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돌아온 '제주기행', 탐라의 정체성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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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돌아온 '제주기행', 탐라의 정체성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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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 작가 '제주기행' 개정판 출간..17개 테마로 제주문화 탐구
ⓒ헤드라인제주
도서출판 각, 주강현 지음, 153x210, 472쪽 ⓒ헤드라인제주

"'제주기행'이라는 대중적 제목을 달았지만 결국 이 책은 '탐라학 개론'이다. 섬을 변방으로 바라보는 육지부.중심부 시각과 반대되는 '탐라적 정체성'을 담아냈다"고 주강현 작가는 자신의 책을 소개했다.

잊혀진 제주의 정체성과 문화,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제주의 이면과 실체를 담아낸 '제주기행'이 지난 2011년 발간된 후 10년만에 대대적인 개정증보를 통해 결정판본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주 작가는 한국의 척박한 해양인문학 환경 속에서도 40종 이상의 저서를 펴냈다. 제주대 석좌교수,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원연구원장, 국립해양박물관장 등 다양한 이력이 있는 그는 현재 한담바다가 보이는 웃뜨르에서 작은 농원을 가꾸고 있다.

육지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40여년 동안 제주를 한순간도 놓은 적이 없다. 수십년 동안 그는 제주안의 진짜 제주, 옛 탐라인의 정신과 흔적을 찾기 위해 끈질기게 탐구했다.

그것의 최종 결과물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제주기행'에는 총 17개의 키워드로 바라본 제주가 담겨있다. 

바람의 섬, 화산의 섬, 돌담의 섬, 여자의 섬, 돌의 섬 등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부터 돌챙이의 섬, 테우리의 섬, 우영팟의 섬, 장두의 섬 등 생소한 이야기들까지 담겨있다.

방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코 어느 소재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다. 장황하지 않게 핵심만을 간추렸기 떄문에 모든 문장에 무게감이 있다. 그러면서도 그 특유의 간결하고 개성있는 문체로 서술됐기 때문에 문장들을 흡수하는 데 있어서도 큰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제주도를 마냥 아름답고 찬란한 섬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 작가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섬을 바라보며 '환상'의 표피를 걷어내 실체를 밝힌다

일례로 척박한 제주섬의 강인한 여성상을 표상하는 제주 해녀에 대해 '제주기행'에는 다음과 같이 서술돼 있다.

"제주도에는 여성을 찬미하는 다양한 속담이 전해온다. '딸 많은 집이 부자'라는 속담은 딸이 많으면 시집갈 때까지 물질을 해서 억척스럽게 벌어서 집안을 일이킨다는 뜻이다...단순한 여성 찬미가 아니라 고통까지 포함한 양가성을 띤 속담이며 남성을 대신해 온몸으로 집안을 지켜나갔던 제주 여성의 엄중했던 현실을 말해준다"

주 작가는 현대에 소비되고 있는 해녀의 이미지 그 이면을 파고든다. 강인한 제주 해녀 이면에 있는 제주 여성들의 잔혹사까지 함께 바라보며 제주 여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실체를 온전히 이해하게끔 한다.

그럼에도 책 곳곳에는 제주를 향한 애정, '탐라적 정신'에 대한 그리움과 자부심이 담겨있다.

'화산의 섬' 테마에서는 "바람이 제주의 무형 표징이라면 돌은 대표적인 유형 표징이다. 한국의 미, 그런 단일적 표현으로 한반도 전체의 미를 평가하곤 하는데, 제주도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제주의 미는 독자적, 독립적이다. 가령 한복의 미학과 감물을 들인 갈옷의 미학은 분명히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고 서술한다.

또 '곶자왈과 숲의 섬' 에서는 "우리의 숲도 인간 냄새로 그득찼다. 냄새를 그득 채울만한 숲 조차 이미 없는 것이 아닐까. 대지는 모욕 당했고 숲은 능욕 당했다...곶자왈이 오염된다면 제주도는 식수난을 비롯해 엄청난 인재에 직면한다. 천만다행으로 곶자왈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을 막으려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며 법적.행적적 조치가 속속 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지속가능을 구두선으로 앞세우지만 개발의 속도는 보존의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라고 밝힌다.

'신들의 섬' 테마에서는 "제주굿은 무엇보다 스케일이 크고 깊다. 구약성서의 창세기라고나 할까.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이 창조되는, 천지개벽이 일어날 때의 실제 상황이 굿판에서 연출된다. 이런 일은 오로지 구비전승의 힘 때문에 가능한, 기적같은 일이다"라고 말한다.

주 작가는 이 책이 잠깐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제주를 제대로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언제나 길벗처럼 함께 하는 스테디셀러가 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제주도 여행하는 법'을 원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런 '교양인'의 동반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보길 희망하는 이들에게 '탐라학 개론서'로 읽혀지길 희망한다. 책이 나오기까지, 제주도 '삼춘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주 작가의 방대한 책을 읽으면 미처 몰랐던 제주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서도, 어쩐지 우려보단 희망찬 섬의 앞날이 기대되는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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