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현악의 시작, 지금은 현악으로 소통하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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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현악의 시작, 지금은 현악으로 소통하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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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황경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2022년 5월 7일, 제1회 제주현악학회 포럼이 열렸다. 본 칼럼은 추억을 남기고 건승을 기원하기 위한 맥락의 글이다.
  
필자는 광령 오디토리옴이라는 곳에 찾아가서 교외지역에 작은 공연장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제주라는 섬이 이제 민간부문에 의해서도 예술의 섬 생태계가 견실하게 만들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공연장내에는 돌고래를 형상화한 그림들이 전시되어있다. 돌고래 보호를 생각하는 저로서는 감회가 새로웠다.  「지구끝의 사람들」이라는 소설을 쓴 돌고래 사랑의 루이스 세풀베다라는 작가가 방문하면 많이 좋아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7일 열린 제1회 제주현악학회 포럼.

김인규 교수님이 제주의 현악기 역사를 말씀해주셨다. 선구자적 역할, 묵묵히 순응하면서 생태계를 만들어가던 이야기, 부전공으로는 현을 택하도록 하여 오케스트라 편성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내용을 말씀해주셨다. 어려웠던, 고생하셨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은 미약하나 지속적 노력을 하면 창대한 길로 들어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셨다. 현악학회를 만들어서 체계적 활동을 하게 되기까지 이르렀으니 충분히 가능한 프레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광식 부산 움 챔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지휘자님은 2000년도 당시 제주도립교향악단에 악장으로 계실 때, 현파트의 단원들과 협심하여 소리색을 맞추었던 추억을 말씀해주셨다. 제주도의 음악발전에는 어쩔 수 없이 외부에서 전문가들이 찾아오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도 외부에서 방문해주시는 예술가 분들과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부의 말씀을 해주셨다.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님이시면서 제주국제관악제 공연기획 전문위원이신 김태관 박사는 최근 문화예술활동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도였다는 점을 문화예술위원회의 통계를 들어 설명해주셨다. 박광식 지휘자님의 말씀과 같은 맥락에서 제주로 이주해온 전문예술가들의 다양한 활동들이 이러한 기반을 만드는 데에 기여했다고 해석하셨다. 문화행정과 예술가의 활동에 협력적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공연장 오디토리옴 내에 전시된 돌고래와 제주의 자연을 표현한 그림. <사진=황경수 교수>
공연장 오디토리옴 내에 전시된 돌고래와 제주의 자연을 표현한 그림. <사진=황경수 교수>

서귀포청소년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시면서 한국관악협회 제주지회장님이신 이정석님은 문화예술의 섬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성공시키려면 제주도 내 15분 정도 소요되는 공간에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할 수 있는 마을오케스타를 제안해주셨다. 단원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제주도 내에는 10여 개의 마을 오케스트라를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제주지역 젊은 예술가들의 고용창출에도 도움을 주게 될 것이고, 관파트는 물론 현파트를 위한 균형잡힌 제주 음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셨다. 
  
제주오페라 연구소장이시면서 한국음악협회 제주지회장님이신 오능희 성악가님은 우리 제주지역의 컨텐츠를 활용한 창작활동과 공연이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지역의 정체성, 예술에서의 지역성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예술인들의 적극성과 응집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말씀과 제주지역에서 프로예술가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명분과 논리를 잘 만들어서 순수예술가들의 의견이 행정에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칼럼필자인 저는 발표자로서 코로나시대를 거치면서 유트브 제작과 송출 등의 역량은 물론 다양한 IT소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 앞으로 탈중앙시대에 중심이 될 블록체인 기법을 학습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 예술장르간의 콜라보레이션(다양한 조합적 형태로 발표하는 공연)을 위해 융합 조정능력을 예술인들이 더 고양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 예술 수요자들의 욕구에 귀기울여서 예술가와 고객이 같이 발전하는 공진(co-evolution)의 생태계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등을 말씀드렸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마지막으로 김효정 제주현악학회 초대 회장님은 첫 포럼의 작은 움직임이지만 큰 변화를 기대한다는 말씀이 있었다. 발제자분들이 제시해주신 제주 현악 역사에서 찾아준 함의, 앞으로의 과제 등을 잘 챙겨서 회원들은 물론 후학들과 함께 힘을 모아 제주현악의 발전에 작지만 큰 역할을 해보겠다고 하셨다. 

제주에서의 현악은 예술가와 제주도민간의 소통의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이상으로 제주예술의 리더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에야 학회를 결성하고, 제도화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그 동안의 바램을 차곡차곡 챙겨놓았기 때문에 큰 걸음으로 오래오래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글을 마치면서 음악가이자 실존철학가인 니체의 ‘영원한 반복과 의지’라는 개념이 떠오른다. 강태영 선생님, 김태근 선생님 감사합니다.   <황경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이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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