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일 뿐" → "죄송하다"...아이디.비번 어떻게 입수했나?
교장출신의 한 교육의원 후보자가 자신이 재임했던 학교 행정내부의 문자발송시스템을 이용해 학부모들에게 다량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의원 선거 제2선거구에 출마한 오창수 후보는 23일 "고교 교장 출신의 A후보가 자신이 재임했던 학교에서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행사를 홍보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다량으로 발송했다"며 선관위와 교육청의 강력한 조사를 촉구했다.
◇ 고등학교 행정실 전화번호 발송문자...어떻게 된 일?
오 후보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1시쯤 한 학부모가 00고등학교 행정실이 발신지인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자메시지는 이 학교 교장출신인 A 교육의원 후보자측에서 개소식 행사를 알리기 위한 문자이다.
내용은 'A 전 교장입니다. 선거사무소 개소식 오늘 17시'라고 적혀 있다.
오 후보는 "제보자인 학부모는 이 문자를 받고 발신지로 전화를 걸었더니 00고 행정실이라는 것이 확인됐고, 학교기관에서 특정후보 대상으로 개소식 알림 메시지를 보내면 되느냐고 항의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잠시 후 A교육의원 후보가 전화를 와서 만나자고 하면서 설득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제보자가 학교 행정실에 통화하자 마자, 학교측에서 A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제보자를 설득하도록 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오 후보는 "학교 기관에서 시스템을 이용한 학부모들에게 대량 메시지 송신해 특정후보를 돕기 위해 불법 선거운동을 자행했다"며 "학교 기관에서 학부모 개인정보자료를 이용 대량 메시지 전송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 교육청 "학교서 보낸게 아냐"...후보자 "자원봉사자 실수일뿐"
파장이 확산되자 제주도교육청 감사관실은 23일 오전 교육청 기자실에서 관련 브리핑을 갖고 "확인해본 결과 학교에서 발송된 사실은 없었다"며 "문자에 찍힌 번호는 학교 행정식 전화번호가 맞았지만, IP주소 확인을 해보니 외부에서 발송을 한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은 이어 "퇴임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사실확인을 할 수 없어, 일단 학교측에서 발송했는지 여부만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을 받고 있는 A후보도 이날 오전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자원봉사자들이 교장 재직시절 때 제자들인데, '보내는 사람' 연락처에 적혀 있던 학교 번호를 바꾸지 않고 발송해서 빚어진 실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문자메시지 송부 시스템에 발신번호로 저장돼 있던 연락처를 미처 수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후보측은 당시 발송된 문자메시지는 1500여건으로, 동일한 번호로 정정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고 주장했다.
◇ 학교내부 '크로샷' 통한 문자발송 사실로 확인 파문
그러나 사실 확인결과 A후보가 사용했던 문자발송 시스템은 민간라인이 아니라, 공적라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이 재임했던 고등학교에서 학부모 등에게 공지사항 등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대량메시지 전송시스템인 KT '크로샷'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A후보가 자신이 재임했던 고등학교의 행정망의 문자발송시스템에 접속해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사실상 학교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셈이다. 문자메시지 발송비용도 고스란히 학교로 부과된다.
그런데도 A후보는 "자원봉사자의 실수일 뿐"이라고 주장하다가, 뒤늦게 <헤드라인제주>가 이같은 사실을 제기하자 해당 학교의 아이디와 비번을 이용해 접속한 후 문자를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A후보는 "제가 정말 판단을 잘못했다. 크로샷을 이용하더라도 발신자 전화번호만 바꾸면 개인번호로 요금이 부과되지 않았나 생각해서 접속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 학교행정 내부 아이디.비번...어떻게 유출됐나?
학교행정 내부의 문자발송시스템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제 남은 논란은 어떻게 학교내부에서만 확인 가능한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어떻게 유출됐는지로 모아지고 있다.
A후보가 해당학교에 재직한 것은 지난해 8월까지로, 이후 올해 1~2월쯤 해당학교에서는 크로샷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학교 내부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누군가가 말해줬거나, 아니면 또다른 방법으로 이를 얻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A후보자는 "학교에 인사를 갔다가 우연히 교무실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게 된 것"이라며 "제가 잘못 판단해 일어난 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도 발칵 뒤집혔다. 이 학교측 관계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어떻게 노출됐는지 경위를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해당 후보가 공적라인을 통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금융사 등의 개인정보 유출로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학교 내부행정망에서도 허술한 보안관리의 단면이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문제를 조사하는 선관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이건 범죄입니다. 너무도 악질적입니다. 이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제주사회의 정의와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이런 사건은 철저히 파헤처서 엄벌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