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대집행' 막바지 검토...마찰 생기면 바로 '작전개시'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초강경 대응방침이 발표된 후,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완전 고립상태에 있다.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평화운동가, 단체 회원들이 중덕해안가와 최근 용도폐지된 농로 삼거리에서 밤샘농성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각 길목 입구는 경찰력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다.
올레7코스로 향하는 해군기지사업단 옆 길목입구, 그리고 마을 내에서 중덕해안가로 이어지는 농로입구, 강정포구 앞, 심지어 해군기지 사업단 내에도 경찰력은 배치돼 있다.
강정마을에서는 1km 가량 떨어진 법환 외곽 도로에도 대형 경찰버스들이 대기상태에 있다.
밤샘 농성장 주변은 사실상 경찰력에 완전히 포위된 채 고립돼 있는 형국이다.
31일 밤에는 제주에 긴급 파견된 서울경찰관기동대 소속 경찰관과 여경 등 449명이 추가로 배치됐다. '비상'이 걸렸다 하면 1000명이 넘는 경찰력이 언제든지 곧바로 투입될 수 있다.
물대포 등의 진압장비도 갖추고 있다. 이번에 내려온 서울경찰관기동대는 전.의경이 아닌 순수 경찰관으로 이뤄진 부대단위 경찰조직이다.
경찰의 출동준비는 완료된 셈이다.



▲해군 펜스설치 언제할까?
문제는 해군의 '액션'이다.
해군에서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밤샘 농성이 진행되고 있는 농로 삼거리에 '펜스'를 설치하겠다고 나서면 마찰은 불가피하다. 이 마찰을 빌미로 해 경찰력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해군측은 제주지법이 지난 31일 이곳 농로 삼거리와 강정포구 앞, 해군기지사업단 앞 등에 강정마을 주민 37명과 강정마을회 등 5개 단체에 대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결정 내용을 고시한 표지판을 세웠기 때문에 이제 법적인 보호하에서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군측은 곧 펜스설치를 통해 주민들을 공사현장 밖으로 내보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펜스가 설치될 지점인 농로 삼거리 등에는 현재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밤샘농성을 하고 있는데다, 주변에는 가건물과 텐트 등이 즐비해 있어 '행정대집행'을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즉, 펜스를 설치하려면 가건물이나 시설물을 함께 철거해야 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하므로 '행정대집행' 시점이 디데이(D-day)일 가능성이 높다.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가처분신청 수용 결정이 내려진 만큼 빠른 시일내 공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서귀포시에 조속한 행정대집행을 요청하고, 주민들을 공사현장 내부에서 물러나도록 한 후 펜스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직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하는 부분이 바로 '행정대집행'이다.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누가 행사할지를 놓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해군측은 서귀포시에 이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서귀포시는 법원의 공사방해금지 가처분결정에서 제시한 내용을 갖고 권한행사 주체에 대한 좀더 시간을 갖고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가처분 결정에서 해군측이 요청한 대체집행에 대해 '각하'하면서 행정대집행의 권한은 사업시행자, 즉 국방부에 있다고 판시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는 일반사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고시된 사업구역 안의 바닷가에 허가 없이 설치된 시설물은 사업시행자가 직접 대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결정문에 따라 서귀포시는 시간을 두고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행정대집행을 누가 해야 하느냐의 문제를 놓고 지난 법제처에 의뢰한 유권해석에서는 서귀포시가 해야한다는 결론을 회신받았지만, 이번 법원의 결정문에서는 사업시행자가 할 수 있다고 해석함에 따라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창후 서귀포시장은 "아직 해군측에서 행정대집행을 하도록 요청한 사실이 없다"면서 "법제처의 유권해석 내용과 법원의 결정문 내용이 상이한 만큼, 행정대집행에 대해서 충분히 법률적 검토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 시장은 "서귀포시 입장에서는 주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점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행정대집행의 문제는 좀더 잘 고민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과연 해군측이 직접적 행정대집행에 나설까 하는 부분이다.
누가 할지를 놓고 서귀포시와 법리해석 논쟁을 하다보면 상당시간이 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조만간 권한행사 주체 문제를 놓고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비폭력 원칙 선언한 주민들..."2가지 경우는 안돼"
행정대집행의 권한행사 문제에 대한 결론만 내려진다면 '액션'은 곧바로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이번주 중, 늦어도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9일 이전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해군측의 '액션'에 맞춰 '공사방해'라는 엄격한 잣대를 명분으로 한 공권력의 뒷받침도 함께 연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안당국의 초강경 대응방침과 이명박 대통령의 해군기지 정상적 추진에 대한 단호한 입장, 김관진 국방장관 등의 마지막 경고성 담화문 등으로 이미 수세에 몰릴대로 몰린 강정마을 주민들.
주민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비폭력 평화적 대응'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앞으로 해군측에서 자극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듯한 제스쳐에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밝히고 있다.
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 위원장인 홍기룡씨는 가급적 충돌은 피하겠지만, 2가지 경우에 한해 '맨몸'으로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밤샘 농성이 이뤄지는 농로길을 펜스로 막으려 할 경우, 그리고 절대보전지역인 구럼비 해안에 포클레인을 앞세워 들어올 경우 두가지다.
이 2가지 상황에서는 결사적으로 저항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저항 역시 철저한 비폭력 원칙 하에 '맨몸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벼랑 끝으로 내몰린 주민들, 서서히 좁혀오는 거대한 공권력의 그물망 경계, '작전개시'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꼼꼼하게 취재한 티가 팍팍납니다
헤드란제주만의 깊은맛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