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떡반예산' 대신 '착한예산'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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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떡반예산' 대신 '착한예산'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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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쁜 2일'...도의원 재량사업비 폐지에 후딱후딱 급조
"취지는 공감하나, 시간이 촉박해요"....'사업예산' 부실 우려

갑자기 사라지게 된 '떡반 예산'(?) 때문에 의원들이 바빠졌다.

내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안 편성 확정을 하루 앞둔 9일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움직임은 무척 분주했다.

늦어도 10일까지 의원별로 내년 예산안에 편성될 사업계획들을 제출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후 관례적으로 지원돼 오던 제주도의원에 대한 포괄적 성격의 '지역현안사업비', 일명 '떡반 예산'을 더 이상 편성할 수 없도록 한 감사원 지적에 따른 것이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제주도의 예산 편성에서는 의원 1인당 2억원 내외의 풀 사업비가 편성됐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없어도 일률적으로 의원 1인당 민간경상보조 3000만원, 민간자본보조 1억원, 시설비 1억원 등을 편성해 놓은 후, 당해에 그 예산을 재량으로 쓸 수 있도록 했었다.

이 결과 2007년 85억원, 2008년 88억원, 2009년 110억원, 2010년 110억원, 그리고 올해 상반기까지 86억원 등 지금까지 480억6800만원이 지역현안사업비로 집행됐다.

▲감사원이 문제를 삼았던 이유는?

그러나 감사원은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운영 기준에 어긋난 것이라며 더 이상 지역현안사업비를 책정해서는 안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지자체 예산편성 기준에서는 민간경상보조나 민간자본보조는 지자체 사무와 관련해 예산을 편성하되, 포괄적.일반적인 예산편성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지원기준을 마련하고 이에따라 해당사업의 수요를 조사하는 한편, 지원의 타당성을 검토대 구체적인 사업을 대상으로 세출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구체적이지도 않고 수요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포괄적으로 책정된 도의원 몫 지역현안사업 예산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이 문제를 지적한 것은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상황에서 의원들의 재량사업비가 대거 책정되면서 재정적자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적시됐다.

이같은 감사결과가 제시된 것은 지난 8월.

하지만 문제는 11월 새해 예산안 편성이 확정되는 시점에서 불거졌다.

뒤늦게 제주도가 도의회에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이유로 들며 내년 지역현안사업비의 책정은 원칙적으로 안된다는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전체의원 간담회를 갖고 의원들은 난상토론 끝에 일단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했다. 종전 '풀 사업비'가 아니라 구체적 사업별로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즉, 예전에는 의원 1인당 2억원 내외의 포괄적 사업비를 우선 배정받은 후, 뒤늦게 사업계획을 마련해 집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사업계획을 먼저 제출하고 계획에 맞는 예산을 배정받기로 한 것이다.

예를들어 5000만원 상당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제주도는 그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한 후 5000만원만 우선 반영하게 된다.

'잘못된 관행'이라는 논란 속에서 새롭게 개선된 사항이지만, 시행 첫해인 올해에는 '혼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예산편성의 절차와 형식은 달라졌지만, '급조된' 사업계획서 제출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7일 결정된 후 이틀만인 9일 사업계획서를 수합한 후, 10일 제주도에 제출하고, 이날 밤 제주도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확정한 후 11일 확정된 예산안을 편성한다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과연 얼마나  제대로운 사업계획이 제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업별 예산 전환에, 의원들의 반응은?

의원들은 이번 '떡반 예산'을 사안별 예산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그 취지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비례대표 의원인 A의원은 "그동안 의원 재량사업비가 마치 의원들 마음대로 쓰는 예산인 것처럼 생각하는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힘들었는데, 차라리 사업계획에 의거한 예산편성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의정활동 과정에서 정말 시급히 예산을 지원해줘야 할 민생현장의 문제에 의원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아쉬운 점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추가 논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구 의원인 B의원은 "취지는 매우 좋으며,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괄적 지역현안사업비를 항목별 세부사업비로 전환하는 것은 사전에 지역구 현안사업을 파악해서 예산에 반영시켜준다는 장점이 있고, 반대로 의정활동 과정에서 생각치 못했던 소규모 사업들이 나타나면 이를 수용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의 경우 사업계획을 논의할 시간이 불과 2일 밖에 안되면서 시기가 급하다는 것이다.

B의원은 "최소한 2-3개월 전에 이런 결정을 내린 후 의원들이 지역주민들과 간담회 등을 갖고 논의를 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이틀만에 계획서를 만들어 제출하라고 하면 그 계획서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지역구 의원인 C의원도 입장은 비슷하다. 그는 촉박한 시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세부항목을 명시하는데 있어 곤란한 점이 있음을 토로했다.

"지역구의 마을이 10여개에 이르는데 예산항목에 어느 마을의 000지원사업이라고 명시한다면 다른 마을에서 반발할 우려가 있지 않느냐"며 때문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더라도 구체적인 내용은 적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작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원들 대부분이 올해 사업계획서의 경우 '급조'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를 들고 있다.

▲제주도의 사업예산 검토는 제대로 할까?

상황은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마찬가지.

10일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으면 해당 의원이 제출한 계획의 내용에 대한 적절성 내지 타당성에 대한 검토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

바로 예산서에 이의 내용을 포함시킨 후 인쇄작업에 들어간 후 도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떡반 예산'을 '사업 예산'으로 전환시켰다고 하지만, 형식만 달라졌을 뿐 이번까지는 불가피하게 '배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역현안사업비가 새로운 형식으로 해 시행되지만,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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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세상2 2011-11-10 22:18:18 | 61.***.***.92
도의원님들, 이런 돈 받아서 쓸때에는 도민에게 감사하는 생각으로 겸손하게 받아서 쓰십시오. 맡겨둔 돈 찾아서 쓰듯 큰소리만 치지 말고.
도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돈을 쓰면서도 도민에게 생색내고 공무원에게 큰소리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