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우리 사회에 최근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고통과 소외감이 한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큰 고민거리는 미래의 농업에 대한 비전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첨단농업, 농업의 공익적 기능으로 사회 통합을 위한 사회적 농업, 관광과 연계한 관광농업, 도시민에게 참여기회를 제공하는 도시농업 등 농업의 미래의 패턴을 구상해 본다. 특히 그중에서도 농업의 고령화, 취업, 빈부 격차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생각한다면 사회적 농업에 대한 접근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5∼60년대의 정치사회적 혼란기를 지나 70년대 이후의 경제개발 위주의 성장정책이 이어져 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농업·농촌도 지난 50여 년 동안 경제성장의 논리에 따라 변화해 왔다.
하지만 고속 경제성장의 결과, 최근에는 빈부격차, 실업문제 등 범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농업도 시장 경제의 논리에 따라 젊은 계층의 탈농으로 인한 고령화와 ‘부익부 빈익빈’ 가속화 등으로 농촌 공동체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틈을 타 최근 들어 케어팜(Care farm)이라는 용어의 사용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고통과 소외감이 한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대면 공공 서비스의 중단과 돌봄 공백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를 위한 대란으로 치유농업, 도시농업, 사회적 농업 등 케어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사회적 돌봄을 담당하는 기관과 공공기관의 폐쇄 조치 또는 이용률이 낮아지며 이곳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고립감으로 인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 이렇듯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세상에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의 그림자가 더 넓게 드리워지며 케어팜(Care farm)으로 불려지는 농업의 가치가 높아짐을 알 수 있다.
현대인들은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세상에서 스트레스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산다. 최근 사회조사에 따르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요인은 신종 질병(32.8%), 경제적 위험(14.9%), 범죄(13.2%), 국가안보(11.3%), 도덕성 부족(7.4%) 순으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거래 등이 확대되면서 스트레스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 직장과 학교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감소하고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최근 농업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치유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대두되고 있다. 농업은 6차 산업으로까지 확대하여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힐링으로 나타나는 치유농업이 새로운 트렌드로 대두되고 있다.
치유농업, 도시농업, 사회적 농업은 미래 농업이 추구 해야 할 또 하나의 방향이다. 코로나 이후 시대를 대비하여 지속가능한 치유농업을 생각한다면 세 영역의 관계 설정이 꼭 필요하다. 케어 팜의 공통분모는 치유농업과 사회적 농업이다.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면, 사회적 농업은 내용적인 면에서 치유농업을, 공간적인 면에서 도시농업을 포괄한다.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 회복 유지 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다양한 농업과 농촌자원을 활용하여 사회적,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인간은 자연환경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감소는 물론, 통증 완화와 자율신경계가 안정된다고 한다. 농촌경관을 보기만 해도 심리적으로 회복환경으로 인지하여 긍정적인 감정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치유농업 활성화는 농업인에게 새로운 농업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농업을 꿈꾸는 젊은 청년들에게 치유농업이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농업은 다문화 여성이나 정신질환 및 발달장애인, 노인 등을 대상으로 농업 활동을 통해 재활이나 교육,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회라는 용어는 본래의 사전적 의미인 공동생활을 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집단에 맞춰 해석할 때 인류가 수렵·채집 시기 이후 유목과 농경을 하며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유목과 농경 과정에서 씨족·부족이 탄생했고, 특히 농경을 위해 정착생활을 하며 촌락이 만들어지고 시장이 서는 등 본격적으로 사회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후 식량산업으로서 인간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농업이 최근 ‘사회적 농업’으로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사회적 농업이란 취약계층 등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끌어안는 다양한 농업활동을 뜻한다. 사회적 농업은 인구 감소 등 농촌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사회복지 차원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회적 농업의 목적은 농업 활동을 통해 돌봄·교육·고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실천조직을 육성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자활과 고용을 유도하여 사회 통합을 실현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안정,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한다. 최근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도시민 10명 중 4명,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사회적 농업의 방향 설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시민이 도시든 농촌이든 어디서나 사회적 농업을 접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위로와 치유의 기회를 얻고, 귀농·귀촌을 원하는 사람들은 농업·농촌을 체험함으로써 현실에 기반한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이는 농촌에 안착할 시스템을 갖추는 일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농업의 역할을 ‘생산’에만 국한한다면 산업 전반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깊이 있는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적 가치와 기능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지방소멸을 막고, 도시민에게 교육·치유 및 자연과의 교감 등 기회를 제공하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러한 농업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취약계층에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바로 ‘사회적 농업’이다. 농업이 공공의 건강, 일자리 창출, 사회 통합과 포용, 지역개발의 이익 창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회적 농업의 역사는 유럽을 중심으로 기원·발전해온지 꽤 오래됐다. 2세기초 교회의 모양새가 갖춰지면서 농업을 활용해 환자의 고통 완화에 초점을 맞춘 돌봄이 시작됐다. 13세기 수도원에는 치료와 요양을 목적으로 마당이나 정원이 별도로 마련되기도 했다. 1960년대까지 주춤했던 사회적 농업은 19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이탈리아에서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으며, 네덜란드에서는 돌봄농장이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영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치유와 사회통합에 기여할 혁신적인 방법으로 여기면서, 사회적 농업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농업이라는 개념이 많이 쓰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회적 농업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가와 농업단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휴양과 정서 함양을 목적으로 한 농업·농촌 체험프로그램, 농촌형 치유마을·치유단지는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 농업에 속하는데 앞으로 ‘사회적 농업’의 가치는 갈수록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농업이 복지 사각지대 해소,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사회 공동체 회복 등의 효과를 거두기 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완화 시킬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농업분야에도 미래농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도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기술 중심의 강한 농업의 육성도 필요하겠지만 이와 함께 농촌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농업’이 다른 방면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사회적 농업이란 ‘자연을 매개로 제공되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치유, 사회적 재활, 교육, 고용 등을 제공하는 농업’이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농업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농업 외적인 부분인 도시농업, 관광농업, 원예치료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농업들의 공익적 수혜는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향유되어오는 것도 사실이다.앞으로는 공적 기능을 활용한 ‘사회적 농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영농활동과 연계해 건강·교육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농업의 공익적 수혜를 받도록 하는 ‘사회적 농업’이 미래농업의 또 다른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