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도 헷갈린 '1636억 삭감'...감액이유, 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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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도 헷갈린 '1636억 삭감'...감액이유, 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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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사상초유 예산삭감 파장] (1) 도의회, 제기되는 의구심
삭감총액 목표 설정하고 '묻지마 감액'?...항목별 삭감이유는?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 출범 후 처음으로 편성된 2015년 새해 예산안이 제주도의회에서 대규모 삭감이 이뤄지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새해가 시작됐으나 '덕담' 대신 이전투구식 거친 논쟁만 가열되고 있다.

지난 예산안에서 '1636억원'이 삭감된 것은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사태다. 행정업무의 큰 차질은 물론, 이의 불똥이 도민들에게 전가되면서 도민사회에서도 성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책임의 중심에 선 제주도정과 도의회는 마치 '자존심' 대결을 하듯, 여전히 '네 탓' 책임전가에만 주력하면서, 새해 제주는 '혼돈의 시대'로 빠져들고 있다.

커다란 행정공백으로 인해 지역경제 및 민생현장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자칫 최악의 상황이 우려되는 현실이다.

이 시점에서 이번 막장사태가 왜 발생했는지를 짚어보고, 현재의 파국을 수습하기 위한 과제를 정리해 본다. <헤드라인제주>


(1) 제주도의회의 명백한 오류와 제기되는 의구심

제주도의회가 지난달 29일 긴급 계수조정을 거쳐 총 1636억9231만원을 삭감해 새해 수정예산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누더기 예산', '만신창이 예산', '막장 예산', '보복성 예산' 등 온갖 꼬리표가 붙여지고 있고, 그 화살은 의회로 집중되고 있다.

구성지 의장은 "보복성이 아니라, 원희룡 제주도정이 의회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예산협치를 거부한 상황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항변했으나, 이 말의 설득력은 크게 떨어진다.

정황적 흐름의 전개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계수조정의 결과는 누가 보더라도 '보복성'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삭감된 예산을 '내부 유보금' 1634억4723만원, 예비비 1억9200만원에 편성했을 뿐, 증액사업은 단 1건도 편성하지 않아 이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증액잔치'로 점철돼 온 예전 관행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노력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증액예산 '제로(0)'의 의미를 높이 평가받고, 도민사회로부터 박수를 받고자 했다면 삭감 역시 일정한 원칙과 기준, 타당성을 확보했어야 했다.

총 삭감규모가 1000억원이 되었든, 2000억원이 되었든, 문제는 감액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심도있는 심의를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 선심성 예산 등을 걸러냈느냐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재 의회에 '과유불급'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총 삭감규모의 문제 보다는 삭감내역에서 나타난 원칙과 기준없이 보복성 조정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의회가 정말 '억울하다', '보복성 아니다', '최선이었다'는 말에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삭감내역의 타당성이 확고히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재조정된 삭감내역을 얼핏 살펴보더라도, 논리모순 내지 오류 투성이다.

현재까지 제기된 내용에서도 의회가 분명하게 해명해야 할 부분은 적지 않다.

◆ '이중삭감', '허수삭감' 46억원 변동...숱한 오류 발생 이유는?

첫째, 계수조정 내역이 하룻만에 '46억원'의 변동이 있었던 것과 관련해 해명해야 한다. 46억원의 변동은 수정예산안 계수조정이 매우 즉흥적이고 '보복성'으로 가해졌다는 의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2월29일 밤 의결된 수정예산안 계수조정 내역이 처음 제주도로 이송된 것은 30일.

이때 총 삭감규모는 1682억8764만원이다. 그러나 불과 하루만인 31일 다시 이송된 내역에는 '1636억9231만원'으로 정정됐다. 46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계수조정 내역 정리과정에서 '이중 삭감', '허수삭감' 등의 오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 최초 계수조정 내역에서는 예산안에 편성되지 않은 3건의 3900만원도 삭감됐다가 뒤늦게 조정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예산안에 편성된 금액을 초과해 삭감한 사례도 5건에 3억9500만원에 달했다.

제주 미래비전 홍보비는 예산서에 7억2000만원이 편성돼 있었으나 의회는 10억8000만원을 삭감했는가 하면 부처님 오신날 봉축탑 설치비용은 예산서에 5000만원이 계상됐으나 의회는 이보다 초과해 6500만원을 삭감했다.

36건 30억8900만원은 2회 중복 삭감하면서 '허수 예산'으로 전락시켰다.

이러한 부분은 최종 이송 내역에서는 정정됐으나, 이번 계수조정이 얼마나 촉박하게 행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원들조차 삭감된 항목이 너무 많아, 헷갈렸다는 후문이다.

◆ 문제가 있어 삭감한 것인가, '2000억' 총량 맞추기 위한 것이었나

둘째, 삭감된 1636억원은 어떤 원칙과 기준, 타당성보다는 '총량'에 꿰맞추기 위한 삭감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답해야 한다.

계수조정을 전후해 의회 내부에서도 '1000억원', '2000억원' 삭감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각각의 예산항목을 심의한 후 불요불급하거나 선심성 예산을 추려내기 보다는 이미 삭감해야 할 목표 선을 정한 후 손질을 가했다는 의구심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계수조정에서 일률적 기준을 정해 삭감된 항목은 시책업무 추진비에서 17억3770만원, 국외업무 여비에서 10억1730억원, 우수공무원 해외배낭연수 등의 국제화여부에서 25억4401만원이다.

이들 사업비는 제주도청과 행정시에 편성된 사업비는 물론 의회 사무처에 편성된 사업비들까지 전액 삭감하면서 타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일정한 기준하에 이뤄졌다고 볼 수도 있다.

또 민간단체 보조금이나 언론사 지원예산도 나름대로 판단하에 삭감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법령 및 조례 등의 근거를 갖고 편성한 법정필수경비가 무려 24건에 197억원이 삭감된 것, 예산편성지침 및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할 경비인 국가직접사업 및 국비보조사업에 따른 지방비 부담사업도 50건에 269억원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필수경비에서는 사회복지요원의 인건비 등까지 포함됐다고 한다.

이는 법령에 위배됐다는 논란으로 이어져, 제주도정에 '재의요구'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서별 사무관리비까지 거의 대부분 삭감해 의아스럽게 하고 있다. 금액이 과다책정됐다면 최소 필요선을 정해 부분 손질을 가하면 됐을 터였지만, 의회는 싹둑싹둑 잘라내는 방식의 묻지마 삭감을 가했다.

이 때문인지 필수경비 혹은 행정업무를 마비시킬 우려가 있는 사업비를 삭감한 이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1000억원', '2000억원' 목표선을 정해 막무가내로 삭감한 것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갖게 하는 이유다.

◆ 사회복지.1차산업 현안사업비 삭감한 이유는?

셋째, 당면한 사업비, 사회복지와 1차산업 사업비를 왜 삭감했는지에 대해서도 답해야 한다. 삭감총액 규모가 크다보니 의원들 내부에서도 예산삭감 항목조차 제대로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아들을 둔 엄마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제주도의회 게시판에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한 이유를 따져물었다. 장애인복지관 정원이 가득차 대기순번이 12명까지 밀려있으나 이번에 사회복지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피해가 우려된다는 호소다.

사회적 약자관련 복지예산에서는 8억8900만원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인단체에서는 농업분야 예산 123억원이 삭감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한중FTA 등 농산물 개방압력과 감귤값 하락 등으로 1차산업이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 속에서 묻지마 식으로 농업분야 예산이 삭감돼 큰 위기상황 초래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월동채소 수급안정지원사업 예산 8억원 전액이 삭감된 것을 비롯해, 가공용 감귤 수매보전사업 예산은 50억원 중 1억원만 남겨놓은 채 49억원이 삭감됐다.

감귤출하 신고업무 등에 투입되는 감귤출하연합회 인건비 등 운영비 8억80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농업인들은 5일 이와 관련한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이들 사업비가 왜 삭감돼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것을 촉구했다.

사상 초유의 예산삭감은 앞으로 각 사업추진 시기가 도래하면서 더욱 큰 파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의회는 대규모 삭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예산편성 사전협의를 거부하면서 발단", "원 지사가 의회를 인정 안하는 데서 비롯", "20억원 재량사업비 발언으로 의회에 상처", "부동의를 암시하는 발언과 준예산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의회를 벼랑 끝으로 몰아 세워" 등등 많은 얘기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들의 결론은 단 하나 '원 도정이 나빠서', 즉 스스로 감정적 내지 보복성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정작 계수조정 결과물의 항목별 삭감이유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삭감 폭탄은 결국 행정 수요자인 도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갈 수밖에 없음에도 의회는 지금도 분이 덜 풀렸는지 도정에 대한 책임전가만 계속하고 있다.

왜 삭감을 했는지, 그리고 삭감으로 인해 초래될 재정파국의 현실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대의기관으로서 책임있는 응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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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몰라?? 2015-01-07 11:17:21 | 211.***.***.28
알기나 하고 삭감해야 말을하지................

소시민 2015-01-05 19:17:09 | 175.***.***.7
애꿎은 시민만 피해를 보게 하지 말고 도의원도 자신들 월급도 자진 삭감하는 모범을 보여주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