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받는 교통행정...왜 갑자기 버스정류소 철거하고 팻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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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받는 교통행정...왜 갑자기 버스정류소 철거하고 팻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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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소리] "비가림 버스정류장 철거한 이유가 뭔가?"
"횡단보도 설치 때문"이라던 정류소 자리, 진입차량들로 혼잡
1년 전 연삼로 '세기아파트' 버스정류소 모습. 당시에는 비가림 버스정류장이 위치해 있으면서 해당 지점에서는 인도로 차량 진입이 불가능했다. ⓒ헤드라인제주
1년 전 연삼로 '세기아파트' 버스정류소 모습. 당시에는 비가림 버스정류장이 위치해 있으면서 해당 지점에서는 인도로 차량 진입이 불가능했다. ⓒ헤드라인제주
자난 5월 20일 비가림 버스정류소가 철거된 후 팻말 정류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사진=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도에 바란다' 제보자>
자난 5월 20일 비가림 버스정류소가 철거된 후 팻말 정류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사진=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도에 바란다' 제보자>

제주시가 멀쩡한 비가림 버스정류소를 갑자기 철거하고, 정류소 팻말만 덩그러니 세워 놓아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볼멘 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버스정류소는 제주시 연삼로 중 연오로 입구 서쪽 지점의 '세기아파트' 정류장.

불과 두달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버스정보안내시스템이 설치된 비가림형 버스정류장이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제주시는 지난 5월 20일 비가림 정류장 돌연 철거하고, 서쪽으로 10m 정도 이동해 정류장 표시의 원형 팻말 기둥을 세웠다.

갑자기 버스정류장이 철거되면서 시민들은 당혹스러워 했다. 그동안 상시적으로 송출되던 버스도착정보 시스템이 사라졌기 때문에, 정류장에 나온 시민들은 한결같이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버스 도착 상황을 체크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버스노선 검색이 쉽지 않은 장년층 이용객들의 불편은 더욱 크다.

그런데 버스정류장이 철거된 것을 두고 시민들의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는 3일 버스정류소가 있던 자리를 기준으로 해 연삼로 남북 방향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한편, 연오로 방면으로 좌회전 신호등을 설치할 계획이어서 불가피하게 정류소를 철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버스정류소가 이동된 후, 그 공간은 차량 진입로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김모씨는 3일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제주도에 바란다'에 올린 글을 통해 "(버스 정류장이 철거된 후) 동네 주민들은 비가림, 해가림도 안되는 길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 시간표를 몰라 스마트폰으로 조회하는 실정"이라면서 해당 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제주시청) 교통과에서는 곧 신호등이 생길 예정이어서 버스정류소 부스를 철거했다고 답변했는데, (비가림) 정류소는 안되고 표지판만 되나"라고 반문했다.

횡단보도 설치 계획과 관련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버스정류소가 있던 자리 주변에) 가게 입구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보도블록 공사 를 진행했다"면서 "때문에 지금 가게 앞 인도는 주차장이 되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류소가 철거된 후에는 인도에 차량이 세워지거나 진입하는 차량이 많아지면서 보행자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시당국의 설명대로 버스정류소가 있던 공간을 기준으로 횡단보도가 설치될 경우 횡단보도 주변은 보행자 안전구역이 확보돼야 하는데, 이러한 안전성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도 의문으로 남고 있다.

김씨는 "이는 전형적인 칸막이 행정의 사례"라며 "연오로 개통은 20여년전 이미 계획돼 있었고, 시설물 설치 변경은 계획이전 단계에서 지역주민 피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음에도 주민의견 수렴 등이 전혀 없이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또 "새로운 교통 환경 변화에 따른 신호등 개설을 예상하고 행정끼리 협업을 해야 하나 교통행정과와 자치경찰, 건설과가 모두 각자의 일만을 진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스정류소가 철거되고 횡단보도가 설치될 지점 앞.ⓒ헤드라인제주
버스정류소가 철거되고 횡단보도가 설치될 지점 앞. ⓒ헤드라인제주

한편, 제주시 관계자는 이번 버스정류장 철거와 관련해, "자치경찰단으로부터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두 차례 그 위치(비가림 버스정류장)에 신호등 및 횡단보도 설치할 계획이라는 문서를 받았다"면서 "그래서 (비가림 버스정류장을 철거하고, 서쪽으로) 10m 정도 이동해서 정류소를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버스정류장 철거가 특정 가게의 요청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는, "(특정) 가게와는 상관 없다. 그 가게가 건물을 짓다가 50%쯤 진척됐을 때 (정류소) 이설 요청을 했던 것은 사실이나 우리가 (그 요청 때문에) 이설해 줄 이유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버스 정류장 철거는 가게 민원과는 관계없고 확장된 연오로에 좌회전 신호등 및 횡단보도가 생길 예정이어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버스정류소가 설치된 후 지난달 초 진행될 예정이었던 비가림 정류소와 횡단보도 설치는 미뤄졌고, 대신 해당 가게로 차량이 진입할 수 있도록 통로가 허용되면서 논란의 여지는 커졌다.

횡단보도 설치를 이유로 버스정류소를 옮겼는데, 버스정류소가 있던 자리는 사실상 차량 진입 통로로 허가가 이뤄지면서 오해의 소지를 남긴 것이다.

6월 초 예정됐던 비가림정류소 및 횡단보도 설치공사는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 당국이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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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합시다 2020-07-06 08:37:31 | 39.***.***.172
좀 제대로 합시다. 공무원 복무조항 7조인가요? 각설하고 공무원은 시민을 위해 봉사해야한다는 조항이 있습죠. 그런데 잊을만하면 터지는 일들을 보면 행정이 공무원이 시민보다는 자신들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데서 비롯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참 씁쓸합니다

철밥통 2020-07-06 05:03:10 | 118.***.***.73
제주도 공무원들... 월급 절반만 받아야 함...

영혼없는 행정 2020-07-05 08:39:27 | 61.***.***.16
이게 무슨 행정이냐!!! 보행편의를 위해 신호등을 만들겠다고 해놓고 엉뚱하게 그 곳에 차량이 진입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면, 나중에 그 자리에 뒤늦게 신호등이 설치돼도 차량은 계속 인도를 넘나들텐데, 그 위험은 누가 책임지냐??? 순서가 뒤바뀐 일처리 참으로 가관이다

오해 2020-07-04 09:05:08 | 211.***.***.159
오해받을 짓 했구만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이고 상인의 편의를 먼저고려했으니 딱 오해 살만하지.

이거야 참 2020-07-03 18:57:09 | 175.***.***.194
버스 정류소는 횡단보도 만들려고 철거해서 옆으로 옮겼다면 반듯하게 비가림 만들어주던지 해야지 그 자리에 업체를 위한 차량 통행로 민들어주는건문 식이냐
오해가 아니라 상식적이지 못한 행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