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입장발표' 즉시적 반격...의회와는 '협치' 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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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입장발표' 즉시적 반격...의회와는 '협치' 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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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사상초유 예산삭감 파장] (2) 원희룡 제주도정의 책임
편성권 '고집' 빌미제공...'일희일비' 대응전략, 의회 자극

(2) 원희룡 제주도정의 책임과 머쓱해진 '협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예산삭감 사태논란에서 책임의 경중을 따진다면 의회쪽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갈등상황의 원인제공 여부를 떠나, 예산안 최종 의결권을 의회가 갖고 있고 지금의 계수조정 결과는 전적으로 의회의 판단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예산 혹은 선심성 예산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나, 마치 화풀이를 하듯 마구잡이로 삭감을 가하면서 보복성 논란 등 역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예산파국에서 원희룡 제주도정 또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 '협치도정', 편성권은 왜 그토록 고집을?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과 대치상황 흐름을 살펴보면, 도정의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

첫째, 민선 6기 핵심아이콘으로 '협치(協治)'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이번 예산논란에서는 협치가 무색할 정도로 소통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원 지사는 취임 후 제주 주요 정책결정이나 현안 해결에 있어 새로운 도정운영시스템으로 '협치'를 강조해 왔다. 도지사의 권한을 좀 더 나누고 기존의 제도권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으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었다.

하지만 대의기관인 의회와의 협치는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련의 예산파문 과정에서 소통은 단절되고 일방향적인 주장을 펴는 입장발표만 난무했다.

특히 지난 10월, 구성지 의장의 '협치예산' 제안에 대해 일거에 거절한 것은 권한에 집착하면서 문제를 꼬이게 한 결정적 발단이 됐다.

구 의장이 예산편성 사전협의를 요청하자 "편성권은 집행부에 주어진 고유권한"이라는 이유로 단박에 거부한 것은 그동안 설명해 온 권한을 나누겠다는 협치의 취지 내지 진정성을 의심받게 하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진실논란이 일고 있는 사전협의 제안의 이면에 '20억원 재량사업비(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요구'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전협의 자체를 거부할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전협의를 통해 도정과 의회가 예산편성 및 심의의 큰 틀의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 합의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어야 했다. 의원들이 제시한 소위 주민 민원사업 리스트도 합의된 원칙 속에서 하나하나 체크하며 선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구성지 의장이 "예산문제는 기본적으로 원 지사가 도의회라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은데서 오는 문제였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 최초 편성예산안에 혁신과 변화 기조 제대로 담아냈나?

둘째, 최초 편성한 새해 예산안에서 변화와 혁신의 내용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한계도 보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예산편성 기조가 분명치 않았다. 색깔도 불분명하고, 원칙과 기준도 모호했다.

협치위원회 준비위원 소속 단체 예산이 편성돼 편향성 논란을 초래했는가 하면, 예산안 제출시점에 도래해서는 담당 공무원들조차 검토가 안된 급조된 신규 민간단체보조금이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볼 때 '혁신예산'이라고 칭할만한 부분은 약했다. 이러한 부분은 초반 예산심의 논쟁에서 의회 '강세'의 명분을 내주는 빌미를 초래했다.

제주자치도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보조금 관행을 비롯한 예산개혁을 선언했으나, 이 개혁의지가 첫해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못해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 '일희일비' 대응...매 상황 대응전략이 어째 좀?

셋째, 매 상황을 대처하는 '전략' 또한 깔끔하지 못했다.

사안이 도출될 때마다 제주도정은 일희일비하며 기자회견이나 입장발표를 갖는 즉시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원 지사는 예산안 부결파문 후 '마이크 굴욕'에 대한 울컥한 감정 때문인지 방송 인터뷰에서 '의원 1인당 20억원 편성요구'를 언급했다가 뒤늦게 공식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의회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또 소통을 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언론을 통해 말하려고 한 집행부의 고집과 언론플레이를 통한 압력..."이라며 크게 분개해 하는 구 의장의 신년대담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쨌든 각 사안의 대응에 있어 제주도정이 표현상에 있어 상당부분 의회의 감정을 자극한 측면은 컸던게 사실이다.

이러한 점들은 사상 초유의 '막장 예산' 사태가 빚어진데 따른 책임론에 있어 제주도정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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