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이 우리 아이의 입을 열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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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귀포시 '토론 아카데미'를 통해 본 교육비전 전략
"현재와 미래 모두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현재가 더 중요"

'현재는 미래보다 우선한다.'

이 논제에 대한 의견은 두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게 되는 것은 언제나 현재이기 때문에, 현재를 우선시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현재 우선'의 찬성 논리다.

다른 하나는, 명확한 미래를 정해놓고, 그에 따라 현재를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지 않고 산다면, 그 행복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미래 우선'의 반대 논리다.

이에대한 중.고교생들의 토론의 결과는 현재 우선 논리의 찬성측의 승리로 귀결됐다. 찬성측은 '현재 우선'이라는 논리를 펴면서도, 3가지 전제를 들었다. 하나는 현재를 사랑한다. 둘째는 현재는 미래를 보장한다. 세번째는 미래를 구성하는 것은 현재다. 따라서 "현재와 미래 둘다 중요하지만, 현재가 더 중요하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키포인트는 '현재와 미래 둘다 중요하지만'이라는 전제 속에서 '미래의 중요성'도 함께 어필한 것이 설득력이 더 컸다는 평가다.

논리적 평가 외에, 이 논제에 대한 토론 속에서 상대팀에서 반대토론을 할 때 귀를 기울이려는 '태도'에 대한 평가도 가미됐다.

서귀포시의 '청소년-교사 토론 아카데미'의 결승 토론 모습. <헤드라인제주>
학생들의 토론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교사와 학생들. <헤드라인제주>
서귀포시의 '청소년-교사 토론 아카데미' 수료식. <헤드라인제주>

지난 24일 시작됐던 서귀포시의 '2011년 청소년-교사 토론아카데미'는 27일 오후 3시 서귀포시청 대강당에서 마련된 최종 토론 결승전과 시상식을 끝으로 해 막을 내렸다.

"찬성과 반대측 모두 토론을 잘해줬는데, 찬성측이 '미래도 현재와 함께 중요하다'라는 전제를 제시하면서 반대측 보다 훨씬 나은 논리를 편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심사평을 듣는 참가 학생들과 교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찬성측에서 전제 중 두번째 논거인 '현재는 미래를 보장한다'라는 것은 단정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논리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토론이 우리 아이의 입을 열게 했어요"

결승까지 오른 학생들, 그리고 아쉽게 탈락한 학생들 모두 이번 토론 아카데미에는 상당한 의미를 뒀다.

그동안 서귀포시에서는 이런 우수 강사가 대거 참여한 아카데미를 접할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토론교육연구회가 주관했고, 민족사관고등학교 토론교육연구소가 직접 자문을 했다.

시상식에 앞서 소감을 발표하는 학생들은 토론이 모두 끝났음에도 설레임이 가득해 보였다.

"지금까지 받았던 수업과 다른 방식의 수업을 받으니 너무 재미있었고,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여하고 싶어요."

토론아카데미에 참여한 교사들 반응 역시 다른 모습이다. 자신들이 직접 교육에 참여한 것에 대한 보람은 물론,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저는 사회교사인데, 사실 이전까지 토론은 국어수업의 영역으로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토론은 영역을 뛰어넘어 사회생활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구요, 또 하나는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평소 수업 때 말이 없던 학생이 저렇게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계속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또다른 한 교사도 "이런 아카데미가 서귀포시의 특색사업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토론이 우리 아이의 입을 열게 했다. 아이의 입을 트이게 한다는 것을 몸소 실감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의 '청소년-교사 토론 아카데미' 수료식에서 학생 토론 최우수자에 금상이 수여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서귀포시의 '청소년-교사 토론 아카데미' 수료식에서 참가 교사에 대한 감사패가 수여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고창후 시장 "서귀포시 문제, '교육'에서 답 찾겠다"

이번 토론 아카데미는 서귀포시가 미래전략으로 설정한 '교육비전'의 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고창후 서귀포시장 취임 후 서귀포시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에서 그 답을 찾겠다고 선언한 이후 지난해 '서귀포시 교육발전포럼'이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교육을 핵심 돌파구로 삼은 것은 교육환경과 인구감소가 정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분석에 기인한다. 즉, 인구감소의 원인이 바로 교육환경에 있다는 것이다.

교육환경을 대대적으로 바꿔놓지 않는한 인구감소를 억제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이 '교육비전' 제시를 추동하게 한 궁극적 이유다.

이날 토론회 시상식에 앞서 고 시장은 인터뷰에서 "서귀포시가 자연여건은 우수하나 교육 및 문화시설 등 인프라는 부족하고, 교육여건 및 교육환경이 제주시로의 집중된 불균형 문제로 학생들이 제주시로 이동하면서 마을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라며 "교육환경 개선을 통해 침체된 서귀포시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고 시장은 "올해까지 두번째 전체회의를 가진 교육발전포럼을 중심으로 해 앞으로 100억원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교육발전기금 조성과 함께, '명품교육도시'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제 막 시작으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피력했다.

교육 수요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을 비롯해 우수 교육 특화프로그램 발굴, 양질의 교사 확보, 학부모와 지역사회 및 각종 유관기관 간의 협조체제 구축 등이 고 시장이 구상하고 있는 '명품교육도시 육성'의 핵심 플랜이다.

단기적으로는 △창의적 사고능력 배양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교육 특화프로그램 운영 △국제자유도시 선도자 육성 및 현장체험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적으로는 교육발전기금 등을 통해 △우수인재 장학금 지원 △기숙사비 지원 및 시설 확대 △전문 특성화 대학.예술대학 설립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생각이다.

#'살아있는 교육' 추동 의미...교육재정 확보 등 과제도 산적

이날 청소년-교사 아카데미는 '살아있는 교육'을 추동시키기 위한 첫 시도라는데 의미를 뒀다.

고 시장은 "교육발전기금 100억원 조성운동이 시작된 후 벌써 1억여원을 모금했고, 제주도에서도 10억원을 기금으로 내놓으면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분위기와 함께 토론회를 통해 교육 수요자인 학생, 그리고 교사들이 생동감 넘치는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함께 행사에 참석했던 송형록 서귀포시 교육발전추진위원장은 "오늘 토론회 분위기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 교육발전기금 모금운동이 시작된 후 뜻있는 분들이 '참 잘하는 일이다'라는 격려와 함께,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참 좋게 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더욱 중요한 것은 종전 남제주군과 서귀포시로 분리돼 있는 현 서귀포시가 이번 '교육비전'이라는 미래 컨셉을 중심으로 해 다시 통합되어 나가고 있어, 정말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시장과 송 위원장의 말처럼, 현재 서귀포시의 분위기는 '교육'을 모토로 해 목표점이 가시화되어가는 모습이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조성된 기금만으로 과연 어느정도의 교육지원사업을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있어서도 딱히 장담하기 어렵다.

학교 1개를 설립하는데에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판국에, 우수 인재와 우수 교원이 확보된 명품학교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일 또한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서귀포시가 요청한 연간 20억원의 교육재정 지원에 제주도가 절반으로 줄여 올해 예산에 10억원만 편성한 것도 앞으로 재정확보가 결코 녹록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의미있는 도전으로 평가받는 서귀포시의 '교육비전'은 과연 성공을 거둘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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