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여론조사 쟁점 혼선..."왜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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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여론조사 쟁점 혼선..."왜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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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도의회 여론조사, 논란 살 수밖에 없는 이유
"여론조사 목적은?"..."쟁점은 왜 뺐나?"..."왜 ARS 방식?"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5일 공개한 제주해군기지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그동안 공개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무색할 정도의 의아스러움을 갖게 한다.

결과 데이터를 살펴보면 왜 이 여론조사를 했을까 라는 의문이 앞선다. '목적'이 선뜻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여론조사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제주도민 1026명을 대상으로 ARS 방식으로 실시한 이 조사의 질문지 구성은 5개 문항.

모두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성격에 관한 것이다. 얼핏 살펴보더라도 확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응답자의 답변결과가 아니라, 질문의 내용이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어떤 항구라고 생각하는지의 '이해도' 질문에서 부터, 군함과 크루즈선박만 이용하고 일반 민간선박은 드나들 수 없다면 그것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 할 수 있느냐는 식의 질문이다.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 여론조사의 불분명한 목적, 정말 왜 했을까?

첫째, 왜 이 조사를 실시했는가의 목적성이 불분명하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단일안건으로 하는 '원포인트 임시회'가 끝난 후 바로 실시됐다.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도민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이는 박희수 의장 체제 출범에 즈음해 주요정책을 판단함에 있어 여론조사 방법을 자주 쓰겠다고 밝힌 제9대 도의회 후반기 의정활동 방침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현재 얽히고 설킨 강정 해군기지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라는 거시적인 측면의 목적을 제시했다.

여론조사는 공중의 의견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의미있는 사회조사 방법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여론조사 형식을 취했다 하더라도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결과 데이터의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이 경우 오히려 여론이나 의미해석을 왜곡될 소지도 있다.

그럼 이번 도의회 조사는 어떤 목적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도의회에서는 지난 임시회 도정질문 때 확인됐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군함과 크루즈선박만 이용이 가능하고, 그 외 무역선이나 상선, 화물선, 어선 등 민간선박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이에대한 도민의 의견을 묻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민간선박 출입 제한' 문제 하나만을 놓고 제주해군기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얘기는 지난 임시회에서 처음 나온 얘기도 아니다.

지난 4월말 항만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될 때부터 '상선(商船) 못다니는 무늬만 무역항'이란 지적성 언론보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 논란은 여러가지 당면 쟁점에 파묻혔다.

15만톤급 크루즈선박의 안전한 입출항 여부에 대한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검증의 문제, 또 3-4월 이뤄졌던 제주해군기지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처분 청문 실시에 따른 공사중지 명령 여부 등이 전면에 부상해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비록 지난 임시회에서 이 문제가 잠깐 도출되기는 했으나, 이를 단일 주제로 삼아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알송달송하기만 하다.

일련의 흐름을 볼 때 이 문제도 논란의 소지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여러가지 도출된 사안 중 하나일 뿐, 당면한 문제해결을 위한 '기축'의 쟁점은 될 수 없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수많은 실타래 중 이 조사의 내용이 문제해결의 결정적 분수령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 이번 조사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제주도의회가 실시한 제주해군기지 여론조사 결과데이터. <헤드라인제주>

◇ 당면한 제주해군기지 쟁점은 왜 피했을까?

민군복합항 허구성의 근거로 제시하는 사례로는 유독 이 문제 뿐만 아니라 국방부 예산과 국토부 예산의 비율을 따지는 사례도 있다. 수많은 카테고리 중 하나 일 뿐이고, 이 카테고리가 상위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도 없다.

강정주민들이 바라는 쟁점도 아니다. 강정 주민들은 이미 오래전에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허구'라는 점을 천명하며, 최초 입지선정 과정의 절차적 문제가 있는 만큼 원점 재검토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경우에도 민주당 후보들을 중심으로 해서는 재검토와 공사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의회가 하부의 한 카테고리를 갖고 단일 주제의 여론조사를 하며 전면 쟁점화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오히려 도민논의를 집약시키지 못하고 산만함과 분산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의정활동의 정책자료로 활용하려 했다면, 차라리 당면한 현 시점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실체적인 질문으로 접근했어야 했다.

이를테면, 대선정국과 연관해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에서 판단하도록 유보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여부, 공사가 계속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사중단 여부에 대한 생각, 대권 주자들의 원점 재검토 주장에 대한 견해, 시뮬레이션 검증을 당장에 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묻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결론적으로 상위 카테고리를 제외한채, 하부의 수많은 카테고리 중 하나를 택해 쟁점화시켰기 때문에 이번 도의회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목적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 어려운 질문내용, ARS 조사방식 적정했나?

여론조사 질문지 및 응답결과(숫자는 응답비율)

질문 1> 귀하께서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건설중인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십니까?
① 군함만 이용 가능한 항구이다 22.4 ② 군함과 민간선박이 함께 이용 가능한 항구이다 57.7
③ 잘 모르겠다  19.9
 
질문 2> 최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군함과 크루즈선만 이용이 가능하고, 그 외 무역선, 상선, 화물선, 어선 등 민간선박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귀하께서는 민간선박이 드나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고 생각하십니까?
① 그렇다  25.3   ② 그렇지 않다  55.9 ③ 잘 모르겠다  18.8
질문 3>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군함과 크루즈선만 이용하고, 민간선박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건설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① 찬성한다 33.3  ② 반대한다 50.7   ③ 잘 모르겠다 16.0
질문 4> 진정한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면 군함과 모든 민간선박이 공동으로 이용 가능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① 동의한다 64.0   ② 동의하지 않는다 23.8 ③ 잘 모르겠다  12.2
질문 5> 앞으로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① 지금대로 군함과 크루즈선만 이용 가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31.3
② 군함과 크루즈선 뿐만 아니라, 민간선박도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도록 변경·추진해야 한다  42.5
③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 이후로 미뤄야 한다  18.2
③ 잘 모르겠다  8.0
두번째로는, 여론조사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동응답전화방식의 ARS 조사방식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ARS 방식으로 할 것인지, 조사원의 전화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설문지를 들고 직접 면담하며 할 것인지는 조사하고자 하는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ARS의 경우 금방 듣기만 하더라도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되는 사안에 많이 쓰인다. 그래야 신뢰성과 객관적 타당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나 내용을 갖고 질문을 한다면 응답률은 그만큼 적어지고, 조사의 신뢰성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5개 질문지 문항의 내용을 살펴볼 때, 자동응답 전화로 실시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귀포시나 강정주민, 그리고 지역현안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답하기 어려운 질문 일색이다.

◇ 질문지 문항 구성, 왜 이리 어설픈가?

세번째, 질문지 구성의 어설픔이다.

질문이나 보기에서 '민간선박'과 '크루즈 선박'은 혼선을 주기에 충분하고, 선택의 여지를 축소시킨 사례가 유독 눈에 띈다.

"<질문 1> 귀하께서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건설중인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십니까?
1> 군함만 이용 가능한 항구이다 2> 군함과 민간선박이 함께 이용 가능한 항구이다 3> 잘 모르겠다"

이 '이해도'를 파악하기 위한 문항에서는 "군함과 크루즈선박이 이용 가능한 항구이다"라는 보기가 빠져있다.

두번째 문항에서는 "최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군함과 크루즈선만 이용이 가능하고, 그 외 무역선, 상선, 화물선, 어선 등 민간선박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라는 전제를 깔면서 민군복합항이 맞다고 생각하나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질문 2> 최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군함과 크루즈선만 이용이 가능하고, 그 외 무역선, 상선, 화물선, 어선 등 민간선박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귀하께서는 민간선박이 드나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 그렇다 2> 그렇지 않다  3> 잘 모르겠다"

조사자 스스로가 이미 민군복합항이 아니라는 점을 주입시키며 답변을 유도해 내면서 객관적 타당성을 결여시키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질문은 보기 내용이 엉켜져서 정확한 답을 유도해내지 못하고 있다.

"<질문 5> 앞으로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1> 지금대로 군함과 크루즈선만 이용 가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2> 군함과 크루즈선 뿐만 아니라, 민간선박도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도록 변경·추진해야 한다 3>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 이후로 미뤄야 한다  4> 잘 모르겠다"

보기 1>, 2>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따른 답변의 성격으로 적정하나, 3>은 1>, 2> 응답자들도 선택할 수도 있는 별개의 답변 보기로 다뤘어야 했다.

중복답변의 기회도 주지 않으면서 질문을 물었기에,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옳은지 여부에 대한 정확한 측정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열정적으로 의정활동을 하고자 여론조사를 실시해 놓고도 논란이 초래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정책적 결정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의정활동의 정책적 자료로 참고할 목적으로 실시했다고는 하나, 이 내용을 갖고 과연 얼마나 의정활동에 도움이 될지 미덥지 않음이 크다.

열정은 높이 평가할만 하나, 보다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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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ㅡ 2012-09-07 13:20:06 | 211.***.***.206
완벽한 분석
놀라울 따름입니다

나도 도민 2012-09-06 00:48:22 | 119.***.***.95
모두 판박이 기사로 도배할 때 헤드라인제주는 역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군요. 억지가 아닌 분명한 논리로...

도민 2012-09-05 22:47:29 | 122.***.***.143
멋진 기사입니다. 도의회측이 내놓은 설문결과만을 토대로 보도할것이 아니라 과연 이 설문조사가 원 목적에 맞게 짜여져 있는지에 대해서부터 의문을 갖고, 또 이 설문조사로 인한 여론 형성의 방향이 어떤식으로 진행될지 역으로 생각해볼수 있게하는 좋은 기사입니다.

짝짝짝 2012-09-05 21:46:16 | 27.***.***.176
더할 나위 없는 명품 논단

한마디 2012-09-05 21:42:16 | 220.***.***.160
정말 이해가 안되는 일이네요. 이런 억지논리로 동조하는 사람들로부터 고개를 돌리게 만드나.
2008년쯤인가 영리병원 여론조사 했더니 도의회에서 특별조사팀까지 꾸려서 그렇게 잘못됐다고 지적한걸 잊었는가. 그때 도의회는 그 여론조사가 유도성이다 뭐다 지적한걸로 기억하는데요 위 질문은 완전 유도성 민군복합항은 허구라는 결론을 이미 내린상태에서 해씨 땜ㄴ에 정책자료로서의 의미도 상실했고 반대측으로부터 좋도굳도 안한 반응을 받는것이지요. 도의회가 이리도 무능해 보일까.

헉 헉 헉 2012-09-05 20:22:26 | 110.***.***.47
예리한 분석에 도의회 뻑 가겠군
제나 잘커니 ㅡ 그렇게 설쳐대더니만 생각없는 헛지랄
강정주민 도와주려면 원점백지회 여부를 뭉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