학원을 다니려고 해요.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딸 수 있지만 미국 국적 을 가진 사람을 써줄지는 걱정이네요."

어느정도 밑그림을 그려 놓았지만 도노반의 제주생활기는 아직 끝을 알 수 없다.

"졸업을 하려면 4년이 걸리고 대학원까지 마치려면......세상에! 벌써 아저씨가 다 됐어요!"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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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567 2012-11-05 20:07:18 | 112.***.***.129
우리 donoban선생님.......
아산에 계셨었는데......
가니까 만나기가 힘들다!!!!!!!!!
도노반 쌤~!!! 방학때 찾아가겠습니다.

스마일 2012-10-06 17:48:39 | 119.***.***.230
기사 잘 읽었어요.. 딱 한가지 옥의 티가 있네요..
'유명 에니메이션 등을 즐겨보던 터라' 기사에서 '에니메이션-애니메이션' 오타가 발견되서요...
항상 정확하고 발빠른 기사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