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해녀' 셰린, 이번엔 '강정평화'에 콕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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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해녀' 셰린, 이번엔 '강정평화'에 콕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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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39) 제주 바다수영의 '신화', "아, 강정이여"
"강정바다 해군기지 건설은 충격...그냥 놔둬서는 안되죠"

290km에 이르는 희망의 발자국을 찍어낸 강정평화대행진.

지난달 30일부터 5박6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행진의 마지막 날, 유독 밝은 보랏빛 머리를 한 백인여성이 눈에 띄었다.

바로 제주 바다를 사랑한 호주인 해녀로 유명한 셰린 히바드(Sherrin hibbard, 54).

셰린 히바드(Sherrin hibbard, 54, 호주). <헤드라인제주>

그녀는 제주섬 한바퀴를 수영으로 일주하는 ‘제주빅스윔’ 이벤트의 주인공으로도 알려져 있다. 해양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10년 처음 기획된 이 행사를 꾸준히 이어온 장본인이다.

매일 10km씩 수영을 해도 꼬박 40여일이 걸리는 제주 해안일주를 제주바다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이어온 그녀. 그런 그녀가 이번엔 어쩐 일인지 바다가 아닌 육지 길 걷기에 나섰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염원하며 시작된 ‘강정평화대행진’에 뜻을 함께하기 위해 선뜻 걸음을 뗀 것이다.

셰린은 비록 마지막날 처음으로 행진에 참여했지만, 걷기 시작한 순간부터 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어 했다.

셰린은 짙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애써 표정을 가렸지만, 목소리를 통해 울컥이며 드러난 감정은 숨길 수 없었다.

사람들과 함께 제주시내를 걸으며 “울고 싶다”고 입을 연 그녀의 목소리는 많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강정문제를 처음 접하고 정말 울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해군기지 건설을 멈추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절박하게 하게 됐죠. 강정을 생각하니, 걷는 내내 슬픈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어요.”

제주섬 한바퀴를 수영으로 일주하는 대장정도 보란 듯이 해낸 그녀가 어째서 육지 길을 걷는 것에 이토록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걸까. 그녀의 이러한 감정은 제주빅스윔을 통해 강정마을을 방문한 순간부터 시작됐다.

그녀가 제주도를 수영으로 일주하며 만난 수많은 바다 중, 유일하게 깨끗했던 곳이 바로 강정의 해안이었던 것.

“제주빅스윔을 진행하며 강정의 깨끗한 해안을 직접 눈으로 봤기 때문에, 강정 해군기지문제가 더 피부로 다가왔어요. 제주의 많은 바다가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강정 바다는 정말 순수함을 간직한 곳이었죠.”

강정바다를 회상하던 그녀는 다시금 해군기지 문제를 떠올리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강정바다 같은 곳에 해군기지를 짓는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이었어요. 아직도 많이 놀랍고, 화가 납니다”

그녀가 이토록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성토한 이유는 바다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지난 2009년 9월 제주시 한림읍 주민자치위원회가 설립한 한수풀 해녀학교를 외국인 최초로 졸업한 그녀는 바다에 대한 애정이 제주사람 못지않았다.

“바다는 우리의 생명을 지지해주는 뿌리에요. 세계의 바다는 모두 하나입니다. 그래서 한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바다에도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죠. 강정 해군기지 문제가 강정사람만이 아니라 모두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해녀학교 재학시절에도 물질을 할 때마다 테왁 가득 쓰레기를 안고 돌아왔을 정도로 바다환경에 관심이 깊은 셰린은,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환경파괴의 안 좋은 점들을 집합하고 있다며 몸서리쳤다.

“해군기지 건설은 연산호 군락 등 환경을 파괴하는 데에 개발 비용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환경보호보다 이윤획득에 혈안이 돼 있는 거죠. 개발을 하면 할수록 생태계는 더욱 파괴되기 마련인데 말이죠.”

그녀는 평화의 섬인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특히 정부와 제주도정의 해군기지 추진 태도는 그녀가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

“구럼비 바위와 자연을 파괴시키고 있으면서도 제주가 청정 자연 그대로의 섬으로 홍보되고 있어요. 더 화나는 것은 해군기지 건설 추진 태도가 정말 비민주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정부와 제주도정이 해군기지에 대한 주민들과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랍니다.”

셰린은 봇물 터지듯 해군기지 추진의 문제점을 성토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분노’ 보다는 ‘아픔’에 가까웠다.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드려 봐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 먹먹함. 그래서 그녀는 행진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강정문제를 적극 알릴 계획이다. 강정평화대행진은 막을 내렸지만, 그녀는 희망의 발자국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강정평화대행진 마지막날인 4일 셰린 히바드가 제주시내를 걷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강정평화대행진 마지막날인 4일 셰린 히바드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제주시내를 걷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강정평화대행진 마지막날인 4일 셰린 히바드가 제주시내를 걷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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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2012-08-07 15:53:49 | 210.***.***.66
먼저 호주 시드니에가서 거기 호주 해군기지부터 반대하고 다시 오슈..폭염에 머리가 돌았나..참나

해군기지 본질은 찬반이 아니다. 2012-08-07 09:42:16 | 27.***.***.112
진짜 왜 저런데 선정했지? 그것도 서귀포시민의 식수원 바로 옆에... 당시 김태와니와 도 행정부서, 참여정부 그리고 해군녀석들 전 세계 조롱감. 지금이라도 문제가 더 커지기전에 입지 재선정 해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