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태풍 극복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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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태풍 극복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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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51) 역사속의 제주농업 문화

제주농업을 이해함에 있어 타 지역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기상 환경이다. 다른 지방과 비교 했을 때 온난한 기상여건과 함께하는 제주는 태풍의 길목이라는 것이다. 제주 농업의 역사는 태풍 극복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주도는 한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하며 수리적으로 북위 33°10′∼ 33°34′, 동경 126°10′∼127°에 해당된다. 지리적으로는 서울에서 약 450km(280마일), 목포에서 약 145㎞(91마일), 부산에서 약 268㎞(168마일) 떨어진 섬이다.

태양고도가 연중 높아 태양의 순복사량이 에너지 수지상 과잉이 시작되는 위도대이며 여름에는 태양의 북상으로 열대기단의 영향권에 들기도 한다. 주위의 해륙분포를 보면 지구에서 가장 넓은 태평양의 가장자리인 북서태평양속에 있으면서 아시아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다습한 해양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일년 내내 남서쪽에서 흘러드는 따뜻한 적도해류의 지류인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겨울에 북쪽에서 흘러오는 북한해류나 황해의 찬 연안류같은 한류의 영향을 직접 받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 주변 및 남해 표층수온은 1970년대 18~19℃ 사이지만, 최근 10년(1999~2008년) 19.5℃에 가까운 값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주변해역 전체로써는 최근 41년간 약 1.31℃ 상승하는 추세이며, 남해에서 1.29℃의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지리적, 기후학적 원인으로 주로 난기단인 해양성 열대기단과 대륙성 열대기단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겨울철에도 북서쪽 대륙성기단의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해양을 지나면서 약화되어 변질된 찬기단의 영향을 받고 있다. 봄과 가을에는 주기적으로 화남지방에서 이동해 오는 기압골과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으며 남서몬순의 영향을 제일 먼저 받는 곳으로서 장마와 북상하는 태풍의 길목에 있기도 하다.

‘태풍’이라는 단어는 1904년부터 1954년까지의 기상관측 자료가 정리된 「기상연보(氣像年報) 50년」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태풍의 ‘태(颱)'라는 글자가 중국에서 가장 처음 사용된 예는 1634년에 편집된 복건통지 (福建通志)56권 토풍지(土風志)에 있다. 중국에서는 옛날에 태풍과 같이 바람이 강하고 회전하는 풍계(風系)를 ‘구풍(具風)'이라고 했으며, 이 ‘구(具)'는 ‘사방의 바람을 빙빙 돌리면서 불어온다'는 뜻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Typhoon" 이라는 영어 단어는 그리스 신화에 티폰 (Typhon)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Gaia)와 거인 족 타르타루스(Tartarus) 사이에서 태어난 티폰(Typhon)은 백 마리의 뱀의 머리와 강력한 손과 발을 가진 용이었으나, 아주 사악하고 파괴적이어서 제우스(Zeus)신의 공격을 받아 불길을 뿜어내는 능력은 빼앗기고 폭풍우 정도만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티폰(Typhon)'을 파괴적인폭풍우와 연관시킴으로써 'taifung'을 끌어들여 'typhoon'이라는 영어 표현을 만들어 냈다. 영어의 ‘typhoon'이란 용어는 1588년에 영국에서 사용한 예가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1504년 ‘typhon'이라 하였다.

왼쪽부터 17세기 태풍에 난파된 하멜 일행 모습과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2016년).
왼쪽부터 17세기 태풍에 난파된 하멜 일행 모습과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2016년).

옛 문헌에 나타난 우리나라 바람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모본왕(摹本王) 2년 3월(서기 49년 음력 3월)에 폭풍으로 인해 나무가 뽑혔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그 당시 바람의 세기를 현재 기준에 따라 짐작해 보면, 평균풍속 30㎧(시속 110㎞) 이상이다. 이 정도면 중형급 태풍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신라에서는 경주에 큰 바람이 불고 금성동문이 저절로 무너졌다고 전해 내려온다. 고려시대에는 정종(靖宗) 6년(서기 950년) 음력 9월 1일 폭우가 내리고 질풍(疾風)이 불어 길거리에 죽은 사람이 있었으며 광화문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명종(明宗) 17년(서기 1526년) 경상 감사의 서장(書狀)에 의하면, “경상도에서 음력 7월 15~16일 폭풍과 호우가 밤낮으로 계속 몰아쳐기와가 날아가고 나무가 뽑혔으며, 시냇물이 범람하여 가옥이 표류하였고 인명과 가축도 많이 상하였으며 온갖 농작물이 침해되어 아예 추수할 가망조차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진주 지방은 민가가 전부 침수되었고 밀양에는 물에 떠내려가 죽은 사람이 매우 많으니 이처럼 혹심한 수재는 근고에 없었던 것입니다.” 라는 내용과또 “신이 지난 8월 8일에 김해(金海)로부터 안골포(安骨浦)에 당도하였는데 이때에 비바람이 몰아쳐 밤새도록 멈추지 아니하였고 지붕의 기와가 모두 날아갔습니다.” 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태풍들은 거의 대부분 7, 8, 9월 3개월에 집중되어 있으며, 간혹 6월과 10월에 내습하는 경우도 드물게 일어난다. 여름철에 뜨거운 열을 받은 해양 표면의 물이 증발하고 대류에 의해 상승하다가 응결 하는데, 방출하는 잠열에 의해 다시 주변 수증기들을 가열하면서 대류권 계면까지 상승시킨다.

이때 강한 상승기류로 인해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하는데 이를 태풍이라고 한다. 열대저기압이 마침내 최대 풍속 18 m/s에 이르는 순간에 태풍이 되면서 감시를 시작한다. 태풍은 열에너지와 수분 그리고 회전력이라는 3박자를 갖춰야 발생합니다. 적도 부근의 뜨거운 바닷물이 증발되면서 수증기가 발생하고 이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을 다시 빨아들여 태풍의 힘은 점점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역대 최악의 태풍들은 20세기에는 1959년의 사라, 1987년 셀마, 1991년 글래디스, 1995년 페이 등이 대형급 태풍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들은 최근 지구온난황의 영향으로 2000년대에 들어 대부분 갈아치워졌다.

2000년 프라피룬,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1959년 사라호의 경우 추석에 내습하는 바람에 전국적인 피해를 야기했고, 루사의 경우 재산 피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매미의 경우는 루사의 피해가 채 가시기도 전인 1년 만에 다시 한반도를 강타한 강한 태풍인지라 루사 못지 않은 피해를 기록했다. 태풍 루사는 엄청난 강수량(강릉 898 mm)으로 큰 피해를 입힌 반면에 매미는 역대 두 번째인 중심기압 954 hPa을 기록하며 강수량보다도 강한 돌풍과 그로 인한 해일 등이 더 특징적이었다. 이는 태풍 사라와 비슷한 양상이지만, 사라의 피해는 당시 시설의 미비 때문에 강풍보다는 폭우에 의한 것이 많았다.

순위

기록일

이름

지역

풍속(m/s)

1

2003 912

매미

제주

60.0

1

2003 912

매미

고산

60.0

3

2000 831

프라피룬

흑산도

58.3

4

2002 831

루사

고산

56.7

5

2016 105

차바

고산

56.5

6

2019 97

링링

흑산도

54.4

7

2007 917

나리

울릉도

52.4

8

2007 916

나리

고산

52.0

9

2012 828

볼라벤

완도

51.8

10

1992 925

테드

울릉도

51.0

<태풍의 순간 최대 풍속 10순위(1937~2019)>

 

큰 태풍이 올 때마다 적지 않은 피해를 보지만, 사실 한반도에 오는 태풍은 대부분 동남아와 중국, 일본을 지나면서 풀파워 상태가 지나 많이 약화된 상태다. 다만 제주도의 경우 대 태풍 최전방이다 보니 태풍이 최고조 인 상태로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 내습하는 태풍은 대부분 제주도∼대한해협∼남해안∼ 동해라는 경로를 보여주는데, 대한해협에서 발생하는 제트기류가 태풍을 강하게 쳐내기 때문에 실제로 태풍이 대한해협에 들어서자마자 동해로 나갈 때의 속도가 다른 때보다 빠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바람의 섬 제주는 한반도에서 태풍을 가장 먼저 맞는다. 태풍의 길목에서 제주는 한반도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제주의 돌담은 강한 태풍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았고, 얼기설기 얽어맨 초가지붕은 날리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태풍의 강도가 더 세어 질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태풍을 견뎌온 제주 선인들의 삶의 지혜가 새롭게 창출되어야 할 것이다.

※ 참고자료: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국립수산기상청(2009); 기상청( www.kma.go.kr), <날씨누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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