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 "왜 손해보며 매각대금 돌려주나?"...제3자 재입찰한다면?
제주시 "사업 추진의지 안보여...화북상업지역 전체로 악영향 우려"
제주시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의 재원 충당의 핵심이었던 체비지(주상복합 부지) 매각과 관련해, 제주시가 계약 파기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가 잔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 이유다.
감정가의 4배가 넘는 2660억원이라는 '대박 낙찰'로 꼽혔던 이번 토지 매각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제주시는 사업자 측이 지난 17일까지로 제시됐던 최종 기한 내 잔금을 입금하지 않음에 따라, 다음 날(18일) 해당 업체에 최고장을 발송했다고 31일 밝혔다.
최고장의 유예기간을 오는 2월5일까지로 설정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바로 계약을 전면 파기하고 재매각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해당 업체와의 '결별'은 이미 확정된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계약 파기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2000여억원의 중도금을 받은 제주시가 '실익'을 챙기는 것으로 매듭할 수 있음에도 체비지 매각대금 반환을 전제로 한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은 제주동중학교 북측 21만6920㎡ 부지를 상업 중심 시가지로 개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지난 2018년 11월 기반공사에 착공했으나, '관광호텔 부지'로 돼 있던 체비지 매각이 걸림돌이었다.
제주시는 당시 4차례 걸쳐 공개 입찰을 진행했으나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모두 유찰되자 이 부지를 '주상복합용지'로 용도를 변경했다. 이 결과 2021년 12월 진행된 입찰에서 2660억원에 낙찰됐다. 당시 해당 부지의 감정가격은 3.3㎡당 1173만원이었는데, 사업자는 4배 가량인 4517만원 써내어 낙찰받았다.
이후 중도금까지는 순조롭게 납부됐다. 그러나 사업자는 잔금 532억원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재차 연장한 최종 납부기한까지 넘기면서 계약 파기 상황을 자초했다.
제주시가 계약을 파기할 경우 계약금 266억원과 위약금 20억원 등 286억원을 제외한 1862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입찰 당시 감정가 총액이 69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잔금 532억원을 포기하더라도 제주시는 최소 1400억원의 차익을 얻게 되는 셈인데도, '실익'보다는 행정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 "왜 가만히 앉아서 '1683억원' 손해보려 하는가?"...제3자 내세워 재입찰한다면?
일부 토지주들은 강력 반발하며 제주시의 계약 파기에 대해 감사원 감사까지 청구하고 나섰다. 가만히 앉아서 '1683억'을 손해보는 행정을 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손해액으로 산출된 '1683억원'은 당초 매각액 2660억원에서 계약금-위약금 286억원과 재입찰 예상가 691억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들은 오영훈 제주도지사에게 전달한 탄원서 등을 통해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까지 납부된 상황이라면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되어 계약취소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제 매도인과 매수인간의 잔금납부와 부동산 인도라는 의무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 매각대금 반환 문제가 불거진 것은 법 조항에 대해 담당 실무자의 잘못된 판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면서 "도시개발법 제9조(해제권)은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해제권을 행사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을 때 행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제권을 행사함으로서 오히려 크나큰 손해의 발생이 예견된다면 행사해서는 안되며, 이를 실행할 경우 위법 부당한 행정행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계약한지 몇 년이 지나도 달랑 계약금과 위약금만 받고 계약해지를 해 주겠다면 부동산의 불황기에 바보가 아닌 이상 어느 누구가 잔금을 납부하겠느냐"고 했다.
또 해당 업체가 제3자를 내세워 재입찰에 참여해 감정가(691억원) 수준에서 낙찰받는다면, 계약금과 위약금 286억원을 포기하고도 남는 장사가 된다고 주장했다.
제주시로부터 반환받은 1862억원을 갖고 재입찰 방식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실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부분으로 꼽힌다.
◇ 제주시 "계약파기 결심, 가장 큰 이유는 화북상업지역 개발 정상화"
그렇다면, 제주시는 왜 '계약 파기 결심'을 한 것일까.
제주시 당국은 화북사업지역 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불가피론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사업자에게서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단순한 체비지 매각 대금의 실익 차원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 사업 추진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해당 사업자가 체비지를 취득하고도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화북사업지역 개발계획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 그리고 정상화를 시켜야 하는 때문에 계약 해지 수순을 밟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토지주들이 우려하는 제3자를 통한 입찰 방식으로 사업자가 또 다른 이득을 노릴 가능성도 크게 제기되고 있다. 현 입찰시스템에서는 사업자가 이러한 방식으로 재매입을 추진한다면,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재정운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의 특별회계 세입에서는 이 체비지 매각 수입 2007억원이 편성돼 있는데, 계약 파기 시 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해당 사업자에게 반환해줘야 해 세입결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계약해지에 따른 반환금은 제주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통해 유보금(1862억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계약 해지는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 없으나, 토지주들이 제기하는 우려, 그리고 전체적 개발사업의 일정이 또 다시 늦춰지며 표류하게 되면서 제주시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