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피 쏟아지는 '구럼비'에 봄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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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피 쏟아지는 '구럼비'에 봄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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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이야기] (40) 발 디딜 수 없는 '구럼비'

시절이 하수상한 요즘이지만 집에 앉아 방구들과 친구 삼는 내게는 그 하수상한 일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인지라 가끔은 괜히 혼자 섭섭하고 맘 상해서 속이 시끌거린다.

요 근래 우리 제주는 존재가 사라져버릴 만큼, 한순간에 공중분해가 될 것처럼 위태롭다. 서귀포의 강정해안에 군항을 짓기 위한 기반작업의 하나인 바닥을 고르는 작업이 해안을 이루고 있는 '구럼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작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지역주민들과 활동가들이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전투경찰들의 강압적이고 두려운 힘에 의해 강제로 진압되고 체포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악을 쓰며 발버둥치는 모습들이 나의 눈에 비치는 그 순간부터 나의 눈물샘은 홍수가 나고 말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음이는 내 찝찔한 눈물을 열심히 할짝거리며 녀석의 시큰한 소화액과 애정이 듬뿍 담긴 침은 눈물과 콧물범벅이 된 내 얼굴을 씻어내며 축축한 내 속을 닦아준다.

"마음아~ 어떵허코이? 아휴!"
결코 내 발로는 한 번도 디딜 수 없을 그 바위투성이의 '구럼비'가 화약처방을 받는 모습에 왜 안타깝고 눈물이 나는 것일까? 그 '구럼비'를 발로 밟아볼 수도 없는 주제에 말이다.

왜?
아이를 업은 할머니는 이 추운 겨울을 길에서 저렇게 발을 동동 구르며 젊은 경찰들의 폭력 앞에서 울분을 씻어내며 버티고 있어야만 할까……

무엇 때문에?
오늘 일을 하지 않으면 한 푼이 아쉬울 하루살이 촌것들은 무엇을 위해 온 일상을 버리고 저렇게 온몸과 온정신으로 그것을 막으려 삶을 쏟아내고 있을까……

편을 가르고 선 두 편은 나누는 말이 같다.
편을 가르고 선 두 편은 말을 나눌 수 있다.
한 편은 척박한 땅과 거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던 민초들.
그 맞은 편은 어제까지는 그들의 자식처럼, 형제처럼, 안타깝고 아깝기만 한 이 시대의 아니 이 나라의 비극적 역사를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젊음들.
하지만 편을 가르고 마주선 그 순간부터 그들 사이엔 소통할 수 없는 언어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강정이 군항이 되기로 한 그날부터 우리는 편이 나뉘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젊은 청년들이 완전무장한 그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에 가슴이 졸아든다. 하지만 비록 육지부에서 온 난생 처음 보는 경찰들이겠지만 그들도 우리의 자식이고 우리의 조카이자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다.

그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내 눈에는 집단속에서 강력한 지위고하의 명령체계 속에서 복종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가슴에 흐르고 있을 젊은 눈물과 어찌할 수 없는 절망의 고뇌를 본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서로 갈등을 조장하는 이들에게 휘둘리며 살아야만 할까.
우리는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인생의 황금과도 같은 시기를 피 토하도록 하는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삭막하고 처절한 절규와 절망의 검은 피가 쏟아지는 '구럼비'에 봄은 피어날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윤미씨 그는...

   
강윤미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강윤미 님은 지난해 여름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하지만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훈훈하게 해 준 나름의 유명인사(?)였습니다.

그 의 나이, 벌써 마흔여섯. 늦깎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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