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가치있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철도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철도의 친환경성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도로나 항공보다 철도가 친환경적인데도, 청정을 기치로 내건 제주에서는 철도 얘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섬에 갇혀 있어 안 된다는 패배주의에 머물어 있고 진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그저 익숙한 대로 하늘길만 처다보던 도민 여론이 바뀌었다. 성산 제2공항 관련 추진이 아니라 보류로 변화한 것이다. 그런데도 원희룡 도정은 마이동풍이다ㆍ7년 내내 딱히 내세울 업적이 없어서 그런지, 성산제2공항에 올인하고 있는 모양세다. 제주의 미래는 두개의 공항이 아니라 하늘길ㆍ바닷길ㆍ해저길 등 다양성에서 찾아야 하는 데도 그렇다. 윈지사는 지금이라도 도민 의견 수요에 나서길 바라마지 않는다. 늦었다 할 때가 빠른 때임은 동서고금의 상식이다. 그래야 제주가 살고 원지사도 산다. 부디 천주교 제주교구의 질타에 경청하고 호응하길.
도민 여론에 역행하면서 제2공항에서 매달리는 원도정을 보면서 20년전의 강정 해군기지가 떠오른다. 강정 해군기지 문제로 근 10년 이상 제주는 몸살을 겪었다. 그로 인해 펑화의 섬으로 제주 미래를 닦아나가야 할 도민의 에너지가 해군기지 찬반 논쟁으로 소모되어 버렸다. 남는 건 상처 뿐이다. 그로 인해 정부와 도정이 얻은 게 무얼까.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옴으로 해서 대한민국의 안보가 얼마나 확충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의아심이 많기에 더욱 그렇다. 정부와 도정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국책사업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는 합당성을 가져야 할 터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강정 해군기지를 보면서 안보가 든든해졌다고 누가 자부할 수가 있을 것인지.
강정 해군기지 이후에는 제주가 제2공항 찬반으로 의견이 갈려 청정 제주로 나아가려는 도민과 도정의 역량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경제 살리기와 친환경성간의 대립이다. 10년 전과는 달리 도민들은 환경적 수용성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도민들은 이렇게 미래지향적인데, 원희룡 도정은 구호로는 제주의 청정 미래를 얘기하면서도 경제살리기라는 10년전의 과거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성산 제2공항이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되기보다 공항 수요 부족으로 인해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제주는 유명 관광지에 걸맞도록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에 힘입어 도로망 확충에 매진해 왔다. 제주의 동서남북 어디를 가려하든 도로가 없어 가기 어려운 곳이 없다. 그 결과 제주도 전역으로 관광객들이 찾아가기가 쉽게 된 만큼이나 제주도 땅 값이 올라 대체로 도민들은 만족해 하고 있다. 이제 제주로 관광객이 많이 찾아 오기만 하면 제주의 땅을 사 둔 사람들은 물론이고 덩달아 도민들도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니 누구든 공항 하나 더 만들자는 데 반대하기가 어렵다. 그게 10년전의 일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땅 값이 올라서 기분좋은 것은 순간이고, 하루하루의 삶이 교통지옥과 쓰레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될 때마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는 도민들이 더 많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땅을 갖지 않는 도민이야 땅 값 오르는 게 불만일 수밖에 없겠지만, 땅을 갖고 있는 도민들도 장부상으로는 기분 좋겠지만 실제로 땅을 팔아 현금화 하기 전까지는 다 가상의 기쁨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도민들은 다시 생각을 점검하게 되었다. 제주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으로 돈 벌고 사는 삶보다는 제주의 청정환경과 제주의 독특한 문화로 제주다움을 지켜가면서 사는 게 더 좋겠다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이다.
특히나 중국 관광객이 대거 들어 왔다가 빠져나가면서 초래하게 된 제주관광의 멘붕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 되면서 직격탄을 맡게 되었다. 제주의 미래가 사람이 자유롭게 많이 오가도록 하는 것에만 맡기다가는 큰 코 닥친다는 교훈을 확실히 얻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그렇게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제주의 미래를 그리고 도민의 삶을 외생적 발전이 아니라 내생적 발전에서 찾자는 것이다. 국제자유도시가 아니라 평화생태의 섬이 제주의 미래라는 것이다.
향후 코로나가 해결되고 세상이 정상화가 되어 혹 제주의 연륙교통망을 하나 더 마련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공항을 하나 더 추가한 들 그게 얼마나 유용할 것인가는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공항은 환경성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함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도민 공론조사에서 보듯이 기존 용담 공항을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아 보인다. 성장만능주의와 다다익선이 아니라 환경우선과 적정성이 더 합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하늘길과 바닷길 외에 연륙망을 하나 더 마련하고자 한다면, 해저고속철도가 더 합당하다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철도는 도로나 항공에 비해 친환경성과 경제성 그리고 초고속성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온실가스 절감이 크게 중시되는 세상의 흐름에 맞취 제주와 육지를 잇는 해저고속철도 유치를 위해 도민이 적극 나섰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부가 올 6월에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을 발표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광역철도 유치에 소매를 걷어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와 충북이 손을 잡고 동탄ㆍ진천ㆍ청주공항을 잇는 78.8km의 수도권 내륙선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과 전남도 군산ㆍ새만금ㆍ무안ㆍ목포를 잇는 141.4km의 서해안 철도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제주도만 너무 지나치게 섬 정체성 논리에 빠져 국가철도망 계획을 멀리 불구경 하듯 하고 있어서 속상하다. 제주도민들도 전천후 정시 출ㆍ도착의 친환경 기차를 타고 추자도ㆍ완도ㆍ목포ㆍ대전ㆍ서울로 육지 나들이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 하자. 당연히 5천만 우리 국민들도 기차 타고 편하게 제주를 오갈 수 있도록 해 주고. 내년 대선과 지선에서 진정으로 친환경의 제주 미래를 찾는 청사진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