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강정마을 상생화합 공동선언' 추진에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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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강정마을 상생화합 공동선언' 추진에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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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반대주민 '패싱'하고, 道-의회 독단적 선언 추진 규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우선...돈으로 매수.무마 안될 말"
文정부 강정마을 '이간질' 다시 도마...31일 행사, 물리적 충돌 우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오는 31일 오전 10시 강정 크루즈터미널에서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을 개최할 것으로 알려지자, 강정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에 이어 시민사회단체도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이번 공동선언식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좌남수 도의회 의장, 위성곤 국회의원, 청와대 및 정부부처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행사는 정작 강정마을 내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도 모르게 은밀하게 추진돼 온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돼 오랜기간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펴온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는 28일 성명을 내고 "진정한 명예회복 없이 '돈으로 매수하는 상생'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행사를 즉각 전면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도민사회에 어떠한 내용도 사전에 공개하지 않고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의장, 청와대를 비롯한 중앙부처 관계자, 위성곤 의원이 참여하는 공동선언식이 개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며 "마치 비밀작전을 치루는 듯 이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당일(26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강동균 회장에게 등기우편으로 행사 참석을 알리는 초대장이 도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를 비롯해 지역의 국회의원과 제주도, 도의회까지 함께하는 행사라면 적어도 수개월 전부터 협의가 이뤄져 왔을 일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강정마을 주민들은 비롯해 도민사회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시작되었는지 조차도 알 수 없었다"면서 "말 그대로 강정마을 주민들 특히 마을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주민들과 도민사회를 협의 과정에서 완전히 패싱하고 자신들만의 상생협약을 만들어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진정한 상생과 협력은 결과적으로 과거의 과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며 "하지만 국가차원의 온갖 불법과 탈법이 동원되고 국가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됐음에도 이에 대해서 진지한 진상규명 노력이나 책임자처벌에 대한 논의는 배제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공동체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움으로 내몰린 주민들과 도민들, 국민들에 대한 명예회복 역시 진상규명이 멈춰서며 같이 멈춰서 있다"며 "이런 상황에 각종 지원기금을 통해 지역발전을 이루게 해주겠다는 상생협력은 말 그대로 돈으로 상생협력을 사겠다는 것으로, 그간의 문제들을 돈으로 무마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연 이런 결정을 민주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와 정부를 성토했다.

또 "강정주민들과 도민사회에 의견도 구하지 않고 독단적인 결정으로 협약에 나선 원 지사와 좌남수 의장, 위성곤 의원에 대해 성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도대체 이들에게 지방분권이나 지방자치의 실현, 사회갈등의 해결과 같은 담론에 대한 생각과 실현 의지가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 단체는 "더 놀라운 사실은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이후 6월 3일에 도의회 상생협약 체결 동의안이 상정된다는 점"이라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도대체 이렇게 비밀리에 군사작전 하듯 상생협약을 추진하는 것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또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숱하게 피해를 입은 강정마을 주민들과 도민들,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와 준 국민들이 당사자인 이 사안에서 왜 피해자들은 쏙 빼놓고 상생협약이 멋대로 진행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우리는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수많은 국가의 반인권적 행태와 불법을 목도해 왔다"며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가 국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를 말려도 모자랄 판에 청와대, 총리실이 경찰과 검찰을 움직여 국가폭력 행사에 앞장서왔는데, 심지어 법 앞에 평등을 외치는 사법부마저 강정마을을 거래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하지만 이에 대한 진상규명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고,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은 평생의 한을 가슴에 담고 살고 있으며 당연하게도 명예회복도 진척이 없다"며 "강정마을 주민을 포함해 해군기지 추진과정의 심각한 문제에 부단히 항거해온 우리 도민들은 또다시 군사작전 하듯이 추진된 이번 상생협약을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강정마을과의 진정한 상생협력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서 비롯된다"면서 "공권력의 온갖 불법과 탈법, 인권유린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청와대와 정부부처, 위성곤 의원, 제주도와 도의회는 31일로 예정된 상생협약 공동선언식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지난 27일 성명을 통해 "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 자행된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차원의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며 "강정주민 부관참시하는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가운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강정평화네트워크는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이 열리는 오는 31일 오전 9시30분 강정마을 크루즈터미널 입구에서 공동선언식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오전 10시부터는 공동선언식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현장에서는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 청와대 직접 나섰던 국제관함식 강정마을 '이간질' 논란 다시 도마 

한편,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국가공권력의 인권유린 및 불법.탈법 행위가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이 사건에 대해 진솔한 사과 및 책임있는 진상규명을 계속해서 회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법처리자에 대한 특별사면 등도 매우 소극적으로 일관하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8년 국제관함식을 강행하면서,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주민들로 하여금 마을 총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번복토록 종용하는 '이간질'을 하면서, 오히려 주민들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분열을 획책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강정마을회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당시 성명을 통해 "문 대통령은 강정의 반쪽만 안고갔다"면서 "강정에 100년 갈등 만든 문재인 정권을 규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제주도의회도 도마에 올랐다. 43명 전체의원의 서명으로 발의된 국제관함식 반대 결의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청와대 관계관이 도의회를 방문하고 간 후 돌연 본회의 상정을 유보하고 폐기했기 때문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독차지한 제11대 의회의 '정권 눈치보기'의 부끄러운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청와대와 제주도의회가 이번에 또 다시 제주도정과 함께 공동선언식 행사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정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저항하는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짓밟고 인권을 유린한 실상이 드러났는데도, 이에 항거하다 사법처리된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특별사면은 여전히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저항하는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짓밟고 인권을 유린한 실상이 드러났는데도, 이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이 추진되면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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