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 질그랭이센터 워케이션, 전국적으로 유명세 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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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 질그랭이센터 워케이션, 전국적으로 유명세 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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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케이션 최적지 제주] (2) 워케이션, 지역상생모델 가능성
마을주민 주도 세화마을협동조합 설립, 다양한 시설.프로그램 운영
조용하던 시골마을 북적북적... 질그랭이센터 유명세...마을 수익 쑥쑥↑
세화 질그랭이센터. ⓒ헤드라인제주
세화 질그랭이센터. ⓒ헤드라인제주

국내 최적지로 부상한 제주지역의 워케이션은 관광 관련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업화는 물론, 지역상생 모델로서도 그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휴가지에서 관광과 휴양(vacation)을 즐기면서 업무(work)'를 한다는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는 워케이션의 민간 오피스는 올해 8월 기준 14개소에서 꾸려졌다. 이들 시설들은 도내 지역 문화 콘텐츠와 연계해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공동체 또는 지역 숙박시설 등과 연계해  지역별로 개성있는 워케이션을 특화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테면, 제주시 이도2동 소재 '고요산책'에서는 △흐르듯이 월평마을 가게 △제주 중앙로 엄블랑 투어 △광해, 빛의 길을 걷다 △선흘마을 바람길 투어 △물뫼 마을 치유 여행 △김녕 소도리 마을여행 △잘도 아꼬운 수산리 한바퀴 △제주 농부 부석희의 찐제주 등의 여가 프로그램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솨산리에 소재한 '디어먼데이 제주점에서는 청정 환경의 지역적 특색을 살려 △명상 요가 , 바디 마인드 & 케어 △유기농 건강식 이야기 △다도(茶道) 프로그램 등이 선보이고 있다.

삼도2동에 소재한 '리플로우 제주'에서는 원도심 지역의 문화 콘텐츠와 연계해 △원도심투어 △아라리오 로드 투어 △컬러테라피 등을 운영 중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에 소재한 '스페이스 모노'와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에 소재한 '아이디노 제주'에서는 해양레포츠 및 숲길, 해안길 트레킹과 연계한 다야안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도두2동 팜스테이션에서는 서핑과 요트 체험 등 해양레포츠 상품을 비롯해 해녀체험, 농장체험, 제주 숲 요가 체험 등을 연계해 운영 중이다.

'오피스제주' 조천점과 사계점에서는 △제주동쪽오름투어 △조천 빠우사요가 △화순곶자왈 사운드투어 △목요러닝클럽 △사계바당요가 △사계해안서핑클래스 등을 운영한다.

이들 오피스 대부분이 업무시설 및 체류공간인 숙박시설을 기본으로 해 다양한  지역문화 콘텐츠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경제 활력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 상생모델로서 가능성을 확인케 하는 마을공동체 유형의 워케이션 성공 사례도 나타나면서 전국적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세화 질그랭이센터. ⓒ헤드라인제주
세화 질그랭이센터. ⓒ헤드라인제주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세화 질그랭이센터'이다.

세화 질그랭이센터는 올해 행정안전부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고향 올래 사업에서 워케이션 관련 모범사례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설립한 마을협동조합에서 유휴 건물 등을 활용해 워케이션 센터를 조성해 운영하는데, 지역상생 모델의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세화리 주민들은 곰팡이가 피어있던 마을회관을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통해 확보한 86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해 4층 규모의 '질그랭이구좌 거점센터'를 조성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건물을 새로 지은 만큼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가 내부 회의에서 제시됐다.

건물 1층은 마을 이사무소로 사용하면서 워케이션의 컨트롤타워이자 마을 사랑방으로 활용하고 있다. 2층에는 카페 ‘477+’가 있다. 카페 이름의 '477'은 마을협동조합 설립에 참여한 출자 주민 숫자, +는 이후 새롭게 합류한 조합원들과 방문객들을 의미한다. 이곳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당근과 감자 등을 활용해 만든 당근주스와 쌀빵, 기념품 등을 판매한다. 

3층은 방문자들이 직장 업무를 수월히 할 수 있도록 한 공유오피스 공간으로 조성됐다. 4층은 숙박시설로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누가 찾아줄까'하는 불안도 있었다. 그러나 마을 청년들이 방문하기도 하고 한달살이 또는 일년살이를 하던 프리랜서들이 이 곳을 찾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세화리의 아름다운 해안 절경이 한 눈에 보이는 위치 덕분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제는 국내 유명 대기업 계열사나 유명 배달어플리케이션 제작사, 자산 운용사 직원들도 워케이션을 위해 세화리를 찾고 있다.

서울 등 고층 빌딩에 위치한 대기업 직원들은 평소 같은 회사에 근무하면서도 서로 만날 기회가 없다가 이 곳에 와서 명함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고, 근무 시간에는 바다가 보이는 공유오피스에서 자신의 업무를 진행하다 퇴근 이후나 주말에는 제주 곳곳을 다니며 휴식을 취했다.

세화 질그랭이센터. ⓒ헤드라인제주
세화 질그랭이센터. ⓒ헤드라인제주
세화 질그랭이센터. ⓒ헤드라인제주
세화 질그랭이센터 2층 카페 ‘477+’. ⓒ헤드라인제주

질그랭이 거점센터를 찾은 이들이 마을을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게 동네 '해녀 삼춘'이 잡은 성게와 소라를 넣은 해물라면을 먹으며 해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오름과 밭담 등 테마별로 주민들이 해설사가 돼 안내하고 있다.

이곳 워케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마을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운영된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출자해 설립한 '세화마을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워케이션 관련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해녀투어를 비롯해 △다랑쉬오름 웰니스 투어 △양PD와 마을 야밤투어 △다랑쉬오름 둘레길 노르딕워킹 △세화마을 한 주 살기 등이 그겻이다.
 
이 결과 휴가지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휴양을 동시에 즐기는 일반적 워케이션 효과는 물론,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해 지역경제 활성화로 직접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워케이션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근로자들은 본사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오피스를 자유스럽게 이용하고, 지역 주민들은 이들의 장기체류로 인해 다양한 수익 창출은 물론 상주 및 유동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워케이션을 목적으로 세화리에 머문 체류자는 지난해 600여명,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상반기에만 4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짧게는 3박4일, 길게는 한 달 이상 머물렀는데, 장기 체류자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기체류 방문객이 크게 늘자 세화리에 정착하는 이주민과 도시로 떠났던 젊은이들이 돌아오면서 지난 2016년 1986명이던 세화리 인구는 올해 6월 기준 2271명까지 늘어났다. 상주인구 증가 효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워케이션을 위한 체류자들은 식사를 위해 동네 식당을 찾았고, 간단한 물품은 동네 슈퍼나 마트에서 구매하면서 마을 상권도 점차 활기를 띄었다.

물론 세화리 워케이션이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사실 위기도 있었다. 

지난 2019년 10월 부지성 세화리장을 비롯해 마을 주민 477명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모아 세화마을협동조합을 설립하고, 2020년부터 본격적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이다. 첫 해 출자금 2억7000만원 중 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조합원들에게 마을협동조합 카페 식.음료를 할인해 주고 있었으나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낙담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코로나 때문'이라며 조합 이사장을 맡고 잇는 부 이장을 위로했고, 부 이장은 삭발을 하며 주민들에게 "주인 의식을 갖고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 때부터 주민들은 먼저 나서 시설에 페인트칠을 하고, 시키지 않아도 질그랭이 센터 주변을 청소했다. 또 주민들이 먼저 나서서 이웃마을 지인들을 데려와 질그랭이 센터를 소개하고, 세화리에 대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기사를 SNS에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을을 홍보하며 모두가 '세화리 홍보대사'가 돼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조합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마을을 홍보하고, 자신의 일처럼 마을 사업에 나선 결과, 워케이션 오피스 및 연계 시설들은 점차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세화마을조합의 지난해 매출은 5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6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질그랭이 센터의 모범적 사례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세화리를 견학하러 전국 110여 곳, 마을사업 기관.단체 70여곳, 대학 등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세화 질그랭이센터. ⓒ헤드라인제주
양군모 마을PD. ⓒ헤드라인제주

마을조합에서 워케이션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양군모 마을PD는 "워케이션이 '워크(Work)와 베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인 것을 모르는 주민들도 서울 기업 직원들이 마을에 와서 일하는 것은 아신다"라며 "마을이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양 PD는 지역의 워케이션 활성화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 시설확충을 하기 보다는, 마을 여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 전국의 체험휴양마을 대표자와 사무장 등이 방문했었는데, '마을이 무엇을 얻으려고, 받을 것만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며 "워케이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질그랭이 센터와 같은 건물만 보고 감탄할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여건에 맞춰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제주지역 워케이션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제주연구원 고선영 연구위원은 "최근 기업들은 제주의 워케이션에 강한 선호를 보여주고 있으는데, 기업지정형보다 근로자선택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근로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특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앞으로 제주 워케이션의 방향성은 '상생-체류형 워케이션'로 잡고 전략적 수요 확대, 상생적 공급여건 조성, 효율적 지원인프라 구축을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세화리 질그랭이센터의 '양 PD'와 같은 전담인력인 워케이션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과 취재협조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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