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어놓기'로 규모 부풀려진 제주도 주민참여예산,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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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어놓기'로 규모 부풀려진 제주도 주민참여예산,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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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역대 최대규모'라는 제주도 주민참여예산제의 실체
일반회계 사업들, 주민참여사업으로 둔갑...우려스러운 변칙적 편성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발표한 '2024년 주민참여예산사업'은 지역사회 공론 과정을 거쳐 확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제도적 한계도 여실히 드러내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제도적 한계의 '벽'을 실감케 한 행위의 주체가 주민이 아니라 공무원 내지 행정기관이었다는 점에서 실망도 크다. 범주 설정이 모호한 '주민 복리'라는 명분으로, 일반 사업예산 '섞어놓기'가 적지 않게 행해진 것이다.

이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시행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그 정신을 훼손시키는 행위에 다름없다. 

제주도의 주민참여예산제도는 2011년 시민사회에서 제안하고, 오랜 논의 끝에 조례로 입안돼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2013년에 첫 주민참여예산이 편성되는 결실을 맺었다. 

이 제도는 행정의 일반적 예산편성으로는 커버가 되지 않던 부분, 즉 지역사회 예산 사각지대 사업을 비롯해, 주민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 주민들이 바라는 건의사항 등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절차적인 면에서는 그동안 행정기관 일방향적으로 이뤄지던 예산 편성과정에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민주적 편성' 절차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주민참여예산 규모는 2013년 296건 132억원에서 시작해 △2016년 251건 150억원 △2017년 285건 170억원 △2018년 283건 200억원 △2022년 357건 202억원 등 민선 7기 도정까지는 200억원 선이 유지됐다. 

민선 8기 도정은 사업공모 규모를 일반회계에서 국비 제외한 예산의 1%로 단계적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으나, 출범 후 첫 편성인 올해에는 382건 225억원이 편성됐다. 전년보다 20억원 늘어난 규모다.

최근 확정한 2024년 예산안의 주민참여예산은 431건에 259억원으로 짜여졌다. 제주도 본청에서는 9건 24억여원, 제주시 241건에 137억4600여억원, 서귀포시 181건 97억8600억원 등이다. 편성 단위별로는 읍면동 단위 지역(참여)사업 389건 185억 원, 양 행정시 본청사업인 시정참여사업 32건 49억 원, 도 단위 광역사업 4건 15억 원, 청년사업 6건 8억원이다.

그러나 이번 주민참여예산 사업계획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 '역대 최대규모' 주민참여예산, 실제 얼마나 늘었나?

첫째, 편성 규모가 당초 도민들에게 약속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정은 26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사업 건수만 크게 증가했을 뿐, 예산액은 전년보다 34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당초 공약 실천계획에서 제시한 내용대로 '단계적 확대'가 실현되었다면 내년 예산안에는 올해보다 65억원 증가한 290억원 수준이 편성됐어야 했다. 그래야 예산 규모의 0.8%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 업무계획에서 제시한 주민참여예산제 계획. 실제 예산편성에서는 계획에 크게 미달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자료=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 업무계획에서 제시한 주민참여예산제 계획. 실제 예산편성에서는 계획에 크게 미달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자료=제주특별자치도)

또 실천계획에서는 2025년에는 예산규모의 0.9%인 305억원, 그리고 임기 마지막 해인 2026년인 공약에서 제시한 '1%'에 해당하는 355억원을 편성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계획된 만큼 편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약 실행 측면에서는 차질은 불가피하게 됐다. 

그럼에도 제주도 예산부서는 '역대 최대규모'라는 타이틀을 붙여 홍보하면서도, 정작 단계적 실행계획에 맞게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 주민참여사업인가, 일반회계사업 끼워넣기인가

두 번째, 내용면에서도 그렇다. 

전년보다 늘어난 예산, 과연 주민참여예산이 맞는지가 심히 의문스럽다. 편성된 사업 내역을 보면, 읍.면.동 사업 예산들은 종전처럼 시민 생활과 밀접하게 된 연관된 사업들이 대부분이나, 행정시 본청 단위 사업으로 분류된 내용을 보면 일반적으로 행정기관 부서에서 추진할법한 사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제주시 단위에서 편성한 '시정참여사업'은 총 20건에 24억5300여만원이다. 이 중 예산 규모가 큰 사업들을 보면, 종합민원실 소관으로 '도로명주소 노후 건물번호판 정비사업'(시설비)으로 4억원이 편성된 부분이 눈에 띈다. 

이 사업은 원래부터 제주시 종합민원실에서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일반회계 사업이다. 올해에도 사업비 4600만원을 들여 한경.추자.우도면 지역에서 노후 정도가 심한 번호판 5025개를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반회계 사업을 돌연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변경한 것이다. 

절물생태관리소의 '절물휴양림산책길 보수'(시설비) 3억원과 '절물휴양림 유아숲 체험 놀이시설 추가 설치'(시설비) 1억원도 그렇다. 절물휴양림에서 시설개선 사업은 매해 연차적으로 진행 중인데, 주민참여예산으로 부분적으로 돌린 것이다.

건설과의 도로 관리사업들도 주민참여사업으로 전환했다. '안전한 도로 노면 유도선 표시'(시설비) 4억원, '가로등 및 보행등 설치사업'(시설비) 3억원, 주요도로변 가로등 정비사업 3억원 등이 그 대표적 예이다. 

2024년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된 제주시 부서 소관 사업 목록. (자료=제주특별자치도)
2024년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된 제주시 부서 소관 사업 목록. (자료=제주특별자치도)

거론된 이들 사업들에 대해 필요성이 없다고 폄훼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 필요성이 있다면, 정정당당하게 일반회계사업으로 예산 신청을 하고 추진하라는 것이다. 

은근슬쩍 주민참여예산과 '섞어놓기'를 행한 것은 주민참여예산제의 정신을 훼손시키며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에 다름없다. 주민참여제도의 허점을 역으로 이용해 편법적 편성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비판 받아 마땅하다. 

◇ 부서 신청 사업 아니라면...일반 시민인 것처럼 위장해 등록?

상황이 이러함에도 제주시 예산담당 과장은 "(종합민원실 4억원 사업은) 주민이 제안한 사업"이라며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올해 버젓이 일반회계 사업으로 추진됐고, 내년 2년차 사업을 추진하는 것임에도, 행정기관 부서에서 제안한 사업이 아니라 '주민 제안사업'이라는 것이다. 

반면, 해당 부서에서는 "예산부서에서 4억원 이내 사업으로, 주민 복리와 관련된 것은 신청해도 된다고 해 반영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주민참여예산 사업 신청은 행정기관 부서에서는 할 수가 없다. 사업 제안 등록이 개인이나 민간단체 등에서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제주시의 '섞어놓기' 의혹 사업들은 누군가가 일반 시민인 것처럼 위장해 등록을 했다는 말이 된다. 이게 사실이라면, '조작'이 아닐 수 없다. 

뒤늦게 예산부서 팀장은 "해당 사업은 '시민 제안사업'이라고 단정해서 말씀드리기는 그렇기는 하나, 행정 부서에서 신청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신청인 것은 맞다"고 했다.  그는 "주민참여예산이 시행된지 10년 경과하면서 많은 발전이 있었으나, 주민복리라는 사업의 기준이 다소 모호한 점이 있어 제도적 한계 등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결국 민선 8기 도정 출범 후 주민참여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고 하나, 증가분의 실체는 일반회계 예산의 변칙적 둔갑 및 '섞어놓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 예산부서에서도 이러한 '섞어놓기'의 실체를 알면서도, 행정시 조정협의회, 제주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심의를 거쳤다는 것을 명분으로 해 모른척 하는 것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민선 8기 공약실행과 연계해 규모를 부풀리기 위한 '공조'는 아닐까. 엇나가고 있는 주민참여예산, 바로 잡아야 할 때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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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2023-10-27 23:03:42 | 175.***.***.190
주민참여예산은 주민참여예산 다워야 한다.
일반사업예산들과 섞어놓을거면 뭐 하러 하나?
주민이 제안한 사업이라는 해명도 참 웃긴다. 그걸 믿어달라고??
걍 솔직히 편법 좀 썼다고 하시지....

빛나는? 2023-10-27 18:58:52 | 122.***.***.140
헤드라인 제주, 응원합니다!

어찌 이ㅜ도정은 진정성이라고는… 2023-10-27 18:21:21 | 118.***.***.31
제주시청 정말 문제네
시민들 ㄱ시만하는게 아닌가
주민참여예산 공무원들이 쓸모없게 만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