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그토록 미덥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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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이 그토록 미덥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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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7대 자연경관 투표독려와 '과유불급(過猶不及)'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다.

제주의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범국민 차원에 투표참여운동이 전개되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나침'이 구설수에 올랐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청 실.국 및 산하 유관기관, 행정시에 '세계 7대자연경관 공무원 가족 인터넷 투표 인증서 갖기 운동 알림'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1단계로 추진한 공무원 7464명의 인터넷 투표참여가 완료됨에 따라 2단계로 전 도민의 인터넷 투표 인증서 갖기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공무원 가족들이 솔선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시달사항의 핵심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공무원 가족은 'The New7wonders' 인터넷 투표를 완료한 후 인증서 원본을 게시함과 아울러, 가족들의 이름 옆에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어서 11일까지 제출하라고 시달한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가 7대 자연경관투표 공무원 가족 참여문제를 놓고 크게 격노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 세계 7대자연경관 투표독려와 관련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써서 제출하라고 요구한 공문. <헤드라인제주>
각 행정시로 내려진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실적 제출 서식. <헤드라인제주>

제주가 세계 7대자연경관지로 뽑히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범국민적인 투표참여운동이 전개되는 마당에 제주 공무원 가족들의 참여 독려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방법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공무원노조의 지적처럼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음은 거스를 수 없는 원칙이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게 됐을까? 공무원 가족들의 개인정보가 확연히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적어서 내라고 한 것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이는 두가지 차원에서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첫번째로는 헌법적 권리인 사생활을 버젓이 침해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사생활 침해를 앞장서 막아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개인정보를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어서 제출토록 한 후 직접 제주도당국이 확인해 보겠다는 것은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에 다름없다.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노출되면 투표인증 여부 뿐만 아니라 개인의 신상 정보, 그리고 그동안의 이메일 자료 등이 모두 노출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 통신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그리고 양심의 자유는 어떤 이유로도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두번째로는 제주도당국이 '한솥밥'을 먹는 공무원들을 믿지 못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민선 5기 제주도정이 지난 1월 새롭게 조직개편을 하고 핵심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추진의 동력인 제 식구를 믿지 못해 직접 눈으로 확인하겠다고 나선 것은 공직사회 내부에 드리워져 있는 불신풍조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7대 자연경관 투표를 실제 했는지 안했는지 못믿겠다는 제주도당국이 그럼 무엇을 믿고 대국민 설득에 나서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번 일을 두고 제주도당국은 문서를 기안한 부서의 실수였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7대 자연경관 선정이 200여일 앞둔 상황에서, 그것도 범국민적인 참여열기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터져나온 이번 일은 되레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제주도당국은 지금이라도 가족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출하라고 한 시달사항을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한 방법으로 도민들과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으며,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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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서 내라고 2011-03-11 14:00:48 | 59.***.***.23
군사시절 내무국 지시같구먼
민선5기의 특징인가

박덕배 어린이 2011-03-09 14:22:34 | 211.***.***.89
머리는 마음을 믿지 못하고
마음은 머리를 믿지 못하나니...
정신착란에 시달리던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신의 머리가 2개라고 착각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가끔 두통이 찾아왔는데 그 통증은 남들보다 2배였다. 어느날 그는 한쪽 머리가 너무 아픈 나머지 총으로 자신의 머리 하나를 쏘았다.
그제서야 그 남자는 자신이 정신착란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제주도정은 지금 정신착란에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