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말(馬) 산업 특구' 10년, 어떤 변화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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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말(馬) 산업 특구' 10년, 어떤 변화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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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 특구 10년 성과와 과제] (1) 특구 지정, 그동안의 성과는
말 전문병원, 승용마 조련센터, 전문기관.생산기지 등 인프라 조성
조수입, 세수 확대...9년 연속 특구평가 '1위'...식품 대중화 한계

제주도가 말(馬) 산업 특구로 지정된 후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말산업 특구 10년, 그동안 제주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경제적 파급 효과는 기대했던 것만큼 나타났을까.

'청마(靑馬)의 해'인 2014년 새해 아침, 정부는 제주도를 대한민국 제1호 말산업 특구로 지정, 선포했다. 제주도는 국내 말 사육두수 67%인 2만마리 이상 사육되고 있고, 승마시설 50개 보유, 전국 초지의 45%인 1만7000㏊ 등 말 생산.조련.이용 등에 필요한 유리한 자연 여건을 갖춘 곳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특구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당시 제주사회 신년 화두는 '말산업'으로, 도민들의 기대감은 매우 컸다.

'말'을 산업화 함으로써 축산업 뿐만 아니라, 승마를 비롯한 레저, 식품 및 가공산업 등 성장 잠재력과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연관산업이 급속히 발전할 것이란 전망 보고서가 이어졌다. 지역 경제 파급효과는 물론, 새로운 일자리도 속속 생겨날 것으로 내다봤다.

말산업 특구 지정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 개방화 시대에 농업.농촌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과 도.농간의 교류 활성화를 통해 승마.힐링 산업 등 선진국형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경제적 효과를 떠나, 예로부터 말의 고장으로 불린 제주도가 말 산업특구로 지정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됐다.

2014년 1월 열린 대한민국 제1호 제주도 말산업 특구 지정서 전수식.
2014년 1월 열린 대한민국 제1호 제주도 말산업 특구 지정서 전수식.

제주특별자치도는 말 산업 특구 지정과 함께 본격적 후속사업 추진에 나섰다. 우선 말산업의 육성과 지원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그해 '제주특별자치도 말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 따라 5년 단위로 '제주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제1차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마련해 시행한데 이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제2차 종합계획이 시행됐다. 

1차 종합계획에서는 인프라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거점 승용마 조련시설, 승마시설, 제주마 혈통보존, 말 전문병원, 승마 종합힐링센터, 말 사육기반시설, 말산업 특성화학교, 에코힐링 관광마로(馬路) 조성 등이 집중적으로 추진됐다. 
 
제주도는 이러한 계획이 추진되면 지역경제 연관 효과로 2017년 말산업 매출 2200억원과 함께 300명의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전망했다. 이에 따른 지역경제 유발효과는 5000억원 정도로 내다봤다. 승마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승마 관련 체험인구도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제주 말산업 특구는 어느 단계까지 올라왔을까.  

말산업 특구 지정 10년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운영면에서는 무난한 합격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2023 전국 말산업특구 지정 지자체(제주도, 경기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운영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특구로 지정된 이래 9년 연속 1위를 단 한번 놓치지 않았다. 

운영평가는 특구별 운영 미비사항을 점검하고 말산업 육성계획의 부합성, 추진사업의 우수성, 국비 집행의 적정성, 특구발전의 효과성 등 4개 항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일단 운영면에서 내실있는 추진, 사업 효과성 등을 인정받은 셈이다.
 
제주도는 평가 결과에 따라 올해 인센티브로 국비 예산 3억 5000만 원을 지원받아 말산업 육성을 위한 지역 특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수한 경주마 생산 자원 확대와 농가 경영비 절감 등을 위해 우수 씨수말 및 제주마 종마 구입을 지원할 예정이다.

승마대회 활성화를 위한 임시 마사를 구입·지원하고 경주퇴역마의 복지 향상을 위한 휴양목장 조성 시범사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정부의 말산업 특구 공모사업도 추진된다. 서귀포시의 '시민건강 힐링승마장 지정 운영 및 시설조성 지원사업’이 선정돼 국비 예산 1억 5000만 원을 지원받을 계획이다. 서귀포시는 시민건강 힐링 승마장으로 지정된 사업장에 대한 이용객 불편을 해소하도록 편의시설 등의 개보수 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강재섭 제주특별자치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코로나 확산으로 침체됐던 말산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시기에 말산업 특구 운영평가와 공모사업으로 국비지원 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이를 발판삼아 제주 말산업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한국마사회

이러한 가운데, 제2차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 시행을 통해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성과를 살펴보면, 우선 2014년부터 올해까지 특구지정 운영에 따른 우수 지자체 선정으로 국비 총액은 199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말산업 관련 조수입도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마가 시행되지 못하고, 관중 없이 운영되는 변수가 있었으나, 2022년 3월부터 정상적으로 경마가 시행되면서 조수입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22년 기준 말산업 조수입은 165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1538년) 수준을 상회했다.

인프라 조성도 원활하게 진행됐다. 거점 말 조련센터 2개소를 비롯해, 말 전문병원 1개소,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 3개소, 승마 시설 61개소, 에코힐링 마로 9개소 등 말 생산기지로서의 기반이 대폭 확충됐다.

지방세수도 대폭 확충됐다. 제주도는 한국마사회와 업무협약을 통해 지방세수 확대로 조성된 재원을 말산업 경쟁력 강화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지방세 수입은 2018년 877억원에서 2022년 901억원으로 늘었다. 이제 1000억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제주도와 마사회의 업무협약은 지난 해 9월 이뤄진 협약을 포함해 총 6차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 해 9월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마사회의 6차 업무협약식.
지난 해 9월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마사회의 6차 업무협약식.

협약을 통해 마사회는 제주경마공원에서 시행하는 경주 중 연간 470회 이상을 중계경주로 편성·시행하고, 레저세 감면을 통해 조성된 재원을 적극 활용해 지역사회 공헌과 제주 말산업 발전을 위한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세 감면 조례'에 따라 매년 제주경마공원 중계경주를 통해 얻는 레저세의 27%를 감면하고, 중계경주 시행으로 조성된 세수의 10%를 제주 말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두 기관은 도내 말산업 육성과 연관산업 발전을 위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말산업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및 국가 말산업 발전 등을 위해 상호 노력해 나간다.

제주도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올해 1000억 원의 지방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지난해 9월 6차 업무협약식에서 "2014년 제주가 말산업 특구로 지정된 이후 제주도와 한국마사회의 노력에도 제주도민과 말산업 관계자들의 말산업 발전과 육성에 대한 기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면서 “변화되는 시대에 걸맞은 말산업 발전방안과 신규사업 발굴에 말산업 종사자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승마장과 에코 힐링마로, 말 전문 동물병원, 거점조련센터, 전문인력 양성기관 의 말산업 관련 기반시설 확대와 함께 말산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제주도와 한국마사회가 공동으로 도움되는 일에는 어떤 분야에서든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2차 종합계획 추진과정에서는 제도 개선도 속속 이뤄졌다. 제주마 경주 자원확대를 위한 제주마 등록관리 규정을 개정하는 한편, 경주퇴역마 격리방안에 따른 '호스피아'에서 제공되는 식용사용 금지 약품 투여 및 휴약기간 내 마필 도축금지가 시행되고 있다. 

제주마 생산등록은 개정 전인 2018년에는 584마리이던 것이, 개정 후인 2019년부터 2022년 평균적으로는 675마리로 크게 늘었다. 반면 경주퇴역마(더러브렛) 도축 두수는 2018년 400마리에 달했으나, 2022년 기준 241마리로 줄었다.

그럼에도 2차 종합계획 시행 과정에서는 아쉬운 점도 확인됐다. 승마 인구의 경우 엘리트 중심의 정기승마 인구는 다소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관광 승마체험 인구는 감소했다. 실제 체험 승마 인구는 2014년 30만명에서 2017년 46만명으로 급격히 늘었으나, 2022년으로 24만여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우수 씨수말 도입 및 종부 지원을 통해 우수 경주마 생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국산마 등과의 경쟁력이 여전히 미흡한 것도 과제로 남는다.

제주마 자원은 증가하고 있으나, 경주용에 대한 수요는 늘지 않아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도 현실적 문제로 꼽힌다. 제주마 사육두수는 2018년 3565마리이던 것이 2022년에는 5109마리로 크게 늘었다. 말의 가치 향상 및 마육 등 다양한 용도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말고기가 대중화되지 못하면서 소비도 정체되고 있다. 말고기 등급제 시행 등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좀처럼 확대되지 않고 있고 소비가 저조한 문제에 대한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말고기 도축 두수는 2018년 582마리에서 2022년 555마리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말고기 전문 취급 음식점도 2018년 46개소이던 것이, 2022년에는 35개소로 감소했다.

지난해 마사회의 한라마 경주 전면 중단에 따른 승용마 조련 및 활용 등 지원방안이 미흡한 문제도 과제로 꼽힌다. 여기에 경주퇴역마 복지 향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과 취재협조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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