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만에 찾았습니다"...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2구 '가족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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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만에 찾았습니다"...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2구 '가족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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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희생자 발굴유해 2구 신원 확인...유해로 상봉 가족들, 오열
재미도민회 이한진 회장, 형님 유해 안고..."이렇게 찾은 건 기적"
아버지 유해 찾은 강기수씨, 뜨거운 눈물..."이제라도 모시게 돼 감사"

지난 해 10월 세계제주인대회 참석차 제주를 찾은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뉴욕) 회장은 반신반의하며 4.3 유가족 채혈에 참여했다. 4.3당시 행방불명된 형님(이한성)을 찾기 위해서다. 

빛바랜 사진을 꺼내보이며 꼭 형님을 찾고 싶다며 울먹였다. 

그러부터 4개월 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토록 그리던 형님의 유해를 76년만에 찾게 된 것이다.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장의 형님인 고(故) 이한성 희생자의 젊은시절 사진.

20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 주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

이날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군법회의 희생자 1명, 예비검속 희생자 1명이다.예비검속으로 끌려갔던 강문후(1909년생) 희생자, 불법 군사재판을 받은 후 행방불명된 이한성(1923년생) 희생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4·3희생자 유가족 283명이 참여한 채혈분과 제주국제공항 발굴유해의 유전자 대조 결과, 행방불명 희생자 2명의 신원이 최종 확인된 것이다.

강문후 희생자의 유해는 2007년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서북편 동측 구덩이에서 발굴됐다.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에 살고 있던 그는 1948년 가을 소개령으로 인해 가족들과 화순리로 이주했는데, 6.25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1950년 7월 예비검속으로 모슬포경찰서 안덕지서로 끌려간 후 소식이 끊겼다. 
  
희생자의 유해가 제주공항에서 발견되면서 이곳에서 집단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4·3으로 인해 고인의 어머니와 형수도 희생되었고, 큰 딸도 행방불명됐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아들 강기수씨가 참석해 아버지의 유해를 받아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버지와 형이 예비검속으로 같이 구금됐으나, 결국 형만 돌아오고 아버지는 소식이 끊겨 행방불명 됐다”며 “이제라도 아버지를 찾아 모시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강문후 희생자의 유해를 받아 든 아들 강기수씨.

또 다른 희생자 고(故) 이한성의 유해는 2009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북편에서 발굴됐다.

4.3당시 화북에서 살고 있던 그는 서북청년회 단원들의 폭압으로 인해 피신생활을 하던 중 1949년 6월 자수하면 살려준다는 군경의 유인물을 보고 화북국민학교에 주둔하고 있던 경찰에게 자수했다.

그러나 군경의 회유와는 달리 1949년 6월 28일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언도받았다. 이후 희생자를 비롯해 수십명이 트럭에 태워져 제주공항쪽으로 끌려갔다는 마을주민으로부터의 소식을 끝으로 행방불명되었다.

희생자의 유해가 제주공항 남북활주로의 동북편에서 발견되었기에 주공항에서 집단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고인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희생되었고 형 이한빈 역시 육지 형무소로 끌려가서 행방불명됐다.

고인은 지난 해 9월 26일 제39차 군법회의 직권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고인의 동생은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장이다. 76년만에 형님의 유해를 받아안은 그는 오열했다.

이 회장은 "4·3 당시 어머니와 누님을 잃었고 큰형님은 군법회의로 15년형을 받고 대구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됐으며 작은형님은 사형을 받고 행방불명돼 친척집을 전전하며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냈다”며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살아오다 지난해 세계제주인대회 참석자 제주에 왔을 때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형님들이 계신 4·3평화공원 행불인표석에서 눈물의 보고를 드리고 유가족 채혈에 참여했는데, 이렇게 기적적으로 만날 줄은 몰랐다. 신원이 확인돼 너무 기쁘다"고 전했다.

이한진 회장이 형님인 이한성 희생자의 유해 앞에 서서 추모하고 있다.
유가족인 이한진 회장을 위로하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이날 보고회에는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해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김창범 4.3유족회장 및 4.3 관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이승덕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교수의 신원확인 결과 보고를 시작으로 신원확인 유해 2위가 이름을 찾고 유가족에게 인계됐다.

70여 년이 지나 유해로나마 가족과 상봉하게 된 유가족은 유해에 되찾은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달고 헌화와 분향으로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강문후 희생자의 유해 앞에 선 아들 강기수씨가 헌화를 한 후 오열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강문후 희생자의 유해 앞에 선 아들 강기수씨가 헌화를 한 후 오열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20일 열린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 ⓒ헤드라인제주
20일 열린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 ⓒ헤드라인제주

오영훈 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행방불명 4·3희생자 유가족의 추가 채혈을 독려하고, 유해발굴 및 유전자감식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마지막 행방불명 희생자 한 분이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가족의 품에서 평안히 안식하시기를 바라며, 통한의 세월을 버텨온 유족 한 분 한 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행방불명 희생자들에 대한 유해발굴은 지난 2006년 제주시 화북동 화북천을 시작으로 2007년~2009년 제주국제공항, 2021년 표선면 가시리외 6개소, 2023년 안덕면 동광리 등 도내 곳곳에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총 413구의 유해를 발굴했으며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대전골령골에서 신원이 확인된 1명을 포함해 총 144명이 됐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올해도 유해발굴 및 발굴유해 유전자 감식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도외 지역 희생자 중 최초로 신원이 확인된 한국전쟁 전후 대전 골령골 학살터 뿐만 아니라 광주형무소에 암매장된 유해 가운데 4·3 수형인들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곳에서 발굴된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과 대조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20일 열린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유골을 봉안당으로 옮기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20일 열린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
20일 열린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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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만의 귀환 2024-02-20 22:40:32 | 175.***.***.190
한국 현대사의 비극,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