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잃은 조랑말...9억원짜리 '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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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잃은 조랑말...9억원짜리 '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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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새 9억원 투입 고마로...LED-인공폭포 '가동 중단'
시민 볼멘소리 커져...제주시 "에너지 절약, 어쩔 수 없다"

과거 말을 살찌우던 '고마장'이 있었던 곳으로 알려진 제주시 일도2동의 '고마로'.

제주시는 옛 문화를 되새기고 고마로 일대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사업비 3억원을 투입해 조랑말 야간경관 조명시설을 설치했다.

당시 제주시는 인제사거리부터 수협사거리까지 연결하는 양쪽 인도에 말이 달리는 동작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12개씩 총 24개를 세우고, LED조명을 설치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추가로 3억5000만원을 들여 공사에 착수, 일도지구 수협사거리에서 제주은행 사거리까지 350m구간에도 같은 조랑말 조형물 24개를 설치한 바 있다.

조명이 꺼져있는 일도2동 고마로 조랑말 조형물. <헤드라인제주>

그런데, '고마로 테마거리'라는 이름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지역상권 살리기 사업은 불과 한해가 지나가는 시점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다.

거리가 어두컴컴해졌지만 총 6억5000만원을 들인 조랑말 조형물의 LED는 켜 질 줄을 몰랐다.

# '있으나 마나' 조형물에 어둑한 거리 "한참 장사철인데..."

제주시는 조랑말 조형물과 함께 주변 바닥에도 조명시설을 설치했다. 또 주민들의 여론을 받아들여 설치 해 놓은 조랑말에 '눈'을 추가로 설치하기도 했다.

조명이 다소 어둡다는 의견에 추가로 설치된 조형물의 경우 빛의 밝기를 조금 더 강하게 설치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LED조명이 아예 켜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여론울 수렴한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게된 형국이다.

당시 "조형물 설치사업을 통해 일도2동 고마로가 야간관광 명소로 지역경제 및 구도심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 본 전망과는 엇갈린 행보다.

19일 늦은 오후,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지난해까지 불을 밝히던 조랑말 조형물이 빛을 잃은 것을 두고 의아해 했다.

일도2동에 살고있는 김명철(38)씨는 "요즘 거리가 어둡다 싶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조랑말 조형물의 불이 꺼져있더라"라며 "안그래도 어두운 거리인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에서 일을하고 있는 이현자(44)씨는 "여름이면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거리가 환하면 좋을텐데 불이 꺼져있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일도2동 고마로 일대. 조랑말 조형물의 불빛이 꺼지면서 어두컴컴하다. <헤드라인제주>
조명이 꺼져있는 일도2동 고마로 조랑말 조형물. <헤드라인제주>

애초부터 반발이 심했었다는 지적도 일었다.

지역주민 한모씨(27)는 "10년 넘게 이 동네에 살았지만 '고마로'라는 이름을 알지도 못했었는데 쌩뚱맞게 말 조형물을 설치하더라"라며 "지금 왜 불이 꺼져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형물이 설치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 인공폭포도 가동 중단..."고마로에 들인 예산만 9억여원"

고마로 인근 공원에 설치된 '인공폭포'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제주시는 지난해 6월 사업비 2억6600만원을 들여 고마로 인근 팔각정공원에 인공폭포를 조성했다. 연못에는 폭포와 분수, 경관조명 등을 설치해 놓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하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임에도 폭포는 멈춰서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방치돼 있는 것이다.

'고마로' 일대에만 2년새에 들어간 사업비는 어림잡아 9억여원. 현재의 모습으로 판단해서는 거리가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

# 제주시 "가동 중지, 전국적인 에너지 절약 때문"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전국적인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1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 에너지 위기경보가 '주의'등급으로 오르게 된다"며 "이에 불필요한 조명이나 전기는 사용하지 못하게끔 지침이 내려져 있다"고 말했다.

고마로 일대 가동이 중단된 인공폭포. <헤드라인제주>
조명이 꺼져있는 일도2동 고마로 조랑말 조형물. <헤드라인제주>

실제로 정부는 지난 2월 27일 중동지방의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두바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에너지 경보를 '주의'등급으로 격상시킨 바 있다.

그런데,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국제유가는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도 국제 유가의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고개를 젓고 있는 상황이다.

이 추세라면 9억원이 투입된 고마로는 여전히 빛을 잃은채 방치될 수밖에 없는 형국.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 등급이 높더라도, 관광도시의 특성상 볼거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불을 켤 수 있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거액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한 제주시에 대해 비판여론이 거세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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