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임시회, 왜 아쉬움이 크게 남나?
상태바
제주해군기지 임시회, 왜 아쉬움이 크게 남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논단] '원포인트 임시회', 소기의 목적과 엇갈린 평가
시뮬레이션 '제동' 실패...'대안' 없는 지적이 반격부재?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단일안건으로 해 21일 하루일정으로 개회됐던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원포인트 임시회'가 마무리되자, 평가는 크게 두가지로 엇갈렸다.

하나는 계속되는 제주해군기지 공사 강행 속에, 중앙정부와의 대타협을 앞두고 있는 제주도당국에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 측면의 평가다.

다른 하나는 '소기의 목적' 조차 이룰 수 없었던 뻔한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임시회'라는 공식 의사일정으로 가져나갈 필요가 있었느냐는 회의론적 시각이다.

전자는 도의회 내부에서, 그 중에서도 이번 원포인트 임시회를 주도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의원을 중심으로 해 나온다.

반면 후자는 제주도청 내부에서 주로 흘러나오고 있다. 차라리 '제주도-도의회 정책협의회'로 가져나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코멘트도 덧붙여진다.

상반된 평가가 표출되는 가운데서도, 딱히 어느 한쪽이 맞다 라는 확실한 지지를 못하는 것은 이번 임시회의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임시회를 통해 과연 무엇을 건졌는가 라는 물음에 "이것이 성과였다"라는 확실한 답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시회를 개최한 '소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이뤄졌을까.

당초 전체의원 간담회를 통해 임시회 개최를 결정한 배경에는 두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첫번째로는 대선정국 속에서 많은 대선후보들이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내놓으며, '재검토'와 '공사중지', '주민동의절차 문제' 등을 내놓고 있는데도, 제주도당국은 정부와 성급하게 막판 대타협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제동'을 걸 필요성이 제기된 측면이다.

시뮬레이션이 실시되고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더 이상 공사강행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절박함이 임시회라는 의사일정을 통해 우근민 지사를 압박하고자 함이 컸다.

두번째로는 강정마을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체포와 연행 등 인권탄압적 문제에 대해 제주도당국이 좀더 강하게 나서도록 촉구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 '소기의 목적'은 '경고'와 '압박', '질책' 등 감성적 수준으로 끝났을 뿐, 손에 잡히는 성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주 좋게 평가해, 도의회와 제주도당국이 서로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견해를 주고 받으며 갈등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뜻을 같이했다는 점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도의회가 바라보는 갈등문제 해결의 방향, 제주도당국이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적 문제인 시뮬레이션 검증 일정을 현재 상황대로 그대로 진행해 나갈 것이냐 하는 입장에서부터 확연히 달랐다.

도의회는 일단 현재 진행 중인 제주해군기지 관련 정부와의 협의를 중단한 후 해법을 찾아볼 것을 요구한 반면, 제주도당국은 진행 중인 사안은 그대로 진행해 나감 속에서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임시회의 성과는 이미 오전 질문에서 결판이 났다. 우 지사가 시뮬레이션 검증일정 협의를 중단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다.

제주도의 이유도 그럴듯 했다.

최초에 검증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 쪽도 제주도였고, 이번에 다시 검증을 하라고 요구한 것도 제주도였던 만큼, 이제와서 제주도가 다시 검증을 중단하자고 하는 것은 15만톤급 크루즈 입출항에 대한 검증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다.

즉, '제주도가 먼저 요청했던 사항이 아니냐'는 것이다.

오후 질문에 있어서도 이 문제는 계속적으로 나왔으나 우근민 제주지사는 작심한 듯 시뮬레이션 검증협의는 멈출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회적으로는 종전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던 내용처럼, 시뮬레이션 검증이 끝나고 문제가 없다면 정상적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강력한 문제제기에 최소 머리를 맞대고 '제3의 대안' 정도는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도의회로서는 오히려 난처하게 됐다.

오히려 시뮬레이션 검증을 예정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더욱 공고히 해버린 결과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최소 대선이 끝난 후로 미뤘으면 하는 바람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뿐만이 아니다.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문제 등의 문제나, 강정마을 후원계좌에 대한 경찰수사 문제에 대해서도 속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계속된 체포와 연행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주민들의 행동이) 합법적인 것이라면 합법이라고 결론이 나지 않겠나"라는 말로 가름했다.

후원계좌 수사 문제에 대해서도 역시 "사법기관의 수사 중인 문제"라는 말로 대신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원 불참 속에 진행된 이날 원포인트 임시회는 소기의 목적이었던 '제동'은 결국 걸지 못한 결과로 귀결됐다. 이러한 결과는 문제를 제기하는 그 자체에 급급하면서, 정작 '도의회의 생각'을 대안으로 담아 제시하지 못한 이유가 커 보인다.

물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실체적 문제나, 검증의 문제, 강정인권 문제에 대해 제기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는 긍정적 측면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이 아쉬움은 '대안' 없이 문제만 실컷 지적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헤드라인제주>

제주도의회 '원포인트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우근민 제주지사가 답변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답변을 하고 있는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박희수 제주도의회 의장.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심드렁 2012-08-25 09:56:22 | 211.***.***.52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심드렁해지듯 강정문제도 그런듯 ....도정이나 의회나 국회의원이나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야봐야 합니다 앞에서 걱정하는 듯 액션을 그럴듯취하고 돌아서는 순간 잊어버리는 님들의 무책임함 참으로 가슴아픕니다

요지경 2012-08-24 23:13:44 | 112.***.***.135
도민들도 이제는 심드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