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태풍 진로, 끝내 한방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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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태풍 진로, 끝내 한방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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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간접영향' 안주하다, 하루전에야 '직접영향' 급선회
왔다갔다 예상진로..."일본상륙→중국상륙→제주 강타"

이틀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동경로였다.

제9호 태풍 '무이파(MUIFA)'는 7일 강풍과 폭우를 동반해 온종일 제주지역을 휩쓸면서 많은 피해를 냈다. 항공편과 여객선의 운항마저 완전히 통제되면서 제주섬은 이날 하루 완전 고립됐다.

문제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다.

제주를 비롯한 한반도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6월 발생한 제5호 태풍 '메아리', 그리고 지난달 발생한 제6호 태풍 '망온'처럼 큰 피해없이 지나칠 것으로 예상됐다.

기상청이 최초 태풍 발생시점부터 하루전인 6일까지 한반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보는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예상 이동경로를 발표하면서도, '직접적 영향권'에 들 것이란 예보는 하루전인 6일에야 이뤄졌다.

7월28일 미국 괌 서쪽 1060km 부근 해상에서 이 태풍이 발생했을 때에는 일본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해 북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다가 8월1일부터는 태풍이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중국으로 상륙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3일전인 8월4일에는 중국 상하이쪽으로 상륙할 것이란 예보가 나왔다.

제주도당국이 5일 긴급히 태풍 내습에 따른 재해대책회의를 가지려다 연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전인 8월6일에는 중국 상하이쪽을 거쳐 칭다오, 베이징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보됐다. 전날 상황과 비교해 볼 때 태풍이 중국 대륙으로 직접 향하지 않고 중국과 한반도 사이의 해상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기상청은 이때부터 제주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긴박한 예보를 하기 시작했다. 종전까지는 '간접 영향'에 무게중심을 두다가 '직접 영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7월28일 발표 제9호 태풍 '무이파' 예상진로도. <헤드라인제주>
7월31일 발표 제9호 태풍 '무이파' 예상진로도. <헤드라인제주>
8월1일 발표 제9호 태풍 '무이파' 예상진로도. <헤드라인제주>
8월2일 발표 제9호 태풍 '무이파' 예상진로도. <헤드라인제주>
8월4일 발표 제9호 태풍 '무이파' 예상진로도. <헤드라인제주>
8월6일 발표 제9호 태풍 '무이파' 예상진로도. <헤드라인제주>
8월7일 오전 9시 발표 제9호 태풍 '무이파' 예상진로도. <헤드라인제주>
8월7일 오후 6시 발표 제9호 태풍 '무이파' 예상진로도. <헤드라인제주>

그러나 8월6일 태풍 진로도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8월7일의 예상진로도와 사뭇 다른 점이 있다.

태풍 예상 진로도의 설명이 8월4일까지는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거리표시'를 하다가 하루전인 8월6일까지도 '중국 대륙'을 중심으로 한 거리표시 예보를 했다.

이러한 거리표기 방식은 한반도보다는 중국대륙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란 느낌을 갖게 하면서 태풍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기제가 됐다.

즉, 8월6일에는 "7일 오전 9시 중국 상하이 동남동쪽 약 240km 부근 해상"이라고 표기됐다. 제주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 태풍이 위치하느냐가 아니라, 중국 상하이에서 얼마만큼 떨어진 지점으로 이동할 것이란 예보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8월7일, 태풍이 제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때부터 기상청은 한반도 중심의 표기방식으로 바꿨다.

"7일 오전 6시, 서귀포 남서쪽 약 310km 부근 해상"이란 표기를 통해 태풍이 제주와 가깝게 접근하고 있음을 알렸다.

7일 낮 12시30분이 되어서야 기상청은 각 방송사에 태풍재해에 대한 긴급방송을 요청하고 나섰다.

일본 혹은 중국쪽에 많은 영향을 주고 한반도에는 '간접 영향'을 예보해 오다가 결국 유동성이 큰 태풍 '무이파'에 한방 먹은 셈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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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청 2011-08-09 13:06:23 | 59.***.***.23
ㅎㅎㅎ 일기예보 그림이 나열된 것 만 봐도 이번 태풍은 기상청의 예보가 확 드러나는군

재난보도의 백미 2011-08-08 11:23:24 | 59.***.***.23
이런게 제대로된 기사입니다. 헤드라인제주 굿!!

서니파 2011-08-07 20:54:51 | 125.***.***.79
신속한 보도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예고의 문제를 짚어 주다니 많은 열정의 산물이라 보여집니다.

태풍나리 기록 경신? 2011-08-07 19:29:19 | 14.***.***.12
. 9월 16일 하루 동안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563.5㎜, 제주시에는 420mm, 서귀포시에는 265.5mm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1959년 내습한 태풍 사라의 제주도 1일 최대 강수량 267.5㎜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1] 이러한 유례없는 폭우 탓에 제주시의 4대 하천들은 모두 범람했고 이것이 큰 피해를 불러왔다.

상하이 뻥 2011-08-07 19:22:48 | 14.***.***.12
정말 이번 태풍관련 기사중 대한민국 최고의 기사라고 생각됩니다.
ㅇ상하이만 떠들지 태풍 오른쪽 반경의 위험을 감춘? 기상청 오보로 제주 한마디로 작살 났습니다. 실 뭉파는 나리 태풍 저리가라 할 정도로 엄청 났죠....
내일 삶의 현장이 답을 할 것입니다.

도민 2011-08-07 17:32:22 | 118.***.***.29
작년에 신문기사가 언뜻 생각나네요.
제주에 태풍이 오면 큰 파도를 볼 수 있는 관광상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하지 않았나요?
이번 무이타 태풍을 보러 몇 명의 육지관광객을 유치했을지 궁금해지네요.

참언론 2011-08-07 17:18:41 | 119.***.***.72
일요일인데도 재난보도는 역시 헤드라인제주가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