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바다 '천상의 음악소리'...소리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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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바다 '천상의 음악소리'...소리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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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항 방파제 끝자락 구슬픈 '음악연주' 소리에 '깜짝'
소리 접한 이들마다 놀라움..."이건 완벽한 천상의 음악"

음악소리가 들리는 강정 방파제에서 바라본 강정 해안가 전경. <사진=윤용택 교수, 헤드라인제주>
음악소리가 들리는 강정 방파제에서 바라본 강정 해안가 전경. <사진=윤용택 교수, 헤드라인제주>
도대체 이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난 21일 밤 10시께, 서귀포시 강정포구로 바람을 쐬러 갔던 윤용택 제주대 교수(철학과).

강정항 남방파제 위에 올라가 생각에 잠기던 그는 파도소리와 함께 구슬픈 음악연주 소리를 듣게 됐다.

대금과 같은 악기를 멀리서 연주하는 소리가 바람에 전해오는 것으로 생각하던 그는 방파제 끝자락 발밑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강정 바닷가에서 들리는 천상의 소리(음향 중심)
파도소리와 함께 소리는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면서도 끝없이 이어졌다. "아아 아 아아, 아아 아 아아~"라는 반복되는 이 연주음과 같은 소리는 마치 완성된 음악성을 갖고 있었다.

30여분간 음악소리에 흠뻑 빠져있던 그는 다음날 동료교수에게 이 얘기를 전했다. 그리고 22일 밤 같은학과 이명곤 교수와 음악에 조예가 있는 강윤복씨가 함께 동행해 현장을 다시 찾았다.

밤 11시쯤 현장에 도착할 즈음, 방파제 입구에서부터 소리는 다시 들려왔다. 방파제 끝자락의 테트라포트 아래 쪽에서 소리는 더욱 크고 선명하게 들렸다.

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방파제 끝자락 바닥에는 '구럼비의 절규, 강정의 눈물'이란 현수막에 놓여져 있다. 이 문구 때문인지 일행들은 음악소리가 매우 슬프게 들려왔다고 전했다.

26일 제주대에서 다시 모인 윤 교수와 강씨는 현장에서 녹음했던 파일과 영상물을 재생해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강윤복씨는 "예상했던 소리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면서 여기에 피아노반주만 곁들이면 그 자체가 황홀한 음악이 될 수 있다"고 감탄했다.

"완벽한 한 곡조의 음악으로, 정교한 음악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소리"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독일 라인강 중류의 강기슭에서 지나가던 뱃사람이 바위 위에 있는 요정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취하여 암초에 부딪혀 물속에 잠긴다는 로렐라이 전설의 언덕이 문득 생각이 났다"면서 "더욱이 강정 바닷가에서 듣는 이 자연의 소리는 강정의 아픔과 겹쳐 범상치 않게 들린다"고 말했다.

'천상의 소리'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이 소리의 정체에 대해서는 직접 현장을 확인한 이들 역시 단정짓지 못하고 있었다.

강씨는 "방파제 밑 양쪽에 구멍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구멍으로 파도가 통과하던 중 공기의 흐름과 맞물리면서 울려나는 소리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한순간의 음악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으나 강정 방파제에서처럼 완벽한 곡조를 갖고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강정 바닷가에서만 들을 수 있는 기이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음악을 만든다 하더라도 이런 소리를 내기 힘들다"며 "미적으로 가치가 있는 소리로, 세계적으로 자연 속에서 이런 소리가 나는 곳이 몇군데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완벽에 가까운 곡조를 이루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강정바다의 '음악소리'가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윤 교수는 "나중에 전해들은 얘기로는 '섬의 하루'를 만든 양동규 감독도 지난해 이맘때쯤에 그 소리를 들어서 녹음한 적이 있고, 그것을 올해 4.3예술제 출품작에 음향효과로 썼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에서 만들어내는 이 '신비로운 음악' 내지 '천상의 소리'가 제주해군기지 공사 속에서 강정바다의 절규같이 들리기도 한다"면서 "어쨌든 강정바다에서 들려오는 기이한 음악소리를 갖고 많은 관광객들과 도민들, 나아가 9월 WCC(세계자연보전총회)에 참가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함께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강정 포구 전경. <사진=윤용택 교수, 헤드라인제주>
강정 방파제 바닥에 놓여진 '강정의 눈물' 현수막. <사진=윤용택 교수, 헤드라인제주>
음악소리가 나는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이명곤 교수와 강윤복 선생. <사진=윤용택 교수, 헤드라인제주>
강정 방파제 끝자락에 세우진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 <사진=윤용택 교수,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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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리 2012-06-27 14:59:26 | 220.***.***.230
Ab, Bb. C, Eb,F음이 정확하게 들리네요 (Ab조의 도레미솔라 / 동양음계) 파도와 바람이 높고 강할때는 가장높은 C음까지 올라가고 반대로 낮고 약할때는 아랫소리 Eb음까지 나기도 하고... 여러 돌사이 구멍에서 동시에 울리니까
파이프 오르간 소리 처럼 신비롭게 들리기도 하고 ~~

허허 2012-06-27 10:24:11 | 211.***.***.99
소리는 분명히 난다
동영상에 백음악 깐게 아니라면

선그라스 2012-06-27 09:46:39 | 211.***.***.135
윤교수님의 망상에서 귀로 울려오는 일종의 우울증, 공황장애 현상이 아닐까?
그 밤에 위험한 방파제에 가는 것 부터가 정신위험수위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기야 파도소리가 듣는 사람의 각자 취향에 따라 그음은 틀리겠지요.
멀쩡한 하늘을 파란 선그라스를 쓴 사람은 파랗게 보일 것이고, 붉은 선그라스를 쓴 사람은 붉게 보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