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청 '인터넷신문고' 25년만에 폐지...왜 이런 결정을?
상태바
제주시청 '인터넷신문고' 25년만에 폐지...왜 이런 결정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수첩] '인터넷신문고'→'시장에게 바란다' 통합 결정 논란
"2개 메뉴, 중복 민원 혼란.불편 때문"...그러나, 실상은...
무성의한 운영...느릿느릿 답변...운영취지 안내도 부실

시민들의 일상의 불편이나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대표적 온라인 소통창구로 자리매김 해 온 제주시청의 '인터넷신문고'가 25년만에 폐지된다. 그러나 폐지를 결정한 배경을 알고보니 결국은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에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시는 11일 서면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15일부터 '인터넷신문고'를 '시장에게 바란다'로 통합 운영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신문고'는 폐지하고, 시민들의 의견 수렴 창구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장에게 바란다'로 일원화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1999년 개설돼 25년간 운영돼 온 인터넷신문고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제주시의 인터넷신문고 통폐합 공지.

제주시는 폐지되는 인터넷신문고에 이미 작성한 게시글과 답변은 앞으로도 계속 열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통합 운영되는 '시장에게 바란다'는 누리집 메인화면에 배치해 PC는 물론 모바일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치하 정보화지원과장은 “20년 이상 서비스해 온 인터넷신문고가 폐지되어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통합에 대한 지속적인 안내를 통해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갑자기 폐지 결정한 이유가 '중복 게재'...시민 책임?

그러나 20년 이상 운영돼 온 인터넷신문고를 갑자기 폐지하게 된 이유를 놓고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제주시는 폐지 결정을 한 이유로 '인터넷신문고'와 '시장에게 바란다' 2개 메뉴를 운영함에 있어 민원 글의 중복 게재되면서 혼란과 불편함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국민신문고'와도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현재 인터넷신문고는 제주시청 기획예산과에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신문고에 게재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중복' 게재되는 부분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민원 글의 경우 인터넷신문고와 시장에게 바란다에 동시에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로 인해 해당 부서에서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내용을 중복적으로 게재한다 하더라도 답변은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상은 제주시의 무성의 내지 부실 운영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시장에게 바란다'와 '인터넷신문고'를 운영함에 있어 제주시는 시민들에게 각 코너의 운영취지에 대한 기본적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신문고'에는 "본 게시판은 생활불편신고, 위법사례, 시정시책 개선 등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답변하는 창구이며 실명제로 운영됩니다."라는 문구가 있으나, '시장에게 바란다'에서는 어떤 내용의 글을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시장에게 바란다'에 대한 안내설명은 "본 게시판은 보안과 관련되어, 홈페이지에 접속하신 후 화면이동없이 30분이 경과되면 자동으로 로그아웃 되오니 작업시간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웹기능 관련 문구만 기재돼 있다.

즉,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민원의 중복 게재'는 제주시가 적극적으로 안내를 하지 않음으로써 구분을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

제주시청 홈페이지의 '시장에게 바란다'와 '인터넷신문고' 알림 내용. 어떤 내용을 올릴 수 있는지, 운영취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헤드라인제주
제주시청 홈페이지의 '시장에게 바란다'와 '인터넷신문고' 알림 내용. 어떤 내용을 올릴 수 있는지, 운영취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헤드라인제주
서귀포시청 홈페이지의 '시장에게 바란다'와 '인터넷신문고' 알림 내용. 제주시와 달리 어떤 내용을 올릴 수 있는지, 운영취지에 대한 설명 문구가 들어 있다.ⓒ헤드라인제주
서귀포시청 홈페이지의 '시장에게 바란다'와 '인터넷신문고' 알림 내용. 제주시와 달리 어떤 내용을 올릴 수 있는지, 운영취지에 대한 설명 문구가 들어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는 서귀포시청 홈페이지와 비교해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포맷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귀포시의 경우 두 코너의 성격이 다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서귀포시의 '인터넷신문고'에는 "여러분께서 불편한 사항이나 시정에 바라는 사항 등을 건의할 수 있는 주민참여공간"이라고 제시하고 있고, '시장에게 바란다' 코너에서는 "이곳은 서귀포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나 제안, 제도개선, 비전 등 시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두 코너의 성격이 다름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청 역시 '도지사에 바란다'와 신문고의 '제주도에 바란다' 등 이원화돼 있다. 

도내 다른 행정기관에서는 이원화된 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나, 오히려 제주시가 혼선을 제공한 책임이 있음을 보여준다.

◇ '늑장 답변' 무성의한 운영...왜 '시장에게 바란다'로 통합?  

무성의한 운영의 또 다른 단면도 있다. 담당부서의 '느릿느릿' 답변이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인터넷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은 총 28건이다. 이 중 11일 현재 시민들의 다양한 물음에 답변이 완료된 건수는 39%인 11건에 불과하다.

'늑장 답변'은 대부분 제주시 본청부서 관련 민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보통 2~3일은 기본이고, 일주일이 넘도록 답변을 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올해 제기된 민원에 대한 답변완료 11건 중 본청 부서에서 답변을 완료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9건은 사업부서나 타 기관 사례이다.

제주시청 기획예산과에서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하나,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두 개의 코너를 통합하면서 명칭을 '시장에게 바란다'로 한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인터넷신문고'가 '시장에게 바란다'보다 아우를 수 있는 민원의 범주가 크고 광의적 개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게 바란다'로의 통합은 오히려 시민들의 자유스러운 의견 개진 및 소통을 위축시킬 우려도 크다. 시민들 입장에서 볼때 시장에게 직접 전할 메시지에 국한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소한 일상의 불편함 등은 해당 부서에 바로 전달되도록 인터넷신문고에 올려왔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앞으로 상당부분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인터넷신문고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는 무성의하고 부실한 운영의 이유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제주시당국이 중복게재를 한 일부 시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폐지를 선언한 셈이다. 적반하장격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런 2024-01-11 13:58:27 | 118.***.***.88
인터넷신문고 걍 하고 싶지 않다. 부서 공무원들 답변 힘들고 귀찮아 한다. 그래서 폐지하는거 아니냐. 솔직하게 얘기해야지

시장에게 바란다는 그 목적과 이유가 엤어서 만들었던거고. 인터넷신문고도 다 이유가 있어서 만들었던건데 2024년 새해들자 폐지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