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뜨거운 항저우 열기, 다가올 파리 패럴림픽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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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뜨거운 항저우 열기, 다가올 파리 패럴림픽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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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 이야기] 김경돈/ 제주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김경돈/ 제주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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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그리고 2주 뒤, 아시안패러게임의 막이 오르고 지난 28일 폐막했다. 이번 패러게임에는 우리나라 선수 208명과 임원 137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의 이 뜨거운 열기를 패러게임까지 끌고 나가 많은 대중들의 관심이 이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아시안게임이 진행되던 기간에 흔히 말하는 지상파 3사 방송국 편성표에는 아시안게임 중계 일정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하지만 아시안패러게임에 대한 중계 일정은 개회식 중계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아시안게임 개막식과 경기 일정은 며칠 전부터 TV와 뉴스 기사에서 많은 주목을 하는데 비해, 아시안패러게임은 개막식조차 언제 개최하는 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경기 일정을 찾으려고 인터넷 검색을 이리저리 해봐도 중국어로 된 항저우 아시안패러게임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찾을 수 있을 뿐이었다. 언제, 어디서, 누가 경기를 하는지를 찾아보기 위해선 중국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가야지만 찾을 수 있었다. 방송과 뉴스 등 대중매체로 노출되는 것 자체가 적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방송법 제76조의 2에 따라 고시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 및 그 밖의 주요행사」에 따르면 올림픽과 월드컵은 90% 이상 시청할 수 있도록, 아시안게임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안컵(AFC)은 75%가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고시되어 있다. 하지만 패럴림픽과 아시안패러게임에 대한 내용은 아예 빠져있다. 작년 국회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지상파 3사에서는 패럴림픽의 중계 시간이 올림픽 중계 시간의 약 7%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집계된 7%의 중계도 많은 사람들이 보기 어려운 평일 낮과 늦은 밤에 방송되어 실질적으로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정도는 집계된 7%보다 현저히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영국의 경우에는 지상파 방송 채널4에서는 패럴림픽의 중계방송을 300시간 이상 편성하고, 중계진 인원의 장애인 비중을 70% 이상으로 두었다. 또, 미국 지상파 방송사 NBC는 200시간 이상의 중계 시간과 다양한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1,200시간 이상 방송을 이어 나갔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패럴림픽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오전부터 오후까지 패럴림픽 소식을 전하는 뉴스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로 중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 지상파 3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필자는 문제점을 조금 더 파악해 보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를 통해 검색해보았다. ‘장애인아시안게임’과 ‘패러게임’ 두 개의 키워드를 검색해 본 결과 10월 20일 기준 112건이 보도 되었고, 아시안게임은 개막전인 9월 22일 기준으로 검색한 결과 3,344건에 기사가 보도되었다.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사가 약 30배 정도 많이 나온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방송사 중계와 뉴스 기사 보도는 대중들의 관심과 직결되기 마련이다. 아시안패러게임에 대한 중계와 기사가 적은 만큼 대중들은 아시안패러게임이 언제 개막하는지, 어떤 선수들이 출전하는지, 심지어는 아시안패러게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아시안게임이 개막되기 전부터 막을 내린 며칠 후까지 우리나라의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스포츠에서는 아시안게임 특별 탭을 만들어 각종 아시안게임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아시안패러게임에 대한 특별 탭은커녕 기사도 몇 개 찾아보기 어려웠다. 적어도 공영방송에서만큼은 최소한 메달 결정전이나 결승전 같은 주요 경기는 실시간 중계와 해설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스트리밍 중계가 가능한 플랫폼에서도 다양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청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하나 검색하면서 의아했던 점은 각종 뉴스 기사를 살펴보면 패럴림픽과 아시안패러게임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대회를 준비한 노력과 열정보다는 ‘장애를 극복한’,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은’ 등 장애를 극복한 스토리를 다루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이 참가한 대회는 장애를 극복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자리가 아닌 그저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선수로서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흘린 땀을 증명하기 위한 자리임을 명확히 알고 기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과 동등하게 아시안패러게임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들도 국민들의 관심과 열렬한 응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 아니 받아야만 한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흘린 땀과 피나는 노력이 주목받지 못한다면 장애인 체육과 스포츠는 항상 그 자리에 머무르며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대회가 개최되는 동안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을 구분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언론과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종목에 대한 뉴스 보도와 중계가 활발히 이루어질수록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정도가 늘어나고 이것은 자연스레 종목에 대한 관심과 응원으로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종목의 시청권이 보장되어야만 비인기 종목과 인기 종목에 대한 격차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나 패럴림픽, 패러게임에 대한 시청권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방송통신위원회 규정에서조차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응원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것이 스포츠에만 국한된 문제인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론과 방송사는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만 잠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제외하고 장애인 스포츠, 정책, 복지 등 전반적인 장애인 관련 기사와 뉴스 보도는 현저히 적다. 언론과 방송의 관심이 비인기 종목을 만들듯, 장애인에 대한 언론의 소외는 대중들에게 무관심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아직도 뜨거운 항저우,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파리 패럴림픽, 온 국민이 열광하고 환호하며 응원하는 날이 오기를 염원한다. <김경돈/ 제주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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